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발표한 가정용 플라스틱 실태 조사에 따르면 배출된 플라스틱의 약 71.5%가 식품 포장재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수치는 일상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플라스틱이 포장재로 이용된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무분별한 포장재 사용으로 발생하는 환경파괴는 예전부터 꾸준하게 논란이 됐다. 특히, 명절마다 등장하는 선물세트의 과도한 포장, 제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스티로폼 박스는 환경보호에 앞장서야 할 인간들의 무책임함을 보여준다. 상품 보호라는 포장의 기본적인 기능이 이미 퇴색된 지 오래다. 

  정부도 이러한 현실을 직시한 것일까. 지난해 생활 폐기물 감소를 골자로 한 「제품의 포장 재질·포장 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재포장 금지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이는 제도 기준을 부실하게 설립해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해당 법에서 다양한 제품을 감싸고 있는 여러 포장 중 어떠한 형태가 재포장에 속하는지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분명하지 않은 재포장 금지법의 기준으로 인해 국민들은 해당 법을 묶음 포장 할인 금지법으로 오해하고 말았다. 

  지난해 12월 환경부는 제도의 기준을 새롭게 검토해 법령을 다시 제정했다. 하지만 허술함은 여전했다. 낱개로 판매하는 제품의 경우, 대형마트의 기획 행사를 위해 재포장하는 행위와 3개 이하의 제품을 묶음으로 판매하는 행동을 금지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기준에만 몰두해 제도의 목적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3개 이하 제품 묶음 포장은 제재하지만 4개 이상의 대용량 제품 포장은 허용한 제도는 오히려 환경파괴의 또 다른 여지를 남겼다. 정책의 미흡함으로 인해 기업은 미꾸라지처럼 법을 피해갔으며, 정부는 환경오염 행보를 이어가는 데 빈틈을 내줬다. 

  현재 대부분의 라면 업계는 재포장 금지법의 취지에 공감만 할 뿐, 이를 실천하고 있지 않다. 특히 현재의 포장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견해를 밝힌 기업도 있었다. 단지 이익을 위해 환경파괴 완화 방법을 무시하는 기업의 뻔뻔함. 이는 정책의 허점에서 비롯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재포장 금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4월부터 이러한 결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하지만 환경부는 현재까지 묵묵부답인 상태다. 그저 운송 및 운반을 위한 포장을 운운하며 해당 기준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운송용 비닐 포장은 종이 띠지로도 대체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지 오래임에도, 그들의 행보는 여전하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모양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환경부에서 주최하는 ‘제2차 생활 속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실천 운동’의 1번째 주자로 나섰다. 이어 불필요한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인류를 위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것을 약속했다. 과연 법의 테두리 밖에 존재하는 포장재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일회용품인가. 

  환경을 보전해야 한다는 보여주기식 정책은 이제 멈춰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정책의 허술함을 노려 환경파괴를 지속하겠다는 태도는 터무니없다. 환경 보전에 앞서고 국민에 모범을 보이는 정부와 기업의 행보가 절실하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