위험의 외주화, 그 현장을 들여다보다
  • 오진실 기자
  • 승인 2021.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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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현장을 관찰하다
위 사진은 발전소에서 가장 열악한 노동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노동자들은 숨쉬기 힘든 현장 속에서 매일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이태성
위 사진은 발전소에서 가장 열악한 노동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노동자들은 숨쉬기 힘든 현장 속에서 매일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이태성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위험의 외주화란 유해하고 위험한 업무가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하청노동자에게 집중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노동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소중한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특히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자를 색출해 처벌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는데요. 위험의 외주화, 이를 근절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산재) 사고 사망 통계 발표에 의하면 2020년 산재 사고사망자는 882명이다. 특히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건설업, 발전소, 제철 및 중화학공업의 각 기업 통계에서 하청업체 노동자의 사고 발생 비율은 평균 약 80%를 차지한다. 과연 현장 노동자들은 대한민국의 노동 안전 실태를 어떻게 생각할까. 

  현장은 안전하지 않다 
  현장 노동자들이 전한 노동 현장은 안전망이 전혀 드리워지지 않는 곳이었다. 장은석씨(50·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 사내하청 성화이엔지 사원)는 하청업체의 작업 환경이 열악해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위험한 현장이 조성된 원인으로 다단계 하도급을 지적했다. “이윤에만 몰두해 하청업체에 하청을 주는 산업 구조가 모든 안전사고의 원인이라고 봅니다.” 

  그나마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안전관리시스템에도 허점이 있다. 2019년 정부는 공공기관 작업장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해 위험 작업장에서 2인 1조 근무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태성씨(48·한전산업개발노동조합 노동자)는 위험 작업장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고 짚었다. “위험업무에 관한 2인 1조 시행을 위해 정부가 노동자 411명을 충원했지만 그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요. 만약 파쇄 업무를 할 때 2인 1조로 작업해야 한다는 점이 범위로 명시됐다면 故 김재순씨의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겠죠.” 

  안전관리시스템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었다. 유성권씨(43·서울교통공사 지축차량사업소 정비팀)는 형식적인 안전 교육을 문제로 꼽았다. “안전관리라는 것은 없었어요. 심지어 안전 교육도 아침마다 형식적으로 안전 교육 서명부에 사인하는 정도죠.” 이태성씨는 현장 안전 관리자 부재도 지적했다. “발전소는 원청업체가 공공기관인 경우가 많아 정부에서 원청업체에 안전관리 인원을 배치해요.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는 비용의 이유로 하청업체가 인원을 확충하기 어렵기 때문에 안전 관리자가 없습니다.” 

  안전관리도 사고도 노동자 몫 
  안전사고가 발생한 후에도 노동자를 향한 산업 현장의 태도는 무책임하다. 최명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안전사고 책임자 처벌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산재는 법을 위반한 기업의 구조적 문제로 발생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말단관리자만 처벌해 왔어요. 처벌 수위마저도 낮아서 1년에 실형을 선고받는 기업은 1~2건으로 대부분 평균 430만원 내외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죠.” 

  이태성씨는 안전사고의 귀책사유가 노동자에게 있는 현실을 보여줬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 과실인 경우가 있어요. 故 김용균씨의 사망 이후 회사가 유가족에게 ‘그가 가지 말아야 할 곳에 갔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으니 귀책사유가 그에게 있다’며 책임을 전가했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역시 개인의 신청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는 면에서 국가가 무책임하다고 볼 수 있다. 장은석씨는 개인이 보험의 수혜를 받기 위해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이 힘들다고 언급했다. “산재는 근로복지공단에 피해를 입은 노동자가 직접 신청하게 돼 있어요. 그러나 시간이 오래 걸리죠. 혼자 피해를 증명하고 증거를 모으는 일은 정말 힘듭니다.” 

  현장에서 산재가 은폐되는 경우가 많다는 문제도 있다. 유성권씨는 원청업체의 입찰 과정에서 산재가 많이 발생하는 하청업체의 점수를 감점하는 제도가 은폐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많은 하청업체에서 산재 은폐는 기본입니다. 계약 입찰 과정에서 산재 발생 사업장을 감점하는 게 은폐 문화를 정착하게 한 것 같아요.” 

  소리 없는 아우성 
  노동자와 기업 간 계약 관계로 인해 노동자가 산업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유성권씨는 노동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보통 계약이 해지된다고 언급했다. “문제를 제기하면 즉각적인 조치는 없습니다. 노동자들은 거의 1년 단위의 계약직이에요. 안전조치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면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근로계약 해지 통지서를 받게 되죠.” 

  김용균씨의 사망 사고 이후 현장과 원청업체와의 소통 창구를 열기 위한 노력은 있었다. 이태성씨는 하청업체와 원청업체의 소통을 돕는 원하청 안전근로협의체가 공공기관에 설립된 점이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이중 고용 구조로 인해 다단계 하도급의 근본적 원인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고착화 돼 있는 이중 고용 구조로 인해 원청업체는 하청업체에 업무를 지시할 때 공사 기간을 짧게 설정해요. 하청업체에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도 주지 않죠. 위험 요소가 다분한 상태에서 업무를 강행하다 보니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재해 비율이 전체 산재 대비 높은 편이에요.” 

  이는 이중 고용 구조로 인해 나타나는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수많은 산재를 겪으면서 안전을 점차 개선해나가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산업 현장에는 안전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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