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는 어느 날 아침 갑작스럽게 붕괴됐다. 그러나 성수대교는 그 날 아침 전부터 서서히 그리고 조용하게 붕괴되고 있었다. 사진출처 e영상역사관

종종 우리는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한 이들의 소식을 접하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사회의 의미와 사회가 존재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죠. 사회적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통렬하게 반성하며 다시는 사회적 참사를 묵과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사회적 참사는 비슷한 이유로 또 다시 발생합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인 걸까요. 주기적으로 사회적 참사가 발생하는 우리 사회, 그 문제점을 함께 생각해보는 장을 마련해봤습니다.

최근 30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는 수많은 사고가 발생했다. 이러한 사고 이면에는 안전 불감증과 뇌물수수 및 청탁 등 여러 가지 사회 부조리가 작용했다. 사고는 더 이상 단순한 사고로 치부되기 어려워졌고 구조적 문제를 함께 드러내는 ‘사회적 참사’로 변화했다.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는 한국 사회,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1994년 10월, 어느 아침 
  성수대교는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38분경 갑자기 붕괴했다. 이로 인해 32명의 시민이 무고하게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성수대교는 그날 아침 전부터 서서히 붕괴해가고 있었다. 

  1995년 6월 서울지방검찰청이 발간한 『성수대교 붕괴사건 원인규명감정단 활동 백서』는 ‘당시 건설기술과 건설 관련 제도 및 규정이 낙후된 상황에서 일반 교량 수준의 설계, 시공기술로 돌핀 작업 방식의 성수대교 공사를 밀어붙였다’며 ‘해당 작업은 부실시공과 수직재의 불량용접을 초래했으며, 준공된 후 제대로 된 육안 검사나 정밀 안전진단이 없었다’며 붕괴 원인을 종합적으로 감정했다. 

  당시 원인규명감정단 간사를 맡았던 방명석 교수(한국교통대 교통대학원)는 ‘빨리빨리 문화’에서 비롯된 안전 불감증을 사고 발생 원인으로 설명했다. “당시 강판 용접 기술력이 부족해 시공사였던 동아건설에서 재일교포 출신을 용접 공장장으로 영입했죠. 그때 공장장이 원칙적으로 용접 하자를 검사하니 매우 많은 용접 물량으로 인해 자재가 제때 도착하지 못했어요. 또 공사 일정이 밀리는 거죠. 결국 건설사 회장이 공장장을 해고해 버렸어요. 그게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인명과 안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성과에 급급한 ‘안전 불감증’이 만연했던 시대적 요인이 성수대교 붕괴의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6대의 크레인이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에 투입됐다. 이 사고로 502명의 사람이 소중한 목숨을 잃어야 했다. 사진출처 e영상역사관
6대의 크레인이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에 투입됐다. 이 사고로 502명의 사람이 소중한 목숨을 잃어야 했다. 사진출처 e영상역사관

  ‘그나마 그때는 천장이 무너져 죽어가진 않았다’ 
  성수대교가 붕괴하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서초동에 위치한 삼풍백화점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해당 붕괴 사고는 안전 불감증과 더불어 비리 같은 ‘사회 부조리’가 함께 결합한 사회적 참사였다. 

  1996년 6월 발간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백서』는 해당 사고를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고로 바라봤다. 부실시공 외에도 건축 허가와 준공검사, 감리, 무리한 증축 허가 등 총체적 부실이 붕괴 원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정란 교수(단국대 일반대학원 건축공학과)는 삼풍백화점 설계에 관해  ‘사용자가 빈번하게 건물 용도를 변경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건물 용도가 빈번하게 변경되며 건물이 크게 훼손됐습니다. 변경 과정 중 냉난방 시스템이 개별 방식에서 중앙 관리 방식으로 바뀌었고 이로 인해 대형 냉난방 시설을 설치했죠. 당초 설계에서 검사하지 않았던 하중을 고려함과 동시에 바닥을 까고 대리석을 설치하는 등 구조체를 훼손시킨 게 직접적 원인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건축 과정에서 용도 변경이 4차례 있었고 설계를 변경해 매장을 증설했다. 이 과정에서 담당자가 현장 확인 없이 ‘시설기준 및 매장 면적이 사업계획서와 일치한다’는 내용의 허위복명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허가 과정에서의 비리 문제도 붕괴 원인으로 지목됐다. 설계변경 당시 사전에 설계변경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삼풍백화점은 해당 절차를 무시한 채 허가 도서와 다른 별개 시공도서를 적용해 시공했다.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해 편법으로 설계변경 승인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정란 교수는 기둥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원래 지름 80cm 기둥을 설치하기로 했는데 아무런 계산 근거 없이 지름 60cm로 기둥 크기를 줄였어요. 기둥이 얇아지면 바닥에 구멍이 쉽게 뚫립니다. 적절하게 기둥 크기를 줄여도 괜찮은지 따져야 하는데 말이죠.” 

세월호 참사는 2014년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해당 참사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사진제공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세월호 참사는 2014년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해당 참사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사진제공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배의 침몰로 한국 민낯이 드러나다 
  2014년 대한민국 사회 전반을 뒤흔든 사회적 참사가 발생했다. ‘세월호 침몰사고(세월호 참사)’다. 304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생기게 한 세월호 참사는 안전 불감증뿐만 아니라 비리로 얼룩진 대한민국 관료계의 부조리를 종합적으로 보여줬다. 

  2018년 발간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 활동 백서』에 따르면 선조위는 ‘세월호 복원성 등에 관한 조사’를 진행했다. 선조위는 ▲세월호 증·개축으로 인한 변경된 경하중량 및 무게 중심 확인 ▲인천 출항 시점 및 사고 시점의 세월호 평형수 양, 청수량, 연료 유량 등 조사 ▲출항 시점 및 사고 시점의 복원성 계산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했다. 그러나 선조위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확실하게 규명하지 못했다. 이에 최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세월호 침몰 원인을 재조사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세월호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은평갑)은 세월호 침몰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기 어려운 이유에 관해 과학적 실험의 한계성을 언급했다. “과학적 실험을 해서 나온 결론이더라도 그 결론이 진실에 부합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죠. 상황을 추정해 원인을 밝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정부 공무원과 기업 간의 민관 유착 비리 등 관료계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감사원에서 진행한 세월호 감사에서 청해진해운과 정부 간 유착 비리를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청해진해운은 증선 인가기준 충족을 위해 재화중량 톤수를 축소했고, 허위 선박 계약서를 인천항만청에 제출했다. 그러나 인천항만청은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증선을 인가했다. 청해진해운과 인천해양경찰서 공무원 사이에 식대, 주류, 관광 등의 향응이 오고 간 사실도 밝혀졌다. 해당 공무원은 세월호 운항 관리 규정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관련 서류를 제출받지 않았다. 또한 심사 결과 보완요구사항 일부가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심사 증명서를 발급하는 등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했다. 

  세월호 참사는 7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박주민 의원은 사회적 참사 예방을 위해 사회 구조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우리는 세월호 침몰 당시의 모습을 보진 못했지만 세월호 침몰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다 봤어요. 그러니 이제 바꿔나가야죠. 침몰 원인이 밝혀지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을 설계해야 합니다.” 

중대신문이 입수한 학동 4구역 건물 철거 계획서. 위 계획은 단 하나도 이행되지 않았다. 사진제공 강은미 의원실
중대신문이 입수한 학동 4구역 건물 철거 계획서. 위 계획은 단 하나도 이행되지 않았다. 사진제공 강은미 의원실

  건물 붕괴,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광주 학동 4구역 건물 붕괴 참사(학동 참사)’는 참사 당시 건물 철거 현장 근처를 지나던 시내버스 위로 철거 건물이 무너지면서 탑승객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회적 참사다. 해당 참사는 불법 재하도급이라는 또 다른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하도급이란 기업이 자신의 생산 활동의 일부를 다른 기업에 위탁하고, 위탁받은 기업은 해당 부분을 생산해 위탁한 기업에 납품하는 거래를 말한다. 이 과정에서 위탁받은 기업이 제3자 기업에 또 다른 하청을 맡긴다면 이는 불법 재하도급이 된다.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불법 재하도급으로 인한 여러 사회적 부조리를 지적했다. “불법 재하도급을 거치면서 수십억 규모의 공사 비용이 증발했어요.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가 나눠 먹기를 한 거예요. 그 과정에서 무리한 공사를 하지 않을 수 없죠. 이런 구조를 근본적으로 깨부숴야 합니다.” 

  불법 재하도급뿐만 아니라 철거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공사 현장의 모습도 문제다. 대한민국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은미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은 참사 현장에서 발견했던 문제점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사고 발생 이후 받은 해체계획서에는 철거 건물의 안전도를 검사한 후 건물 외벽 강도에 따라 철거를 진행한다고 순서까지 나와 있었어요. 그러나 실제로는 해당 순서가 전혀 지켜지지 않았죠.” 

  『학동4구역 철거 허가 건물 철거 공사 계획서』에는 해체공법과 안전관리 등을 어떻게 진행할지 명시해 놨으나 시행되지 않았다. 심지어 참사 발생 전 공사 현장이 위험하다는 민원이 제기됐고 주변 버스정류장 이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기우식 사무처장은 학동 참사의 책임자를 명확하게 처벌하지 않는 세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참사 유족들은 해당 참사 처벌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봐요. 그런데 단순 과실치사로 기소가 됐어요. 책임자가 법적 책임을 다하지 않아 벌어진 사고인데 말이죠.” 납득할 수 없는 기소로 인해 피해자들은 또다시 가슴앓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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