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은 오래전에 살았던 동식물의 유해나 활동 흔적 따위가 퇴적물에 매몰된 채 남아 있는 상태를 일컫습니다. 동시에 변화하거나 발전하지 않고 어떤 상태에서 돌처럼 굳은 모습을 비유하기도 합니다. 예술작품에도 화석이 존재하는데요. 화석만큼이나 오래된 고전 작품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현재 우리 일상에 친숙하게 녹아들어 그 모습을 다르게 하고 있죠. 아무리 화석작품이 변모했다고 해도 화석은 화석인데요. 어떻게 변신했는지 경로를 한번 추적해봅시다!김유진 기자 kyj8976@cauon.net

루이자 메이 올컷. 사진출처 네이버
루이자 메이 올컷. 사진출처 네이버

 

 

 

 

 

소녀와 소년. 성인도 아니지만 아이는 더욱 아닌 시기다. 모든 사람은 이 시기를 지나 성인으로 성장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보내는 격동의 시간은 평범한 듯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값진 가르침을 품고 있다. 보통의 경험으로부터 귀중한 가치를 찾아낸, 오래됐지만 빛나는 작품을 하나 소개하려 한다. 바로 『작은 아씨들』(루이자 메이 올컷 씀)이다. 

  소녀에서 여인이 되기까지
  1868년 출간된 소설 『작은 아씨들』은 미국 남북전쟁이라는 배경에서 네 자매가 성장하는 과정을 중심 서사로 한다.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진 인물 메그, 조, 베스, 에이미가 사춘기 시절을 거쳐 성인이 되는 모습 안에 따뜻한 교훈을 녹여냈다. 소설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1부는 남북전쟁에 참전한 아버지가 부재한 상황 속 네 자매의 10대 소녀 시절을 담고 있다. 2부에선 전쟁이 끝나고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온 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때 메그의 결혼부터 베스의 죽음, 에이미와 조의 결혼 등 성인이 된 인물들의 삶을 다룬다.

  『작은 아씨들』은 작가 올컷의 실제 삶이 많이 투영된 자전적 이야기다. 올컷은 네 명의 자매 중 둘째였는데, 올컷 자매는 각각 작품에 등장하는 메그, 조, 베스, 에이미의 모델이 됐다. 출판사로부터 ‘소녀들을 위한 책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올컷이 10주 만에 소설 집필을 마쳤다고 전해진다.

  평소에 즐겨 써왔던 스릴러물과 다르게 여성 성장 주제를 다룬 『작은 아씨들』을 출판했을 때 올컷은 성공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작품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발간과 동시에 초판이 매진되고 소녀 팬들이 그의 집을 찾아왔다. 그럴 때면 올컷은 자신을 하녀라고 둘러대야 할 정도였다.

  잔잔한 해피엔딩 속 큰 울림
  『작은 아씨들』이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해당 소설이 지닌 가치 중 하나는 바로 평범함이다. 올컷은 처음에 자신의 소설을 다소 지루한 작품이라고까지 여겼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보편적이기에 그 무엇보다 독자의 삶과 맞닿아 있었다. 진정성 있는 그의 소설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작품 속 ‘가장 아름다운 건 뭐니 뭐니 해도 가족이야!’라는 대사처럼 『작은 아씨들』은 평범하지만 아름답고, 평범하기에 아름다운 이야기다.

  더불어 『작은 아씨들』은 ‘성장소설’이 가진 면모를 잘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성장소설은 젊은 인물이 자신이 속한 사회의 일원이 되면서 겪는 고통을 다룬다. 성장소설 속 주인공은 기성세대의 가치관과 사회질서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갈등을 경험한다. 하지만 결국 정신적인 성장과 각성을 통해 주체 의식에 눈을 뜨게 된다. 박연옥 교수(경북대 영어영문학과)는 19세기 소설의 경우 주인공의 성별에 따라 서사와 이데올로기에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 소설에서 가부장적 사회질서에 순응한 여주인공은 결혼으로 보답을 받아요. 남자 주인공은 기존 질서에서 벗어나 모험을 즐기는데 말이죠.” 해당 소설엔 현실과의 조화 및 갈등을 경험하다 결혼을 맞이하는 자매들이 나타난다.

  작품은 주어진 조건하에 부지런히 일을 하고 타인을 돕는 조를 매력적으로 표현한다. A교수(총신대 영어교육과)에 따르면 『작은 아씨들』이 조의 모습을 통해 능동적인 삶의 가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당시 여성은 참정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변변한 직업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소설 속 여성이 주체적 인간으로 성장하는 모습은 여성 독자에게 독립적인 삶을 격려한 셈이다.

  『작은 아씨들』이 출판됐을 때 미국은 여성 차별의 문제가 심각한 시기였다. 소설에 등장하는 메그와 베스는 당대 가치관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와 상반되게 중심인물 조는 당시 전통적 여성상에서 다소 벗어난다는 특징을 지닌다. 소설은 조를 ‘사내아이처럼 무릎을 세워 앉고’, ‘휘파람을 불고 다니는’ 모습으로 묘사한다. 더불어 그는 작가라는 꿈을 이루고자 집을 떠나 뉴욕으로 유학을 가게 된다. 막내 에이미 역시 자신의 목표와 꿈의 실현을 위해서는 타인에게 양보하거나 머뭇거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19세기의 희생적인 여성상과 충돌하게 된다. 이와 같이 해당 소설은 당시 가치관에 저항하는 여성의 모습을 포함해 시대를 앞선 상상력을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당대 여성이 처한 문제를 소설의 언어로 이야기한 『작은 아씨들』은 시대에 따라 새롭게 평가되며 다층적 의미를 남겨 놓았다. 소설을 읽는 내내 네 자매 메그, 조, 베스, 에이미 중 기자는 어떤 인물과 가장 닮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또 어떤 인물을 닮고 싶은가 생각한다. 이러한 고민 끝에 성장이 맺힌다.

『작은 아씨들』은 가정생활을 밝고 매력적으로 표현해 출판과 동시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해당 서적을 통해 모든 시대의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모아놓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사회에 대한 통찰을 제시했다. 사진출처 WIKIMEDIA COMMONS
『작은 아씨들』은 가정생활을 밝고 매력적으로 표현해 출판과 동시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해당 서적을 통해 모든 시대의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모아놓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사회에 대한 통찰을 제시했다. 사진출처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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