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유령으로 떠도는 폐어구
쪼개진 미세플라스틱은 식탁에

폐어구와 ‘나’의 연결고리가 존재할까. 어업에 종사하지 않는 이상 일상에서 어구를 사용할 일은 거의 없다. 그렇기에 빨대와 페트병 등 생활쓰레기 만큼 폐어구 문제가 일상에서 논의되기란 쉽지 않다. 나와는 먼일이라 여길 수 있지만 인간이 먹고 숨 쉬는 보통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폐어구 문제. 폐어구가 헤엄치는 바다의 사각지대를 들여다봤다.

  버려져도 여전히 잔인한 어구
  어구는 해양생물을 포획하기 위해 고안된 도구다. 바다에 버려지거나 유실된 이 도구는 썩지 않고 바다에 남아 ‘유령 어구’라 불리며 또다시 해양생물을 위협한다. 김태원 교수(인하대 해양과학과)는 유령 어구로 인해 해양생물이 자연 상태에서 죽거나 다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해양생물이 겪는 피해는 다양해요. 먹어서 문제가 되는 경우와 폐어구에 걸려 질식하거나 도망치지 못하는 경우, 몸의 일부가 잘리는 경우가 있죠. 특히 엉킨 낚싯줄은 눈에 잘 보이지 않아 지나가던 생물이 걸려 죽을 확률이 높습니다.” 유령 어구로 인한 피해는 연간 어획량의 10%인 약 3787억 원으로 추정된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인해 무의미한 죽음이 반복되는 것이다.

  대부분 유령 어구는 바다에 가라앉아 수거도 쉽지 않다. 박현선 시셰퍼드 코리아 대표는 유령 어구가 바다에 남아 유령 어업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명의 다이버가 가도 많은 양의 폐어구를 수거하기는 어려워요. 크레인 등을 이용해 대규모로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연안에서는 가능하지만 넓은 태평양 한가운데서는 수거가 불가능하죠. 유령 어구를 전부 처리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로 인한 피해가 지속하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들이 먹은 것, 우리가 먹을 것
  
폐어구는 바다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해양생물은 물론 인간에게도 피해를 준다. 폐어구 대부분은 플라스틱으로 이뤄져 있다. 물속에서 방치된 플라스틱은 장기적인 마모와 산화, 분해 등과 같은 과정을 통해 5mm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화한다. 김태원 교수는 인간이 버린 폐어구는 인간에게 되돌아온다고 설명했다. “플랑크톤과 같이 작은 생물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해요. 먹이사슬을 통해 상위 포식자로 이동해 독성 물질이 농축될 수 있죠.” 결국 미세플라스틱 먹이사슬에서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로 인간이 섭취하는 멸치와 게, 굴, 홍합 등 해양생물과 바다 소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특히 해양쓰레기 중 스티로폼 폐부표로 인한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스티로폼 부표는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를 부풀려 압착한 것이다. 버려진 스티로폼 부표가 잘게 부서지고 미세화되면 수거할 수 없다. 스티로폼 폐부표라는 하나의 오염원이 수십억개의 오염원으로 세력을 확장한다. 우리나라 남해안 미세플라스틱의 가장 큰 원인은 양식장 스티로폼 폐부표다.

  폐어구 문제는 기후에도 영향을 미친다. ‘블루카본’은 해초와 염습지 등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의미한다. 김연하 그린피스 활동가는 탄소 순환 과정에서 해양생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언급했다. “먹이사슬의 모든 단계에서 해양생물은 블루카본을 유지 및 순환하고 장기적으로 저장해요. 탄소를 지표에서 심해 및 퇴적물로 이동시키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수산물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 중 하나다. 우리가 밥상에 물고기를 올리는 사이 폐어구는 끊임없이 해양생물 그리고 우리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현선 대표는 바다와 인간이 밀접하게 연결이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인간은 육지 동물이다 보니 바다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바다는 기후, 식량 문제 등 인간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죠.” 폐어구는 단지 바다의 문제가 아닌 우리가 모두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표류하던 스티로폼 폐부표가 쓸려온 모습이다. 해류와 바람을 타고 잘게 쪼개진 폐부표 알갱이도 파도에 밀려왔다. 스티로폼 알갱이는 해양생물이 먹이로 착각하기 쉽다.
표류하던 스티로폼 폐부표가 쓸려온 모습이다. 해류와 바람을 타고 잘게 쪼개진 폐부표 알갱이도 파도에 밀려왔다. 스티로폼 알갱이는 해양생물이 먹이로 착각하기 쉽다. 사진 김수현 기자
부표, 밧줄, 그물, 통발 등 굴업도 밖에서 온 폐어구가 해변 근처에 쌓여있다. 잔잔한 바다와 대조되는 해양쓰레기가 해안선을 따라 흩뿌려진 모습을 드론으로 담았다.
부표, 밧줄, 그물, 통발 등 굴업도 밖에서 온 폐어구가 해변 근처에 쌓여있다. 잔잔한 바다와 대조되는 해양쓰레기가 해안선을 따라 흩뿌려진 모습을 드론으로 담았다. 사진 김수현·남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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