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드라마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배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가족, 학교 등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이들과 잘 지내기 위해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회화 훈련을 시작한다. 나 역시 
그렇게 만 23년을 보냈다. 다양한 사건이 있었지만 나름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놓치고 있었다. 

  평소 혼자 있는 시간을 참 좋아하는 편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강제로 늘어난 혼자만의 시간은 마냥 좋지는 않았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진짜 ‘나’의 모습을 바라보게 됐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만남에는 반드시 시작과 끝이 있다. 그 끝은 하루의 끝일 수도 있고, 인연의 끝일 수도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 해를 가한다면 언제든 끊을 수 있는 선택지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 자신과의 인연은 끝이 없다. 사회생활을 할 때도, 혼자만의 공간으로 들어갈 때도 항상 이어져 있다. 그런데 이 관계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어떻게? 이렇게.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 동안 나는 행복한 사람의 가면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내 안에 있는 나와 마주하는 그 순간부터는 소용이 없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거짓말을 해도 통하지 않는다. 상처를 가득 안고 웅크리고 앉아 우는 나 자신을 피하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불안정해졌다. 나 한 사람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는 사실에 세상 사람들을 대할 자신도 점점 사라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나 자신과의 관계 회복이 불가피했다. 타인과의 관계에 집착하고 매달리느라 내면의 관계를 돌보지 못한 시간이 길어 나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다른 이들의 기호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정작 나의 기호는 고민해 보지도 않았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등을 제대로 생각해 본 경험이 없다. 결국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서야 하나 둘 바라보게 되는 진짜 나의 모습. 그렇게 나와 화해를 하면 세상 사람들과의 관계도 자연스레 회복된다. 관계가 어렵다면 내면의 관계부터 확인해 보기를 권장한다. 

  기고문 제의를 받았을 때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생각하다가 결국 내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많은 사람이 나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을 거라고 확신했고 그런 사람들에게 조금은 이기적으로 나 자신을 돌봐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나 자신을 제대로 데리고 살지 못한다면 결국엔 버티다 못한 마음이 무너져 내릴 것이고 그러면 현재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마저 힘겹게 다가올 것이다. 오래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존중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는가? 혹여 당신을 가둬두고 가면을 쓰고 있지는 않는가?”

김수현 학생
사진전공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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