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눈이 떠진 날이었다. 피곤함이 몰려왔다. 전날 밤 휴대폰을 하다가 늦게 자서 4시간도 채 못 잤기 때문이다. 다시 잠들지도 못한 채 아침 시간을 허비했다. 수업을 위해 학교에 가려 하자 속이 좋지 않았다. 잠시 누워있는 바람에 결국 지하철 시간을 놓쳐 택시를 탔다. 설상가상 따듯한 낮 기온에 차 안은 덥고 도로는 밀리고 속은 더 뒤틀렸다. 짜증이 몰려왔다. 

  수업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에 관한 것이었다. 브레히트는 20세기에 활동한 독일 문학가로 희곡 시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약했다. 그의 작품 중 어느 것이든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그의 독특함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글뿐만 아니라 브레히트라는 사람 자체에도 흥미가 일었다. 

  브레히트는 작품을 통해 사회를 향한 비판적 시선을 끊임없이 던졌다. 그리고 그 방식은 매번 개성적이었다.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그의 작품들은 사회 비판적이면서도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의 작품들은 무정부주의, 마르크스주의 등의 성격을 띠기도 하지만 브레히트는 어떤 주의에도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교수님께서는 브레히트 자신은 브레히트 주의자였다고 말씀하셨다. 사진 속 그의 웃는 얼굴은 17년간의 망명 생활을 겪은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브레히트는 빠른 판단력과 실행력으로 거처를 바꾸었다. 자신을 믿고 행동한 결과였다. 어떻게 그는 그렇게 뚜렷한 주관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주관대로 행동할 수 있었을까, 수업을 듣는 내내 감탄스러웠다.  

  사실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브레히트 같은 사람들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오전부터 학교 가는 길 내내 들었던 자괴감과 우울한 감정들은 수업을 들으면서, 나와는 아주 다른 인생을 살고 간 그를 생각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뀌었다. 이 찰나의 감정을 느끼며 비극적인 결말을 상상해보았다. 평생 그들을 동경하며 자기연민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감정이 내 삶에 대한 긍정이라고 믿기로 했다. 브레히트가 세상에 족적을 남길 수 있었던 원동력도 브레히트 그 자신에게 있었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말이다. 브레히트가 자신의 인생을 통해 증명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을 담은 인용문을 덧붙인다.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없다고 믿으면 정말로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다고 믿으면 처음에는 그러한 능력이 없었을지 몰라도 곧 그 능력이 생긴다.’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면 그 믿음이 자신을 믿는 만큼 유능한 사람으로 만든다는 말이다. 세상을 바꾸는 힘을 이렇게 자기 자신을 믿는 힘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한 신념은 돈이나 권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자신을 믿고 시도하고 도전할 때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최종엽, <논어, 직장인의 미래를 논하다> 41p

최진주 학생
독일어문학전공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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