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16년 가을학기부터 다빈치교양대학의 인문학 교양 프로그램으로 <술의 세계와 주도>라는 명칭의 강좌를 시작하였으니, 이번 학기로 6년 차를 맞이하게 된다. 대부분 3~4학년 고학년 차에 수강하였으니, 벌써 사회로 나간 수강생들이 많고, 가끔 사회생활에서의 와인과 기타 술에 대한 경험을 카톡에 적어 보내는 학생들도 많다. 수업은 맥주와 증류주, 사케 그리고 무엇보다 와인에 중점을 두어 강의하는데, 모든 술은 각자의 멋과 맛이 있다. 지난여름 30도를 넘는 폭염을 견뎌야 했던 나는 냉장고의 시원한 맥주 덕분에 열대야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제 산들바람이 부는 가을이 다가오고 맛있는 음식들이 넘쳐나는 한가위가 다가오니, 솔솔 와인 생각이 절로 든다. 찬 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에는 몸을 따뜻하게 데워줄 중국 바이주나 서양 브랜디로 손이 갈 것이다. 

  모든 술은 기본적으로 자연의 산물이다. 하늘의 태양과 빗방울, 땅의 흙과 거름의 양분으로 자란 곡식과 과일을 역시 자연의 일원인 효모(Yeast)라는 미생물이 발효해 술을 만든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의미 있는 술에는 원산지의 자연 에너지가 담긴다. 사람은 여기에 약간의 손을 거들 뿐인데, 숙성 과정과 블렌딩을 통해 술의 다채로운 스타일과 멋을 구현해낸다. 이렇게 수백 년이 지나다 보니, 명산지와 명생산자가 이름을 올리게 된다. 명주에는 철학과 역사, 이야기가 늘 따라다니게 되니, 술을 제대로 마시기 위해 공부하며 습득하는 다양한 문화와 문명에 대한 지식과 상식은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준다.  

  술 한 병을 열어 좋은 사람들과 술을 나누며 그 술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큰 기쁨이다. 더구나 좋은 술의 색깔과 향과 맛은 매우 다채로워 우리의 미식 본능을 일깨워준다. 은은하고 오묘한 향과 섬세하고 우아한 미감을 가진 술을 마시고 음미하고 표현하는 것은 인간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이며 혜택이다. 좋은 술은 식탁의 동반자로서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또 하나의 음식이다. 청아한 산미와 개운한 탄산, 빳빳한 타닌과 힘찬 알코올이 있어, 각기 적절한 음식 궁합을 통해 일상의 식탁을 즐거운 성찬으로 바꿔준다. 비싼 술, 고급 음식, 파인 다이닝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마트에서 1~2만원에 구입한 술, 집에서 가족과 함께 야외에서 동료들과 함께, 집밥이든 배달 음식이든 모두 다 좋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개강 시기에 무리하게 술을 권하고 만취해 몸을 다치는 학생들을 많이 봐왔다. 이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으로 그 또한 역설적으로 그리워지기도 하지만, 술은 취하려고 마시는 것이 아니다. 술은 음식을 맛있게 먹기 위해, 대화를 즐겁게 이어가기 위해, 사람들의 모임에 활기를 주고 기쁨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나는 중앙대 학생들이 부드럽고 순한 술자리를 통해 코로나 사태로 끊어진 사람과의 만남, 가족 간의 정,  식사하는 기쁨을 느꼈으면 좋겠다. 술 한 잔에 담긴 맛과 멋을 느끼며 마시자. 

손진호 객원교수 
다빈치교양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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