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팀은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에 위치한 굴업도를 방문했습니다. 독자분들께 생소할 수 있는 굴업도는 언론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는 섬입니다. 굴업도를 검색하면 해양쓰레기 뿐만 아니라 사슴으로 인한 환경 파괴, 사기업의 굴업도 개발과 같은 문제도 파악할 수 있죠. 단지 쓰레기가 많이 밀려오는 작은 섬인 줄 알았던 굴업도는 막상 다가가 보니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사진 기획엔 폐어구 문제만 실었지만, 굴업도 주민들이 호소하는 가장 급박한 환경 문제는 바로 사슴의 과증식입니다. 귀여운 외모로 관광객의 이목을 끌고 굴업도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하는 사슴이 뭐가 문제냐고요? 이 사슴, 굴업도 토종이 아닙니다. 주민이 기르던 사슴 몇 마리가 우리 밖으로 탈출해 그대로 야생화됐죠. 천적이 없고 먹이가 많은 굴업도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개체 수는 굴업도가 감당 못 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사슴은 풀에 그치지 않고 나무까지 먹어치웠고 넘치는 배설물은 굴업도 토양을 오염시켰습니다. 섬의 농작물이 남아나질 못하고 식수도 오염됐죠. 굴업도 주민에 따르면 황폐해진 굴업도는 몇십 년 후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태에 다다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주민들이 손을 놓고만 있던 건 아닙니다. 사슴을 잡기 힘든 고령의 주민들은 자연을 되살리고자 옹진군청에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민원을 넣었습니다. 민원 제기 후 굴업도의 상황은 조금 나아졌을까요? 주민들은 굴업도가 사유지라 군청이 민원에 적극 대응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합니다. 기자가 이와 관련해 옹진군청에 문의했습니다. 군청이 사슴 민원을 인지한 건 2018년. 2019년부터 군청 차원에서 사슴을 잡기 시작했지만 현재 코로나19로 인력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슴을 잡기 힘들다면 최소한 사슴이 마을에 내려오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에 군청은 “굴업도 땅을 소유한 사기업이 펜스 설치에 동의하지 않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군청에 따르면 굴업도의 약 93~95%가 사기업 소유입니다. 땅을 매입한 사기업은 굴업도에 골프장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각계의 반대로 무산된 이후 사실상 굴업도를 방치하고 있습니다. 사유지에 시설물을 설치하려면 소유자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사기업은 군청이 송부한 토지 이용 협조 공문에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필수적인 수도시설조차 사기업과 협의가 되지 않아 설치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굴업도 주민들이 원하는 건 큰 게 아닙니다. 사기업과 옹진군이 주민과 협력해 섬의 환경 보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이렇게 당연히 행해야 할 일들이 언제부터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된 걸까요. 모쪼록 굴업도와 사기업, 옹진군청 간 불통이 풀리고 아름다운 굴업도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길 바랍니다.

김수현 사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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