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에는 다양한 국적, 가치관 혹은 신념, 성격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있습니다. 이러한 학생들이 이용하는 학생식당은 중앙대에 다니는 모든 학생이 식사에 있어 선택권을 존중받아 메뉴 선택이나 이용에 제한이 없어야 하죠. 그러나 비건식이나 할랄식을 먹는 학생은 학생식당에서 메뉴 선택 및 이용에 자유롭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들이 겪은 어려움과 중앙대 학생식당이 앞으로 모든 학생의 식사에 관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습니다. 최희원 기자 strawberr2@cauon.net


최근 국내 비건·할랄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며 식이 소수자의 권리보장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사회적 기반시설과 환경 조성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학내 식이 소수자들 또한 이러한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들의 권리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교내 비건·할랄 학식 도입과 관련한 여론 및 학생식당의 방향성을 짚어봤다.  

  점증하는 비건·할랄식 수요 
  비건은 동물로부터 비롯된 모든 음식을 지양하는 채식 실천이다. 한국채식연합 추산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채식 인구는 약 150만명이다. 이는 10년 사이 약 10배 증가한 수치다. 신한카드 자체 추산자료에 따르면 서울 소재 비건 식당 및 카페 이용 금액은 2014년 약 8억원 수준에서 2019년 약 21억원으로, 163%p 증가세를 보였다. 또한, 2020년 국내 이슬람·힌두교 이민자는 약 12만명으로 2017년 대비 약 2만명 증가했다. 이들 대다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허용되는 품목만을 섭취하는 할랄을 실천한다. 이에 국방부는 지난해 채식주의자와 무슬림을 위한 식단 마련을 검토하고 나섰다. 

  학생의 권리는 안녕하지 못하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앙대는 식이 소수자를 위한 학식을 별도로 운영하지 않는 상황이다. 서울캠 생활관에는 이슬람권 학생을 위한 할랄식 조리실이 마련됐으나 이는 ‘한국국제협력단 사업(KOICA 사업)’ 관련 학생 일부만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매 학기 초 비건·할랄 학생들은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캠 생활관 측은 “생활관에 공간을 마련할 여건이 안되는 상황”이라며 “수요가 적어 학생들의 이용 여부를 모르는 상황에서 미리 관련 학식을 준비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육식만 하지 않는 페스코 베지테리언 A학생은 “생활관 내 조리가 불가능해 배달 음식이나 즉석식품으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다”며 “채식용 완제품은 가격이 부담스러워 학교 인근 반찬 가게를 이용하지만 이로 인해 매일 거의 똑같은 반찬을 먹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학식은 주메뉴가 대체로 육식이기 때문에 지양하는 음식의 범위가 넓은 다른 채식 실천가들이 먹을 수 있는 메뉴도 거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종교적 이유로 할랄을 실천하는 B학생은 “평소 학생식당에서 먹지 않고 스스로 조리해 먹는 것에 익숙해졌다”며 “가끔 피곤할 때 학생식당에 가서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윤리적 이유로 비건을 실천한 경험도 있었으나 사회적 시선에 대한 우려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비건·할랄 학식의 부재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비건 식습관을 종종 실천하고자 하는 C학생은 “생활관에 살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의 학식을 자주 이용하게 되는데 비건 학식 메뉴가 부재해 어쩔 수 없이 비건을 포기한 적이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중앙대 비건 학식 추진 모임(비학모) 소속 이현수 학생(공공인재학부 3)은 “비건을 위한 학식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며 “이는 당사자에 대한 차별이자 궁극적으로 동물 착취를 용인하는 형태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두를 위한 학식 어디 있나?  
  학생사회는 비건·할랄 학식 도입 필요성을 피력했다. A학생은 “비건 학식 도입은 근본적으로 다양성과 동물권 그리고 환경권까지 총체적인 이해의 확장”이라며 “이제 비건은 평범한 삶의 방식 중 하나로 여겨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C학생은 “현대사회가 중요한 가치관으로서 비건을 받아들이기 위한 출발점으로 일상에서 접하는 학식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초반에는 우유를 두유로 바꾸는 등 간단한 방법들을 함께 고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택권 차원에서 할랄 학식 도입 필요성도 제기됐다. B학생은 “한국에 유학생이 증가하며 학생들이 먹을 것에 대해 선택권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최소한 고기가 안 들어가는 요리 혹은 해산물만 들어가는 요리라도 메뉴에 포함한다면 할랄 실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민정 사과대 학생회장(사회학과 4)은 “학내 구성원의 인권 문제를 수익성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소수자는 타자화되고 배제될 수밖에 없다”며 학교 측이 권리 차원에서 비건·할랄 학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음을 제시했다. 최승민 인문대 학생회장(역사학과 4)은 “학식의 수익성을 고려하는 것은 후순위 문제”라며 식이 소수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비학모 이현수 학생은 “대학본부 측에서 업체의 수익성을 언급하지만 수요가 있기 때문에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지향해야 할 하나의 목표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업체 위탁 방식이더라도 학교는 이와 관련한 영향력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민정 회장은 “비건식과 할랄식은 사회·종교·문화적 지향으로 선택한 식습관이며 이를 선택하는 학생들은 식이 소수자로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식은 중앙대 구성원들을 위해 마련된 식당이자 저렴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식당과는 차별성을 지닌다”며 비건·할랄 학식의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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