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신문에서 기자를 하던 2014년, 나는 내가 만든 신문을 학교에 배부하는 일을 했다. 신문이 나오던 일요일 저녁, 100부짜리 신문 뭉치 13개를 수레에 싣고 건물 곳곳을 누볐다. 가끔 친구가 신문 돌리는 일을 도와줬는데 신문 각을 잡는 나를 보며 친구가 말했다. “어차피 아무도 안 보는데 대충해.” 이걸 만들려고 토요일 밤을 까맣게 새웠는데 너무 한 거 아니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친구의 말이 맞았다. 아무도 안보는 건 현실이었다. 지난 호의 신문은 일주일 내내 그 자리에 있다가 그대로 신문사로 돌아왔다. 읽히지 않은 지난 호 신문을 신문사로 들고 돌아오는 길은 그래서 항상 발걸음이 무거웠다.  

  사양 산업에서 일하는 종사자는 일하며 버텨야 하는 자존감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내가 하는 일이 아직은 유효하다는 걸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도 나 스스로에게도 말이다. 하지만 일주일을 쏟아부어 만든 신문을 내 손으로 그대로 다시 가져올 때마다 열정의 불씨를 모래로 덮어버리는 기분이었다. 그럴수록 나는 비겁하게 도망갔다. ‘이 기사 누가 본다고 이 정도 선에서 대충 마감하면 될 거야’라고 적당한 타협을 했다. 돌아볼 때 흑역사 같은 기사가 아직도 나를 붙잡는다. 대학원에서 학과 통폐합을 진행했는데 당시 대학원 학장의 입장만 대변한 기사를 썼다. 제대로 된 기사였다면 당연히 통폐합된 학과의 입장을 취재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아무도 안 볼 테니까.’ 

  그런데 신문사 이후 들어온 곳이 지상파 방송국이었다. 그것도 본사가 아닌 여수MBC에서 피디를 시작했다. 나는 또다시 사양 산업의 종사가 됐다.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반응이 크게 없을 거야. 그러니까 네가 하고 싶은 거 단단하게 밀고 나가.” 선배 피디는 시청자의 반응 같은 건 기대도 하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해보라고 말했다. ‘어차피 아무도 안 보니까’라는 말은 데자뷔 같았다.  

  매번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세상을 뒤집어놓는 나영석 피디가 말했다. 천재보다 위대한 사람은 오래가는 사람이라고. 나는 그것이 지금의 쓸모에 집중하는 것의 위대함이라고 생각한다. 나영석 피디처럼 당장 대단한 성과를 만들지 못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기반을 다지고 있는 사람들. 그 사람은 언젠가 자신의 세상이 오면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 이것이 나영석 피디가 현장에서 본 것이라 생각한다.   

  서퍼는 좋은 파도가 올 때까지 물 위에 떠서 기다린다. 거대한 파도가 올 때 보드를 재빨리 돌려 파도에 올라탄다. 사양 산업에 있는 우리도 언젠가 큰 파도가 올 그 날을 위해 현재의 위치를 지키고 물 위에 떠 있어야 한다. 우리가 고민할 것은 다음 파도를 잘 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지금 위치에서 우리가 꼭 쥐고 있다가 다음 파도로 태워 보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서성우 동문
광고홍보학과 11학번
중대신문 7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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