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윤 교수가 한국 불안정노동시장을 분석하고 청년실업의 현주소를 설명하고 있다.
이승윤 교수가 한국 불안정노동시장을 분석하고 청년실업의 현주소를 설명하고 있다.

고용관계 변화로 불안한 노동자
성장에 비해 더딘 국내 노동복지

양극화된 청년 노동시장
가치있는 노동, 같이 논의해야


청년 실업률 문제는 우리에게 낯설고 먼 문제가 아니다. 미디어에서 충분히 접했고 이제는 눈앞에 직면한 사회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1년 2월까지 전체 실업률은 약 3~6%인 반면 청년 실업률은 약 8~10%대를 유지하고 있다. 2일 화상강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해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일하는 이승윤 교수(사회복지학부)가 ‘한국 불안정노동시장과 청년의 불편한 만남’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불안해진 불안정 노동자
  이승윤 교수는 변화하는 노동의 모습에서 ‘표준적 고용관계 해체’를 핵심으로 꼽았다. “자본주의 내 자본 축적 방식 진화와 함께 노동도 변화했어요. 표준적 고용관계 해체로 노동자의 불안정성 증가도 대두됐습니다.” 이러한 논의 속에서 ‘Precariat’ 과 ‘불안정 노동자’가 정책, 언론, 학계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Precariat는 ‘Precarious(불안정한)’와 ‘Proletariat(무산 노동자 계급)’의 합성어로 불안정성에 노출된 비정규직, 일용직, 파견직, 실업자 그리고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정규직을 의미한다.

  비표준적 고용관계는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근로 기간을 기간제, 단기 근로, 일시 근로와 같은 유기계약으로 제약하는 방식과 고용관계에서 종속성이 없는 것처럼 위장된 고용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자영업은 고용주가 본인이라는 점에서 임금근로자와 차이를 드러낸다. 계약 관계가 아니며 종속성이 없다. 그러나 표준적 고용관계가 해체되면서 도급 근로 방식의 일감 수주 계약을 활용하거나 경제적, 근로관계적 종속성을 띠는 가짜 자영업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다자 간 고용관계가 있거나 하청 단계가 다단계로 이어지면서 고용주의 모호함도 발생한다.

  불안정성 연구 패러다임의 변화
  노동 불안정성에 관한 연구는 기존에 불안정한 노동자 집단이 누구인지와 불안정성의 속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해당 연구가 변화하는 노동환경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녀 연구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된다.

  기존 연구에서 다뤄진 불안정성의 속성은 임금의 불안정성, 고용관계의 불안정성, 사회적 임금으로부터의 배제에 의한 불안정성, 자원의 결핍에 대한 불안정성 등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노동안정성이 결핍된 상태를 포함한다.

  디지털 자본주의, 플랫폼 자본주의에 따라 나타난 ‘고용관계의 모호성’, ‘쉼과 일의 경계’, ‘생산적·비생산적인 시간의 모호성’, ‘무너지는 작업 및 사적 공간의 경계’ 등 노동 속성을 포착해야 한다. 이런 한계는 우리 일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배달 노동자의 경우 배달 공간을 두고 산재보험이 포함되지 않는 모호성을 지닌다.

  주도권이 얽혀버린 한국 복지제도
  한국이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도 성장통이 있었다. 1960년대 후반 정부의 수출 주도형 전략으로 대기업 중심의 복지 제도가 정형화된다. 이후 표준적 고용 관계에 맞춰진 복지제도와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이승윤 교수는 “서비스 경제에 디지털 경제까지 이어지면서 만들어진 사회보험 중심의 복지제도나 기업 중심의 복지 시스템이 부정합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복지제도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야 한다. 노동시장에서 1차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2차 분배를 해내야 한다. 노동시장 내 소득 보전 기능도 필요하다. 그러나 정합성이 떨어지면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더불어 기존 제도가 전통적인 표준적 고용 관계의 노동자만 보호하고 그 외 노동자는 보호하지 못하는 이중 노동 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숨은 실업률 찾기
  일각에서는 한국이 그리스, 스페인에 비해 청년 실업률이 매우 낮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확장 실업률’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독특하게 실업자를 판단한다. 조사대상 기간에 수입이 없고, 지난 4주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했으며, 조사대상 기간에 일이 주어지면 취업이 즉시 가능한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공시생, 취준생, 구직 단념자는 실업자로 보기 어렵다. 구직활동 없이 시험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실업자다. 이러한 잠재 실업자와 취업자를 포함한 실업률이 확장 실업률이며 이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실업자에 가깝지만 취업자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는 하루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로 본다. 여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A학생이 주 40시간 업무를 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없어 단기 아르바이트로 하루에 1시간을 일하는 경우도 취업자로 여긴다. 20대 확장 실업률을 살펴보면 타 연령대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를 보인다. 지난달 통계에 따르면 청년 확장 실업률이 약 27%까지 상승했다.

  청년 취업, 모 아니면 도
  이승윤 교수는 청년 노동시장 양극화 분석을 위해 불안정 노동 속성을 새롭게 조합했다. 속성으로 ▲불안정한 고용관계 ▲불안정한 임금 상태 ▲불안정한 사회적 임금 등으로 나눴다. 각 속성에 해당하는 정도에 따라 ‘매우 불안정한 노동자’, ‘불안정’, ‘약간 불안정’, ‘안정’으로 분류했다.

  「청년 기본법」에 따라 19~34세 청년 집단과 35~64세 집단을 2002년과 2018년 기준으로 비교했다. 35~64세 집단은 안정적인 집단이 증가하는 바람직한 모습을 보였다. 매우 불안정한 수치가 가장 낮았고 안정적인 수치가 가장 높았다. 청년 집단은 2002년에 모든 수치가 골고루 분포했다. 그러나 2018년에는 안정과 매우 불안정한 수치가 크게 증가하고 중간지대인 불안정과 약간 불안정이 대폭 감소했다. 남성 청년은 매우 불안정한 집단이 더 증가했고 여성 청년은 안정적인 집단이 대폭 증가했다. 이승윤 교수는 현재 불평등 노동시장 속 불평등한 청년의 모습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청년 정책, 돈이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는 경제, 건강·보건, 환경 위기가 함께 온 재난이다. 지구의 지속 가능성도 청년 세대가 경험했으며 미래세대도 경험할 위기다. 이승윤 교수는 청년이 정책의 대상자를 넘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장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편적인 소득 보장도 청년정책 방향 중 하나로 제시됐다. 이승윤 교수는 취업과 실업 모두 속하지 않는 중간 지대에 있는 청년이 많다고 지적했다. “보장의 원리로 ‘Youth guarantee(청년 보장 제도)’를 통해 청년의 삶을 그리며 작동해야 해요. 구조의 원리로 실업급여와 취업만 보는 시각에서 더 나아가야 합니다.”

  녹색 일자리(Green Jobs)도 중요하다. 녹색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보전·복원하기 위한 농업, 제조, 연구개발 그리고 서비스업 활동을 모두 포함한다. 이승윤 교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모든 사업에서 생태환경 보전을 고려하는 녹색 일자리와 녹색직업훈련 및 교육(Green Training) 을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참여 소득’을 제시했다. 이승윤 교수는 사회적으로 유용한 활동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 소득과 가격으로 매겨지지 않는 유용한 활동이 많이 누락되고 있어요.” 이승윤 교수는 여러 단체와 유용한 활동이 무엇인지 사회적 논의를 함께 이끌어내는 방식을 제안했다. “자본이나 시장이 노동을 평가해야 하는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사회에는 다양한 노동과 활동이 있어요. 불안정한 노동시장 상황에서 무엇이 유용하고 가치 있는 노동인지 함께 논의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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