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참사를 온전히 씻어내려면
  • 소지현·오진실 기자
  • 승인 2021.08.30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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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과 해결 방안 파헤치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흔적은 곳곳에 남아있다. 이 흔적이 우리 삶에 스며들어 오래 기억되길 바란다. 사진 정유진 기자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흔적은 곳곳에 남아있다. 이 흔적이 우리 삶에 스며들어 오래 기억되길 바란다. 사진 정유진 기자

 

기본이 무너지고 참사는 반복되고 
멈추려면 사회 전반 개편 필요해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사회적 참사는 안전 불감증과 여러 사회학적 요인이 작용해 반복적으로 벌어졌다. 특히 1960년대 경제 성장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면서 우리의 안전은 뒷전에 놓이기 시작했다. 결국 안전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의식은 우리 내면 속 깊이 스며들었다.

참사, 우연만은 아니었다
  안전을 등한시하는 흐름 속에서 사회 시스템은 무너져갔다. 불법 재하도급 행위가 만연해지고 부실한 안전 관리와 각종 비리가 발생했다.

  건설계는 불법 재하도급을 통해 공사비용과 기간을 무리하게 삭감, 단축했다. 이병훈 교수(사회학과)는 해당 행위가 부실 건물을 만들었고 이는 사회적 참사로 직결됐다고 말했다. “재하도급 과정에서 공사 비용과 기간이 줄어들어요. 그렇게 지어진 건물과 구조물은 허술할 수밖에 없죠. 결국 시민들이 사용하는 공공시설까지 무너진 겁니다.”

  대한민국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은미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은 불법 재하도급 행위가 부실한 안전 관리와도 연관 있다고 지적했다.“하도급이 다단계를 거쳐 내려갈수록 비용 문제 때문에 안전조치와 안전요원 배치 등이 미흡해집니다. 결국 안전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죠.”

  현재 행정 절차로는 안전 체계가 마련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잘 이행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영주 교수(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는 이런 안전 현실을 비판했다. “철거계획서와 안전계획서 제출, 임시소방시설 설치 등은 법적으로 의무화됐습니다. 하지만 현장마다 형태와 규모, 공사 기간 등이 각각 다릅니다. 또한 현장을 지도 및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권한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장 감독은 체계적이지 않아요.”

  업계에 퍼져있는 각종 비리도 참사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강은미 의원은 시공이 미흡한 곳에 공무원이 위법적인 허가를 내주는 부분이 문제라고 언급했다. “인·허가 과정에서 공무원도 불법 행위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불법 행위에 관한 직무유기 처벌이 미흡한 상황이에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은평갑)은 ‘관피아 비리’로 인해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을 우려했다. 관피아 비리는 퇴직공무원이 관련 기업에 재취업해 현직 공무원과 유착 관계를 맺는 행위를 일컫는다. “관피아 구조가 형성되면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는 정부의 기능이 마비돼요. 사업자와 이를 관리·감독하는 사람이 한통속이라면 통제의 기능은 작동되지 않을 겁니다. 많은 안전사고가 그런 유착 관계에서 비롯되죠.”

기본을 망각했기에
  각 분야에서 교차된 시대적 관행은 커다란 사회적 참사를 야기했다. 그러나 사회적 참사 발생 이후의 사고 대처와 책임자 규명, 제도 집행 과정의 결함은 그 피해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세월호 침몰 등의 사회적 참사가 공통적으로 미흡했던 부분은 바로 진상규명이다. 이병훈 교수는 미흡한 진상규명의 원인으로 정부의 미온적 태도와 기업과의 이해관계를 꼽았다. “사고 관련 행정 정보와 자료를 공개하는 데 있어 정부는 비협조적이라고 느꼈어요. 기업도 처벌을 우려해 진상규명에 소극적이죠. 검찰도 기업 우선으로 수사를 진행합니다. 이로 인해 참사가 반복되는 것이죠.” 신희주 교수(가톨릭대 사회학과)도 이에 동의했다. “진상규명은 구조적으로 이해관계에 좌지우지되는 측면이 강해 안개 속으로 빠지게 돼요.”

  책임자를 향한 솜방망이 처벌도 참사의 반복을 부추긴다. 현재 양형제도는 형법에 명시된 형벌인 법정형과 선고형의 괴리를 크게 만든다. 이와 관련해 박주민 의원은 양형제도의 문제점을 짚었다. “판사가 형량을 굉장히 낮게 선고하는 경우가 많아요. 법정형을 높이는 취지가 반영되도록 양형 체계를 바꿔야 합니다.”

  신희주 교수는 기업에 경각심을 조성해서라도 처벌의 엄중함을 되새겨야 한다고 전했다. “제대로 처벌해야 안전 체계를 갖추고 사고를 예방하는 흉내라도 내요. 책임 소재와 체계적인 처벌 방법을 명확히 해 처벌에서 제외된 부분을 강화해야 합니다.”

  실제 사고 현장과 수습 과정에서 해당 제도가 확실히 집행되는지도 미지수다. 이영주 교수는 재난 대응 매뉴얼이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해당 매뉴얼이 재난 상황에서 작동하도록 작성됐는지, 조직 내부 인력이 매뉴얼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지 등을 충분히 검증해야 합니다.”

사회적 참사의 고리를 끊어야
  사고가 참사로 이어지고 참사를 제대로 수습하지 않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이영주 교수는 사고 및 재난 대응 매뉴얼이 현실적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조직과 인력이 바뀌거나 문제점을 새롭게 확인할 때마다 매뉴얼의 현장 적용성을 높여야 합니다.” 오빛나라 오빛나라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제도를 다듬는 것을 넘어 제도 적용을 강조했다. “평소 국가 차원에서 훈련을 실시하고 교육체계를 정비하며 제도 보완을 충분히 논의해야 해요. 그래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박주민 의원은 관피아 비리 근절을 위해 상호 견제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뇌물죄를 엄격하게 집행하고 검찰 인사를 주기적으로 발령할 필요가 있어요. 또한 관피아 비리의 큰 문제점인 회전문 인사를 근절하고 수사기관이 부패하지 않도록 견제 장치를 완비해야 합니다.”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개선 방안을 현장 지원의 관점에서 제시했다. “현재 민간 기업을 향한 위탁 관리·감독은 소수 인력으로 진행돼요. 인력 충원이 필요합니다. 그들에게 현장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업무 수행 대가로 인센티브를 보장한다면 부실 감독이 일어나지 않겠죠.”

  사회적 참사를 향한 원인 진단과 해결 방안 모색을 통해 사회적 참사에 관한 완전한 이해가 수반돼야 참사 반복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신희주 교수는 기업이 ‘사회적 비용’에 관한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비용이라는 개념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듯해요. 물질적 손실보다 사람이 가진 무궁무진한 자원의 힘과 사회 구성원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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