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 『작은 아씨들』을 다룬 ‘화석 작품, 어떻게 녹았나’를 흥미롭게 읽었다. 기사는 시대를 초월해 사랑을 받은 소설과 영화 안팎을 비교하면서 두 작품의 차이를 살뜰하게 살폈다. 원작이 토대하는 19세기 말 남북 전쟁 직후 미국과 영화 <작은 아씨들>(2019)이 나온 21세기, 성장 서사와 여성 서사가 중심을 이룬 테마, 1·2부로 구성된 원작의 연대기 구조와 플래시백, 플래시포워드 등 시간 이동 장치를 도입한 영화의 비선형적인 플롯이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는 걸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가부장제에 귀의하는여성 캐릭터의 한계를 보여주는 원작보다 지적 자기실현과 감정을 발견하는 자유로운 젊은 여성을 다룬 영화의 풍성한 의미 맥락을 분석한 점이 인상 깊다. 

  덧붙인다면 <작은 아씨들>은 이 작품의 연출자인 그레타 거윅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거윅은 현대 할리우드에서 가장 독창적인 예술가이다. 거윅은 인디 영화감독 노아 바움백의 연인이자 공동창작자이며, 감독 데뷔작 <레이디버드>(2018)를 통해 뛰어난 연출력까지 입증하였다. <작은 아씨들>에서 거윅의 각본과 연출은 배우, 작가, 영화감독으로서 커리어를 쌓아온 자신의 경험을 투사하고 있다. 시얼샤 로넌의 놀라운 연기로 표현되는 주인공 조 마치는 가족에게 헌신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조무래기 작가 지망생에서 성숙한 작가로 진화하는 인물이다. <작은 아씨들>은 여성들에게 적대적이었던 시대에 여성 예술가의 탄생에 관한 스토리에 초점을 둔다. 이 영화는 가정에의 정착과 그에 수반되는 도덕성을 거부하고 독립적인 여성이 되기를 힘쓰는 조가 자신의 경험을 진실하게 쓸 수 있도록 격려한다. 이를 통해 독립적인 여성 예술가 그레타 거윅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으로부터 조를 분리하여 예술 세계 안에서 여성의 길에 대해 질문한다. 

장병원 교수
첨단영상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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