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운동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중앙도서관 로비에 놓인 수많은 플라스틱 컵과 빨대를 본 이후였다. 사실 본인도 현대인의 삶을 살면서 ‘편리함’의 유혹에 항상 무너지는 나약한 존재이지만 환경을 위한 실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였다. ‘내가 아니면 누가 먼저 시작할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산 것은 텀블러와 스테인리스 빨대였다. 간단해 보여도 텀블러와 빨대를 세척해 카페에 가져가기까지 귀찮음의 과정을 매일매일 겪어야 했다. 빨대용 솔도 사야 하고 매일매일 립스틱 자국과 커피 향이 벤 텀블러를 씻어야 한다. 야심 차게 시작했던 “텀블러 프로젝트”는 가방 안에서 텀블러 속 커피가 흘러 노트북 수리를 맡겨야 했던 날부터 그만두었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대한 다짐이 무너질 때쯤 서초구에 위치한 <덕분애> 제로웨이스트샵에 방문했다. 아파트 단지 상가 2층에 있어 주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었고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일상과 동떨어지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리필 스테이션은 처음 경험해봤는데 완성품을 사는 것보다는 불편할 수 있겠지만, 직접 체험하는 걸 좋아하는 ‘아날로그형’ 사람들은 나름의 재미를 느끼겠다고 생각했다. 시중에 파는 제품들은 양이 많아서 남기게 되는 1인 세대에게는 특히 더 유용할 것 같았다. 

  주방세제, 빨래 세제, 샴푸와 같은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발사믹 식초, 곡물류와 같은 식품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었고 자신이 필요한 만큼 소량만 담아갈 수 있어서 ‘0(zero)’웨이스트와 가장 잘 어울리는 소비 형태라고 생각했다. 

  리필 스테이션이 있는 코너 말고도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이 있었는데 빨대, 수저, 밀랍 랩과 천연 라텍스 고무장갑 등 주방용품부터 재활용이 가능한 아기 젖병까지 다양하게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제품들도 친환경제품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때마침 손님이 없어서 <덕분애>를 운영하고 계시는 대표님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위해 친환경 제품을 사는 고객들은 대부분 20~30대 밀레니엄 세대, 그중에서도 여성들이며 친환경 소비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오기 때문에 오히려 소비를 편하게 한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스테인리스 빨대를 사려고 간 곳에서 ‘친환경 소비에 대한 자세’까지 고민하게 된 셈이었다. 귀찮다는 이유 하나로 쉽게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포기하고,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로 일회용 제품을 사용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시간이었다. 

  환경을 위한 노력이 거창한 것이 아닌 일상 속 작은 부분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단순히 경제적인 면만을 고려하기보다는 환경을 위해 의식적으로 소비해야 하고 모든 실천은 집, 아파트 단지, 학교, 직장 등 생활공간 모든 곳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느꼈다. 

김하경 학생
중국어문학전공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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