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부실 공사 은폐 한수원 직원 등 8명 기소’, ‘원전 의존 갈수록 높아져 모회사 한전 먹여살리는 한수원’. 최근 한국 원전 관련 기사다. 여느 때 같았으면 잠깐 멈칫하고 넘어갔겠지만 『체르노빌의 목소리』(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씀)를 읽은 후 엄청난 두려움이 엄습했다. 1986년, 약간의 설계 결함과 찰나의 조작 실수로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수백만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체르노빌은 척박하고 오염됐다.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 속 편리한 생활과 대재앙의 두려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는 현재, 과거 체르노빌 증인들은 소리 없는 외침을 이어가고 있다. 

  섬광과 버섯구름은 눈 감아 버리고 싶은 체르노빌의 냉혹하고 잔인한 현실과 사람들의 인생을 집어삼킨 괴로움, 그리고 지워지지 않는 고통의 시작이었다. 고위 공직자, 학자, 연구자들은 위험하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우주복 같은 방호복을 입고 피폭 지역을 시찰했다. 하지만 폭발된 원전 바로 위에서 일하는 해체 작업자들에겐 제대로 된 방독면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피폭 지역에서 생산되는 작물이 안전하다면서도 주민들이 대접하는 물 대신 생수를 챙겨 다녔고, 그들이 주는 과일은 먹지 않고 조용히 버렸다.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한 이중성이었다. 

  체르노빌도, 후쿠시마도 원전의 절대적인 안전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사고는 발생했다.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금서로 지정됐을 만큼 철저한 은폐 속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는 힘을 잃어갔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방사능 피폭 수치를 정확히 밝히지 않은 채 후쿠시마는 안전하다는 말만 공허한 메아리처럼 반복한다. 

  핵발전소 밀집도가 세계 1위인 나라, 부산과 울산 사이에 7개의 핵발전소가 있으며 현재 3개가 건설 중인 나라. 한국도 원전은 상당히 안전하며 경제적인 에너지원이라고 말하고 있다. 고리는 후쿠시마, 체르노빌과 같은 ‘핵 단지’이다. 앞선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핵 단지에선 한 개의 발전소에서 시작된 연쇄적 폭발을 막지 못했다. 이러한 위험성을 고려할 때, 진영논리와 이해관계를 넘어서 원전 건설은 언제나 중단돼야 한다. 

  인간의 오만한 자신감이 불러일으킨 대재앙에 희생당한 영혼들은 원전만이 대안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원자력은 어떤 기술보다도 사회적 수용성이 요구되는 분야다.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씀)은 환경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환기함과 동시에 환경운동을 촉발해 전 세계 독성 살충제 사용 중단이라는 결과를 이끌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대변하는 체르노빌의 절규는 핵으로부터 안전하고 아름다운 세상으로의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원전의 위험성을 아는 안타깝고 초초한 마음들이 연대해 세상을 변화시킬 하나의 큰 희망이 됐으면 한다.

곽민경 대학보도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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