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며 타인을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리적 접촉이 점차 줄어 이제는 온라인 상 접속이 더 익숙한 시기다. 이런 때일수록 언론의 역할이 대두된다. 공적으로 재현되지 못하는 소수자가 가시화되도록 언론이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해야 한다. 

  중대신문 제1990호 기사 중 4면 학생식당 보도기획은 학내 소수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의미 있는 기사다. “비건·할랄 학식, 선택 아닌 필수”는 비건·할랄 학식의 부재로 인한 문제를 밝히고, 비건·할랄 학식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또한 비건·할랄 학식을 도입한 타 대학 사례를 인용하고 총학생회의 논의를 살피며 실질적 개선을 강구한다. 

  다만 “비건·할랄 학식, 선택 아닌 필수”의 경우 학식 관련 문제에 집중한 탓인지 비건을 식습관에 한정해 정의한다. 비거니즘은 동물 착취와 환경오염 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총체적인 삶의 양식이기에 설명에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기사 내 자가 체크리스트는 비건 학생의 선택지에 관한 오해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 비건은 특정 식품의 섭취 제한 이전에 동물성 식품의 소비 자체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학생식당 메뉴에서 비건 학식의 부재를 직관적으로 드러낸 점은 훌륭하다. 

  이번 보도기획이 중앙대 내 소수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들 삶에 공감할 기회로 작용하길 바란다. 나아가 중대신문에서 다양한 학내 구성원의 삶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한다. 소수자에 관한 심층 취재도 중요하지만, 어떤 쟁점이든 소수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언론이 안전한 공론장으로써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타자를 상상하는 것조차 어려운 시대에 중대신문이 중앙대 내 소수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창구로 기능하기를 고대한다. 소수자를 향한 배려와 시혜를 넘어 서로를 존중하는 학내 분위기가 당연시될 때까지 중대신문과 함께하길 희망한다.

정진아 학생
녹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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