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아카이브 [COVID-19 : 우리의 기억]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변화를 가치 중립적으로 기록하고, 데이터를 보존하기 위해 탄생했다. 가치 중립적인 디지털 기록, 언택트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협업 모델 추구, 오픈 데이터 원칙을 지향한다.
디지털 아카이브 [COVID-19 : 우리의 기억]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변화를 가치 중립적으로 기록하고, 데이터를 보존하기 위해 탄생했다. 가치 중립적인 디지털 기록, 언택트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협업 모델 추구, 오픈 데이터 원칙을 지향한다.

나의 것을 지키기 위해 꽁꽁 싸매면 싸맬수록 스스로 분리될 뿐이에요. 나만 볼 수 있게 정보를 지키는 일보다, 정보를 나누고 관계 속에서 주고받는 생각과 감정이 더 소중합니다.

정보는 경계 없이 나눌수록 빛을 발하고, 널리 공유하는 만큼 힘이 강력해진다. 정보는 곧 관계성을 내포한다. 정보와 정보를 연결하는 데이터 사이언스. 결국 사람 사이를 잇는 관계성에서 그 본질을 엿볼 수 있다. 김학래 교수(문헌정보학과)는 관계의 힘을 믿는다. 수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벽을 뚫고 나와 외부와 교류하고 소통하며 네트워크를 넓혀가기를. 그는 오늘도 함께하는 삶 속에서 피어나는 양질의 정보를 꿈꾼다. 

  -디지털 아카이브 <COVID-19 : 우리의 기억>을 제작했다고. 

  “아일랜드로 갔던 유학처럼 이것도 우연이었어요. 코로나19가 갑자기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관련 데이터를 봤죠. 상황이 심각함에도 수업 시간에 코로나19를 이야기했을 때 학생들 반응이 없어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사회 현상을 같이 알아보자는 취지에서 디지털 아카이브 <COVID-19 : 우리의 기억>이 출발했어요. 그다음에는 우리가 문헌정보학과인 만큼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일어난 일을 가치 중립적으로 정리 해보고자 한 게 계기가 됐죠. 마지막으로는 학생들에게 제가 한 말을 지키고 싶었어요. 요즘은 사회에서 자격증을 그렇게 요구하지 않거든요. 그보다 뭘 해봤는지 물어보죠. 신입사원한테 포트폴리오는 뭐가 있는지, 경력이 있는지 물어보는 건 반칙이에요. 그런데도 우리 학생들은 경험을 만들어야 하는 거예요. 제가 그걸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했죠. 프로젝트에 기여하면 분명 얻어갈 수 있는 점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 프로젝트는 ‘팀 케일리(Team. Cayley)’와 함께했는데 이제 1, 2기를 지나 3기를 시작하고 있어요.”

  -팀 케일리는 어떤 조직인지. 추후 다른 계획이 있나.

  “팀 케일리가 사실 정규 조직은 아니에요. 문헌정보학과를 비롯해 여러 학과에서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다양한 학생들이 모인 팀이죠. 팀 케일리 3기의 목표는 문화재와 관련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양질의 데이터를 만들어보는 거예요.”

  -양질의 데이터란 무엇인가. 

  “사용하는 사람이 추가로 노력을 들이지 않고 그대로 쓸 수 있는 데이터를 말해요. 사실 데이터를 분석하는 실무 작업의 대부분이 데이터 품질을 높이기 위해 정제를 하는 일이죠. 수면 위로 보이는 것보다 밑에 기반을 잡는 일이라고 할까요. 예를 들어 숭례문을 웹에서 찾아보면 A4로 약 20~30페이지 정도로 정말 많은 정보가 나와요. 하지만 국보 몇십 호 이런 문화재를 찾으면 설명이 없죠. 사이트마다 설명도 다르고요. 그래서 현재 팀 케일리 3기는 문화재에 관해 균일하게 데이터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학생과 함께하는 활동을 좋아하는 것 같다. 

  “맞아요, 좋아합니다. 제가 하는 프로젝트가 공식적인 건 아니지만 학생도 학교의 한 주체니까 같이 연구를 하면 좋죠. 연구와 수업 그리고 나머지 일들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어떤 내용으로 연구를 하는데 수업에서는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제 연구와 실무 경험을 가능하면 수업에 다 녹여주고 싶어요. 또 저 같은 경우엔 조금 경직된 사고를 할 수 있지만 학생들은 다르거든요. 실제로 디지털 아카이브 <COVID-19 : 우리의 기억>에서 ‘집단 감염’이라는 데이터를 생각한 건 제 아이디어가 아니었어요. 학생들이 끌어낸 발상이었죠. 제가 지치지 않는 한 학생들과 함께 하는 방법을 계속 도모할 거예요. 그러면 어느 순간부터는 학생들이 활동을 잘 이끌어 가지 않을까 싶어요.”

  -‘협업’, ‘융합’, ‘공유’를 강조한다. 관련된 신념이나 가치관이 있는지. 

  “이제는 무언가를 혼자서 하는 시대는 아닌 것 같아요. 소수의 천재나 리더십이 강한 사람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같이 일을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거든요. 저도 지도 교수님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어요. 많은 걸 가르쳐 주셨는데 그중 하나가 ‘정보는 나누면 나눌수록 가치가 커진다’는 내용이었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순간부터 정보의 진가가 배가 된다는 거예요. 내가 공유한 정보에 관심 있는 사람과 소통을 하면 이를 통해서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죠.

  오래전부터 인류가 그래왔듯이, 공유하고 협업하려는 태도는 앞으로도 큰 장점이 되리라 생각해요. 먼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킬 필요가 있고 그다음에는 가능한 많은 사람과 함께 해보는 경험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하죠. 바로 이게 제가 생각하는 ‘관계’에요. ‘나 혼자 잘하겠다’보다 ‘나는 잘하는데 다른 누구와 했을 때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다’와 같은 관계의 가치를 학생 때 느끼면 느낄수록 훨씬 좋을 거예요.”

  -경쟁 사회에서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게 익숙지 않다. 불안한 사람도 있지 않을까. 

  “물론 저도 다 공유하지는 않아요. 만약 한 6개월 동안 아무도 모를 것 같은 정보라면 혼자 갖고 있어야겠죠. 그런데 세상이 굉장히 빠르게 변해요. 또 이런 변화를 찾는 사람도 더 빨라졌고요. 다시 말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인스턴트라는 거예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 정보가 당일에 오고 가거든요. 누군가 기사를 하나 공유하면 바로 사람들이 모여서 토론을 하죠. 즉 정보와 지식을 나만 알 수 있는 유효 기간이 하루, 이틀도 안 될 거예요. 저 역시 읽을 기사가 있으면 바로 링크를 복사해서 페이스북에 공유했었어요. 공유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거죠. 오늘날에는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도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도 다르답니다. 전에는 보고, 읽고, 쓰고 다 이해해서 내 걸로 만든 다음 주변에 설명했다면 요즘은 그런 세상이 아니죠. 내 지식으로 체화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거예요.

  정보를 공유했을 때 지식의 가치가 훨씬 높아지고 의미 있는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있어요. 빨리 나눠주고 사람들한테 피드백을 받으라 하고 싶어요. 자신의 성을 쌓는다고 쳐요. ‘이러면 아무도 못 보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벽을 하나씩 쌓으면 나중에는 어떻게 될까요? 그 성을 아무도 안 봐요. 성 밖에서는 그 안에 누가 있는지 신경도 안 쓰는 거죠. 내가 만든 벽이 나중에는 나를 밖으로 못 나가게 하는 벽이 돼요. 그래서 어떤 제한을 뛰어넘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아져요.”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쉽사리 도전하기가 어렵다. 도전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가장 어려운 이야기인 것 같아요. 먼저 학생들이 길게 봤으면 좋겠어요. 계산적으로 이만큼 하면 공모전을 수상하거나 학점을 얼마 받을 수 있는 걸 생각하는 게 당연히 쉬워요. 합리적일 수도 있죠. 그런데 여러분은 100살까지 살 거거든요. 남은 50년 동안 어떤 삶을 살지 생각하면 지금 1~2년은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짧은 시간이기도 해요. 그 짧은 시간동안 옆 사람과 비교하면서 결과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조급한 거죠.

  제가 느낀 삶은 우연의 연속이었던 거 같아요. 우연이 연속돼서 보니까 저라는 이야기가 하나 나왔죠. 자신이 한 모든 것은 자신의 삶이 되잖아요. 그러니까 뚝심을 갖고 자신을 믿었으면 좋겠어요. 단기적인 결과를 바라보고 나아가면 방향성을 잃을 수 있거든요. 삶의 갈피를 잡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을 한 단계씩 차곡차곡 쌓으면 돼요. 지금이 아니라 10년 후에 결과가 나오기도 하거든요. 현재 하는 일은 일종의 투자인데, 투자하고 바로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잖아요. 마음을 단단히 잡아야 상처받지 않아요.”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할 계획이나 목표가 있는지. 

  “네, 계속 그럴 예정이에요. 학생들하고 함께 새로운 시도를 할 것 같고 그 시도는 아마 데이터나 인공지능하고 연결돼 있겠죠. 제가 중앙대에 오면서 한 생각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데이터를 제공해주는 그룹이 우리가 됐으면 좋겠다’였어요. 이 그룹은 문헌정보학과가 될 수도 있고 팀 케일리처럼 융합적인 모임일 수도 있고요. 소스 데이터를 관리하고 전반적인 걸 학생들과 같이해서 ‘중앙대에 어떤 데이터가 있는데 정말 좋더라’는 이야기를 국내외에서 듣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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