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년 세대의 ‘젠더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기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말이나 손동작에서부터 법원의 판결, 국가의 정책까지. 우리 사회에 개인주의와 평등의 가치가 확산함에 따라 젠더 갈등 또한 그만큼 증가하고 있는데요. 몇몇 정치인들은 이에 발맞춰 젠더 갈등을 해결하겠다며 다양한 정책들을 들고 오고 있죠. 청년 세대는 젠더 갈등에 대해 어떻게 생 각하고 있을까요? 논의되는 해결안들은 젠더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까요? 설문을 통해 청년 세대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해석해봤습니다. 김예령 기자 kduaud@cauon.net

4·7 재보궐선거의 화두 중 하나는 MZ세대(현 2030세대) 표심의 향방이었다. 이들 세대의 핵심 서사인 ‘공정’의 잣대에 과연 어느 정당이 부합하는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었다. 선거 이후에도 MZ세대라는 용어는 계속해서 공론장에 소환됐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대남(20대 남성)’, ‘이대녀(20대 여성)’ 등 신조어를 남발하며 ‘젠더 갈등’ 담론 표출을 이어간 것이다. MZ세대와 ‘이대남, 이대녀’인 우리는 정말 ‘젠더 갈등’ 중인 걸까. 

  2030에게 직접 물어봤다 
  「한국사회 젠더갈등인식에 관한 탐색적 연구: 성별 조절효과를 중심으로」(류연규·김영미, 2019)에 따르면 젠더 갈등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불평등한 젠더 권력과 자원의 배분을 둘러싼 이해관계의 대립, 기존의 성 역할 규범과 가치관을 둘러싼 갈등과 충돌, 불평등한 현실에 대한 인식 차이로 인한 갈등’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한국 사회의 젠더 갈등에는 가부장제에 맞서 더 많은 변화를 요구하는 집단과, 이미 차별은 해소됐으며 여성이 ‘과도하게’ 요구한다고 반발하는 집단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다. 

  젠더 갈등은 이전부터 꾸준히 우려됐던 문제다. 2018년 한국일보와 오픈서베이에서 19~70세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향후 더 심해질 것으로 보는 우리 사회 갈등’으로 젠더 갈등이 2위(약 19.1%)를 차지했다. 중대신문이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현재 젠더 갈등의 심각성은 성별을 불문하고 실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19~29세 청년 157명에게 ‘한국 사회에 젠더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약 95.5%가 ‘그렇다(심각하다+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신광영 교수(사회학과)는 우리 사회 속 젠더 갈등이 언론의 자극적 보도를 통해 더욱 부각된다고 이야기했다. “한국 언론은 심층적인 분석 기사보다는 주로 하루하루를 때우는 데 급급한 보도 기사를 내고 있어요.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경우도 많고, 자극적인 제목 달기나 관심을 끌기 위한 기사도 아주 많죠. 젠더 갈등은 이런 기사들의 단골 메뉴가 돼요. 댓글이 많이 달리기도 하니까요.” 

  젠더 갈등이 심각해진 원인을 묻는 문항에 여성 응답자는 ‘젠더 갈등의 정치적 도구화’, ‘(남녀)상호 불통·불신’, ‘언론사의 자극적 보도’ 순으로 선정했지만 남성 응답자는 ‘페미니즘의 확산’, ‘정부의 불공평한 정책’ 등을 주요 원인으로 답했다. 젠더 갈등의 원인을 두고 남녀가 서로 다른 곳을 지목한 것이다. 

  ‘한국 사회가 성별을 기준으로 누구에게 더욱 불평등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더욱 명확히 젠더 갈등의 양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여성 응답자의 약 74.3%가 ‘여성에게 더욱 불평등하다’고 응답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남성 응답자는 약 10.3%만이 한국 사회가 여성에게 더욱 불평등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여성 응답자는 ‘여성을 향한 성폭력 및 성적 대상화’, ‘가부장적 관습’, ‘고용 차별’ 등 사회 구조적 차별을 주요 원인으로 짚었다. 반면, 남성 응답자 중 약 56.3%는 한국 사회가 남성에게 더욱 불평등하다고 답했다. 이들은 ‘남성을 향한 역차별’, ‘현 정부의 정책 기조’, ‘병역의 의무’ 등 최근 다시 공론화된 이슈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20대 남성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남성을 권력의 주체가 아닌 성차별의 피해자로 보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젠더 갈등과 반페미니즘의 문법」(김보명, 2019)에서는 그 이유를 20대 남성이 아직 노동시장의 성차별이나 결혼 및 가족제도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희생을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았고, 아버지 세대의 남성처럼 가부장제의 단단한 남성연대와 권력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세대이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그럼에도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일어나는 ‘성평등’의 압력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험하는 집단이기에 남성에게 더욱 불평등하다는 인식이 생겨났다는 해석이다. 

  신광영 교수는 20대 남성의 불만이 한국 사회의 변화와 관련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는 젠더 관계에 급격한 변화를 겪지만, 그 속도와 내용에 큰 편차가 있습니다. 가족과 교육 분야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성과를 내는 등의 젠더 역전 현상에 남학생들은 군 복무로 인해 여학생보다 뒤쳐진다고 생각하죠.” 그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여성이 제기하는 가부장제, 남성 중심 조직문화, 경력단절 같은 사회적 차원의 문제가 청년 세대 남성 자신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덧붙였다.  

  ‘성차별 경험 양상이 세대 간에 다르게 발현된다고 생각하십니까’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약 87.3%가 수긍(그렇다+매우 그렇다)했다. 전체적으로 ‘산업화 세대(1940-1954출생)’에서부터 ‘386세대(1960-1969출생)’에 이르기까지 ‘어머니 세대’를 중심으로 이전 세대로 회귀할수록 더 큰 성차별을 경험했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MZ세대(1981~출생)’는 약 13.1%를 기록하며 ‘X세대(1970-1980출생)’보다 약 8%p 더 높았다.  

  응답자 대다수는 세대 간에 성차별 양상이 다른 이유로 과거의 경우 가부장제의 압력이 심했으며, 점차 교육과 사회 운동을 통해 사회가 개선됐음을 언급했다. 남성 응답자 중 일부는 개선을 넘어 현재 한국 사회가 남녀 평등하거나 오히려 남성이 더 차별을 받는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 여성 응답자들은 차별의 상대적 크기를 비교하는 태도의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여전히 가부장적 사회구조 속 성차별이 잔존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녀 차별’ 제도를 고쳐야 한다?  
  이러한 관점 차는 정책적인 측면에 대한 응답에서도 이어졌다. 설문을 통해 ‘2030세대 여성에게 결과적 평등을 위한 제도적 조치가 필요한가’를 질문한 결과, 남성 응답자의 약 83.9%는 부정적(그렇지 않다+전혀 그렇지 않다)으로 응답했다. 반면 여성 응답자의 약 65.7%는 그 필요성을 인정했다. 여성을 위한 결과적 평등의 제도적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응답한 주요 이유로는 ‘남성을 향한 역차별 우려(약 77.6%)’, ‘청년 남녀는 이미 평등하다(약 55.3%)’, ‘여성이 병역 의무를 지지 않아서(약 37.6%)’ 등이 있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할당제가 아니라 채용 후 차별이 문제다’, ‘완전한 성별 블라인드 채용이 낫다’ 등이 제시됐다. 제도적 조치 도입 옹호 근거로는 ‘기존 사회의 남성 중심 편향(약 90.4%)’, ‘취업·승진에 존재하는 유리천장(약 90.4%)’, ‘출산·육아 등 압박(약 69.2%)’ 등이 언급됐다. 

  「젠더 갈등과 반페미니즘의 문법」에서는 성평등 정책에 역차별이 논의되는 이유가 청년 세대에게 젠더 정치학이 자원과 권력에 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접근의 문제로 다가오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또한 과거부터 누적돼 온 구조적 불평등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으로 여겨져 쉽게 가시화되지 않지만,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정책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시성을 갖게 되면서 역차별 감각이 빠르게 확산한다고 덧붙였다. 

  보궐선거 이후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남녀 모두 최대 100일 동안 의무적으로 기초 군사 훈련을 받게 하자”며 남녀평등 복무제를 제시해 여성 징병제 논의가 이뤄졌다.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해 주십시오’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동의하는 사람이 약 30만 명(22일 기준)에 달했다. 

  여성 징병제 도입과 관련해 ‘해당 제도 도입이 성차별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질문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약 28.67%가 ‘그렇다’, 약 43.3%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 남성은 약 39.1%가 긍정했고, 여성은 약 15.7%였다. 긍정 사유로는 ‘병역은 하나의 의무로서 남성에게만 부여되는 것이 부당하기 때문’, ‘여성이 병역의무를 분담한다면 여성의 목소리에 더 큰 힘이 실릴 것’ 등의 응답이 있었다. 부정 사유로는 ‘성차별·성폭력 문화의 잔존’, ‘현행 제도적 장치의 미비’, ‘남녀 신체 능력의 차이’ 등이 언급됐다. 일각에서는 여성 징병제 논의는 국방 및 안보와 관련한 영역으로 젠더 갈등의 영역이 아님을 지적하기도 했다.  

  본질이 가려져선 안 되니까 
  당장 우리 눈앞에 있는 젠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는 어떻게 변모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기존의 성 역할 규범과 현세대 간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노동시장과 가족구조가 변화하고 기존의 가부장적인 질서가 재배열되는 상황에서 청년 세대는 단지 그 변화에 적응하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된다. 새로운 젠더 규범과 갈등 해소의 전략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신광영 교수는 청년들이 미디어의 자극적인 담론에서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현실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한국의 젠더 문제를 인식하려 노력해야 해요.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합리적 비판과 제도적 대안을 통해 누구나 억압받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야 하죠.”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김종갑 소장은 현재 심화된 젠더 갈등이 새로운 담론의 장으로 이어질 것이라 긍정했다. “격화된 갈등 양상은 앞으로 한동안 지속하리라 생각해요. 각자 상대방에 대해 그동안 쌓였던 불만과 분노가 폭발적으로 표출되는 시기니까요. 이러한 극단의 시기를 거쳐야만 여성과 남성이 진정으로 상대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할 겁니다. 또한 이는 갈등을 이념적으로가 아니라 실용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담론의 장으로 이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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