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보면 카페가 정말 많다고 느낀다. 커피를 즐기고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많아 카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카페 증가 현상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힘들다. 불어난 카페 수와 커피의 이면에는 현대인의 피로가 숨겨져 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의 ‘2020년 기준 가맹시장현황 분석 발표’에 의하면 커피 가맹점 증가율은 약 7.6%다. 이는 주요 외식업종 중에서 2번째로 높은 수치다. 또한 ‘2016 국민건강통계Ⅰ’에 따르면 만 19세~64세를 기준으로 식품섭취빈도조사에 포함된 112개 음식 항목 중 주당 섭취빈도가 가장 높은 항목은 커피였다. 이러한 통계가 증명하듯 사람들은 커피를 자주 찾는다.

  물론 기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하루에 꼭 1잔 마신다. 대학교 입학 전에는 항상 아이스 초콜릿라떼만 고집했다. 그러나 과제가 많거나 시험공부를 해야 할 때, 잠을 깨고 수업에 더욱 집중해야 할 때를 위해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점점 커피를 마시는 빈도수가 꾸준히 늘었다. 기자는 이제 카페에서 습관적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찾는다.

  오후 2시쯤 졸음이 쏟아져 내려 눈꺼풀을 마구 누른다. 한 모금 들이키면 머리가 시원해지고 잠 깨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해야 할 일에 다시 몰두. 내일도 이를 반복.

  마치 로봇 같았다. 연료가 있어야 돌아가는 기계처럼 커피를 공급해 에너지를 충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주위를 보니 비단 기자만 그런 게 아닌 것 같다.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카페를 방문하면 커피를 사러 온 사회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금방이라도 잠이 들 것 같은 얼굴을 한 채 약 1L 정도의 대용량 커피를 사는 이들도 자주 봤다. 몰려오는 졸음과 피로를 커피로 깨워 업무에 몰두하기 위한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마치 에너지 드링크처럼 커피를 소비하는 듯하다.

  커피를 사고 근무지로 돌아간 후 회사원은 업무 해결을 위해 주로 뇌를 사용한다. 뇌를 많이 사용하면 신체 에너지가 떨어지고 뇌 휴식을 유도하는 물질인 아데노신이 분비된다. 몸을 천천히 쓰도록 과부하를 줄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커피의 주요 성분인 카페인은 이러한 아데노신 분비를 막는다. 즉, 에너지가 남은 것처럼 우리 몸을 속이는 일이다. 과도한 업무에 허덕이는 자본주의 환경 속에서 현대인은 커피를 이용해 자신을 속이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커피를 왜 마시는가. 커피 향을 느끼고 온전히 여유를 즐기는 우리의 모습은 어디에 있을까. 매일 가득 쌓인 업무를 위해 쓰디쓴 액체를 들이키는 모습만 그려진다.

  기호식품을 어떻게 소비하느냐는 소비자의 자유다. 그러나 주어진 업무량과 피로를 매일 커피의 도움으로 해결하는 지금 모습이 현대인이 처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카페와 업무에 지친 사회인들 사이에는 씁쓸한 커피 향만 돌고 있다.

최희원 대학보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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