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0원’. 2021년 기준 국군장병의 한 끼 급식비다. 서울시 기준(1100명 초과) 무상급식으로 운영하는 초등학교(3715원), 중학교(5588원)보다 낮다. 군 장병의 일일 급식비는 8790원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비빔밥 한 그릇이 약 8769원(2021년 3월 서울 기준)이다. 군인의 하루 급식비가 사회에서의 한 끼 비용과 큰 차이가 없다.

  최근 휴가 복귀 이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의무 격리가 이뤄지는 부대도 존재한다. 격리 장병들에게 부실한 식사가 제공되고 있었다. 얼마 전 한 SNS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은 충격을 안겨줬다. 밥과 김치를 포함해 반찬 3가지가 전부였다. 각 부대의 격리자 도시락을 찍은 사진이 연이어 댓글로 올라오기도 했다. 부대 내 격리자 수용 시설 또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곰팡이로 뒤덮인 벽, 벌레가 우글거리는 시설. 오히려 다른 병이 발생하지 않은 점이 다행일 정도였다.

  잇따른 SNS 제보가 이뤄진 다음에야 국방부는 2022년 군 장병 하루 평균 기본급식비를 약 10500원으로 약 19.5% 인상을 약속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 끼 기준 약 3500원으로 초등학생 급식비보다 적다. 왜 선제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못하는 걸까. 왜 매타작이 있어야 변화하는 걸까.

  이뿐만이 아니었다. 축구 경기에서 군 간부가 자신의 공을 뺏었다는 이유로 병사를 폭행했다는 사실이 믿겨지는가. 이 모습이 40년 전 제5공화국 시절도 아닌, 놀랍게도 선진병영을 자칭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해당 병사는 간부에게 무릎을 가격당해 전치 6주의 골절상 진단을 받았다. 이후 대처는 충격 그 자체였다. 사건 진상을 파악한다는 다른 간부는 신고를 막았고 심지어 부모에게까지 알리지 못하게 했다. 오히려 사건 은닉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이외에도 꽃다운 나이의 장병들은 각종 부조리를 군대에서 직면한다. 이들은 누군가의 아들이며 지인이다. 20대 남성에게 큰 고민 중 하나는 역시 군 복무다. 18개월의 공백은 이들에게 크나큰 손실과도 같다. 여행, 인턴쉽, 어학연수 등 20대 청춘으로서의 생활을 뒤로 한 채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다. 국가는 나라에 청춘을 바친 장병들에게 응당한 대접을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달라는 목소리가 어려운 요구일까.

  최근 일부 공기업에서 승진심사에 군 경력 미반영을 검토했다.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 비롯됐다. 개인적으로 특혜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단지 장병들이 부조리와 불합리한 체제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한다. ‘데려갈 때는 국가의 아들, 다치면 너희 아들’이 아닌, 국가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부모형제뿐만 아니라 국군장병도 단잠을 이루는 그날이 오기를 바라며.

박환희 대학보도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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