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은 인상주의 화가 모네의 '인상, 해돋이', 우측은 후기 인상주의 화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다. 작품에 녹이고자 한 대상이 다르기에 보는 방법도 다르다.
좌측은 인상주의 화가 모네의 '인상, 해돋이', 우측은 후기 인상주의 화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다. 작품에 녹이고자 한 대상이 다르기에 보는 방법도 다르다.

반짝이는 빛. 그러나 그보다 더 반짝이는 것이 있다. 바로 변화다. 변화는 늘 우리에게 새로움과 신선함을 준다. 초기 인상주의의 빛이 옅어지며 새로이 등장한 후기 인상주의는 단순한 재현에 불과한 기록에 따분함을 느끼고 완전히 다른 세계를 추구한다. 

  저무는 해 그리고 뜨는 별 
  인상주의는 일반적으로 인상주의, 신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로 나뉜다. 이때 신인상주의는 인상파가 가볍게 여겼던 화면 구성이나 형체의 질서를 정밀히 보충한다. 신인상주의의 영향력은 후기 인상주의와 야수파, 입체파 등 새로운 예술적 경향이 대두되며 서서히 줄어든다. 후기 인상주의라는 용어는 비평가 로저 프라이가 기획한 전시에서 프랑스 미술 현상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며 인상주의 이후의 흐름이라는 의미로 처음 사용했다. 후기 인상주의 화가 폴 세잔(세잔), 빈센트 반 고흐(고흐), 폴 고갱(고갱)은 햇빛이 주는 찰나의 세상을 재현하는 데 싫증을 느끼고 자신만의 예술적 경향을 확고히 하며 각자의 길을 걸어갔다. 

  변종필 미술 평론가는 후기 인상주의가 개별적이고 뚜렷한 화법을 통해 인상주의 화풍을 파괴했다고 설명했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특정한 목표나 이념, 기법 등 적어도 공통되는 지점이 있었어요. 그러나 후기 인상주의는 양식상 기법적인 공통점이 없어요. 다만 인상주의의 과학적 접근과 화풍의 가벼움에서 탈피하려는 부분은 공통점이라 할 수 있죠.” 이처럼 후기 인상주의는 각 화가의 개성에 따라 발전해나갔다. 그래서일까, 이는 공통점이 없는 것이 도리어 공통점이 된 미술사조라 명명되기도 한다. 

  가보지 못했던, 그러나 가장 솔직한  
  “마치 음악이 위로해주는 것처럼 나는 그림으로 무엇인가 위로하는 말을 하고 싶다.” 우울과 가난, 광기 등의 수식어가 붙는 고흐의 말이다. 후기 인상주의는 인상주의와 달리 인간 내면의 감정과 주관적 심리가 표출된 화풍이다. 고흐의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을 감상하며 그가 단순히 별이 가득한 밤하늘의 풍경을 묘사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속을 깊이 들여다보면 고흐의 내면이 엿보인다. 강렬한 색, 짧고 과도한 붓 터치. 그렇게 표현한 소용돌이치는 밤하늘은 그의 불안정한 심리와 강박을 보여준다. 

  작품에 인간의 내면세계를 녹여낸 화가는 고흐뿐만이 아니었다. 고갱은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시골 마을에서 비로소 현실에서 벗어난 내면세계를 접하고 이를 그림에 표현했다. 스스로 역작이라 일컫는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는 건강 악화와 빈곤, 딸의 죽음으로 자살까지 시도했던 고갱이 가장 괴로웠던 시기에 그려졌다. 그는 인간 존재의 근원에 물음을 던지며 탄생부터 삶과 죽음에 이르는 인간의 운명을 단계적으로 보여줬다. 

  세잔 역시 그림을 그릴 때 장면에 감정 이입했다. 특히 그는 삶에서의 변화와 미술 양식에서의 변화가 그 길을 같이 했다. 작품 활동 기간 동안 그림이 자아내는 다양한 감정들에 따라 작품을 재창작하기도 했다. 그가 그린 만년의 초상화에서는 인간을 향한 깊이 있는 통찰이 느껴진다. 세 화가 모두 선과 색을 통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힘썼던 것이다. 

  변종필 평론가는 후기 인상주의가 지닌 위상을 언급했다. “후기 인상주의의 조형적 탐구가 입체파를 비롯한 이후 등장하는 많은 작가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어요. 무엇보다 재현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작가별로 뚜렷한 주관적 화풍을 추구한 것은 20세기 현대추상미술을 탄생시키는 바탕이 됐죠.” 

  인상주의, 이 하나의 화풍에 관한 이야기도 이토록 범주가 넓고 다양하다. 대상의 객관적 특성 너머를 바라보며 그 대상에 투영된 내면을 읽어내는 일. 다음의 계단이 극복이든 계승이든 한 시대의 작가와 작품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감정을 향유한다면 충분하다. 후기 인상주의는 열정, 고통, 우울과 같은 감정을, 그 모든 것으로 가득 찼던 삶을, 아니 어쩌면 자기 자신을 그려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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