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론장에 대한 고민이 많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 중 절반가량은 대면 행사에 참여해본 적이 없다. 서로 이야기를 나눌 곳이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외에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돌파구가 되어줄 것 같았던 학생총회가 8년 만에 성사되나 싶었지만 아쉽게도 무산됐다. 

  흔히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다면, 그 해결의 시작은 활발한 논의라고 한다. 외면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사회 구성원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각자의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는 대립과 충돌을 각오하고 우선 모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거나 중요하지만 가시화되지 못한 주제를 지면에 실어 의제를 공론의 영역으로 옮기고, 공론이 건강하고 활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적절한 비판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일 테다. 

  대학언론은 원론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수십 년째 위기다. 중대신문은 학생들의 의견을 담아내는데 정말 충실하다. 하지만 그 방식은 관습적이고 때로는 진부하다. 어떻게 해야 좀 더 많은 의견을 들을 수 있을지, 어떻게 건강한 공론장을 조성할지에 대한 고민은 언론의 몫이다. 제1990호에서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한 비건·할랄 학식 관련 기사는 교수와 학생들의 답변이 나열되었을 뿐 기자의 심도 있는 분석이나 날카로운 비판은 찾기 어려웠다. 비거니즘은 환경 문제 등 다양한 이슈와 밀접하게 연결돼 빠르게 확장되고 있음에도 학생들의 ‘선택권’으로만 의제를 풀어낸 것도 아쉬웠다. 많은 대학언론이 당장 앞에 놓인 실무와 마감 탓을 하며 새로운 시도를 거부하고 있는 듯하다. 내가 속한 곳 역시 그렇다. 새로운 시도를 하기 전 어떤 관습을 버려야 할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시원 학생
중앙문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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