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 자리에 살포시 피어난 선물이 있습니다. 바로 형형색색의 꽃인데요. 오색빛깔의 찬란한 꽃은 우리에게 언제나 생명의 향기를 전해줍니다. 선조들도 꽃을 보며 마음껏 유희를 즐긴 날이 있었습니다. 음력 3월 3일 삼짇날이 그 주인공인데요. 이날에는 조선시대 궁중에서도 화전놀이를 즐겼다고 합니다. 이번 생활면에서는 다가오는 4월 14일, 삼짇날을 맞아 직접 창덕궁에 방문했는데요. 이와 더불어 삼짇날의 유래, 화전 만들기 등 다채로운 삼짇날의 면모에 스며들어봤습니다. 우리 함께 선조들의 오늘에 빠져봅시다. 서민희 기자tjalsgml0928@cauon.net

창덕궁에 핀 앵두나무 꽃의 모습이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삼짇날에 중전을 모시고 창덕궁 금원의 옥류천 가에서 화전을 부쳐 먹으며 화전놀이를 했다고 전해진다. 사진 서민희 기자
창덕궁에 핀 앵두나무 꽃의 모습이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삼짇날에 중전을 모시고 창덕궁 금원의 옥류천 가에서 화전을 부쳐 먹으며 화전놀이를 했다고 전해진다. 사진 서민희 기자

"화전놀음 이 좌석에 꽃노래가 좋을시고/ 꽃노래도 하 하니 우리 다시 할 길 없네/ 궂은 맘이 없어지고 착한 맘이 돌아오고/ 걱정근심 없어지고 흥체 있게 놀았으니/ 신선놀음 뉘가봤나 신선놀음 한 듯하네" 위 구절은 <덴동어미화전가>의 일부분이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음력 3월 3일, 삼짇날을 만날 수 있다. 선조들은 꽃이 만개한 눈부신 봄날을 어떻게 만끽했을까?

  양의 수 3이 겹치는 삼짇날은 푸릇한 양기가 가득하다고 표현된다. 민간에는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로 알려져 있다. 삼짇날은 농사의 파종기에 해당한다. 농사일이 본격적으로 바빠지기 전에 하루 날을 잡아 놀자는 의미도 담겨있다. 이날에 남자들은 활쏘기대회를 펼쳤고 노인들을 모시고 노는 경로회가 열리기도 했다. 경상도에서는 풍년과 병충해 예방을 기원하며 진달래꽃을 조상 단지 앞에 꽂아 뒀다. 임장혁 교수(일본어문학전공)는 농사 시기를 파악하기 위해 중국의 역법을 도입하면서 삼짇날이 유래됐다고 이야기했다. "중국의 역법에서 홀수 달에 겹치는 날은 성스러운 명절로 여겨졌어요. 3월 3일(삼짇날), 7월 7일(칠석) 등의 날에는 설화가 함께 전해오면서 의례, 놀이에 영향을 줬죠."

  화전가는 삼짇날에 즐기던 화전놀이 현장에서 또는 귀가 후에 만들어졌다. 화전가에는 화전놀이의 과정과 소회가 담겨있다. 화전놀이는 교외나 산야 등 경치 좋은 곳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고 꽃을 감상하며 노는 꽃놀이를 말한다. 김종대 국립민속박물관장은 화전가를 통해 화전놀이의 여성 중심적 특성이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화전가와 화전놀이가 결합하게 된 시점을 19세기 초로 보고 있어요. 이때부터 화전놀이가 여성 중심의 놀이로 전환되죠. 여성들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흥겨운 가락으로 해방감을 노래하기 시작했답니다." 삼짇날은 '여자의 날'이라고도 불린다. 임장혁 교수는 삼짇날 풍습과 관련된 설화를 들려줬다. "곽우라는 인물에게 딸이 3명 있었는데 모두 3월 3일에 세상을 등졌어요. 이후로 이날은 물가에서 몸을 씻고 액을 막는 날로 여겨졌죠. 이 풍속이 한국에도 전해져 여성 중심의 행사가 전승되고 있답니다."

  남성은 가벼운 여가활동으로 화전놀이를 즐겼으나 여성에게 화전놀이는 1년에 1번뿐인 공식적 집단 나들이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영남 지역 여성들의 화전놀이를 예로 살펴보면, 춘삼월 무렵 마을과 문중 여성들이 통문을 돌려 뜻을 모으면서 화전놀이가 시작됐다. 날이 정해지면 음식과 조리도구, 화전가를 쓰기 위한 지필묵과 가무를 위한 풍물을 준비한다. 아침 일찍 채비해 마을에서 10리 안팎에 있는, 경치가 수려한 장소에 도착하면 우선 화전 등의 음식을 장만한다. 뒤이어 음주가무, 윷놀이 등 다채로운 신명풀이가 이어진다. 해가 지면 내년을 기약한 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며 화전놀이는 끝을 맺는다. 화전과 더불어 삼짇날에는 화면, 산떡, 쑥떡 등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임장혁 교수는 화전과 화면에서 지역 특색을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화전은 쌀가루로 만들기에 평야 지대 벼농사 농경민의 절식(節食)이에요. 화면은 메밀, 녹두 등의 녹말로 만들기에 산간 밭농사 농경민의 절식이라 할 수 있죠."

  전통 풍습에는 신앙적 의미가 결부되고 신앙에는 민중의 염원이 담긴다. 김덕묵 민속기록학회 총무이사는 현대 꽃놀이와 삼짇날 화전놀이의 차이점을 신앙적 요소로 설명했다. "선조들은 화전놀이를 해야 풍년이 든다고 생각했어요. 전을 부치는 고소한 냄새는 병충해를 없애 달라는 기원이기도 하죠. 또한, 제사나 행사를 진행할 때 고소한 냄새를 내는 건 신과 자연을 향해 인간이 보내는 알림 쪽지 같은 의미였답니다. 더 나은 삶에 대한 소망이 담긴 화전놀이와 달리 현대의 꽃놀이는 놀이 그 자체의 의미에 충실해요."
 

풀또기가 매혹적인 분홍빛을 뽐내고 있다. 풀또기는 장미목 장미과의 낙엽활엽 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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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꽃말로 가진 개나리가 활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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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나무에 매화가 맺혔다. 눈 속에 핀다고 '설중매'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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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는 참꽃 또는 두견화라고도 불린다. 진달래의 꽃말은 '사랑의 즐거움'이다.
진달래는 참꽃 또는 두견화라고도 불린다. 진달래의 꽃말은 '사랑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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