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홍콩여행 중에 알게 된 한 유럽인의 역사적 견해는 필자의 강의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한국인이 일본에게 갖는 반감을 문제로 지적하면서 식민지 방식이지만 일본이 고대부터 한국에 철기문화를 전수해주었고, 한국의 근대화에 일조했으니 역사적으로 본다면 한국인은 일본을 마냥 부정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필자가 놀란 것은 이 논리에 일본의 고대사 왜곡인 ‘임나일본부설’이 마치 정설처럼 깔려 있었다는 것이다. ‘임나일본부설’은 2010년,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에서 사실이 아니며, 용어 자체를 폐기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학설은 유럽인의 역사 상식 안에 여전히 존재했다. 

  필자는 당시 간단한 반박의 논지조차도 갖추지 못했다. 역사 전공자로서 부끄러웠던 이때의 경험 때문에 당시 폐기된 ‘임나일본부설’이었지만, 언제든 부활할 수 있는 학설이라는 우려에 이를 반박할 수 있는 논지를 연구해 강의내용을 구상했다. 역사적 진실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중앙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우려했던 대로 ‘임나일본부설’은 되살아났고, 일본 현행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는 이 학설이 정설처럼 기술돼 우리는 앞으로도 이 왜곡된 역사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고대사 ‘임나일본부설’ 뿐만 아니라 독도 문제에서도 일본이 왜곡한 역사와 마주하고 있다. 2018년 일본 정부가 교과서 집필 기준인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해 독도를 ‘일본 고유의 영토’로 표기하도록 했는데, 이를 반영한 고등학교 교과서가 올해 3월 검정을 통과했다. 일본 고등학교 역사와 지리 관련 모든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이 기술됐다고 한다. 2022년부터 일본 학생들은 교과서를 통해 왜곡된 역사를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는 이 왜곡된 역사와 마주하게 될 때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현행 교과서에는 독도에 대한 일본 측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일본 사료를 수록하고 있다. 세기별 사례 몇 가지만 소개하겠다. 독도에 관한 일본 최초의 문헌은 『은주시청합기(1667)』인데, 독도를 조선의 영토로 기록했다. 「삼국접양지도(1785)」에는 독도를 조선의 영토로 색깔 표기했다. 19세기 자료로 주목되는 것은 「태정관지령문(1877)」인데, 당시 일본 최고 행정기관인 태정관에서 독도가 일본과 관계없다고 밝힌 지령이다. 「일본 총리부령 24호(1951)」에는 독도가 일본에 부속된 섬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독도는 일본에게 빼앗겼다가 되찾은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것을 일본 측 사료가 말해주고 있다.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일본의 억지 주장은 한반도 침탈의 역사를 되풀이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의에 죽고 참에 살자’를 실천하는 중앙인이라면 이 왜곡된 역사를 마주할 때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침묵하거나 외면하지 않았으면 한다. 

김엘리 교수
다빈치교양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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