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스쿼트도 하려고요
  • 김예령 기자
  • 승인 2021.04.05 0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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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반만 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느지막이 뜬 눈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괴롭기만 한 아침으로 하루가 시작되죠. 지난밤, 잠들기를 방해하는 괜한 생각들을 피해 너무 늦게까지 휴대전화를 잡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꼭 자격증 공부를 시작할 거고, 좀 이따 아르바이트도 가야하고. 대외활동할 건 없는지, 인턴 구하는 곳은 있는지 찾아봐야 하는데. 정오를 한참 넘긴 시계가 ‘넌 이미 늦었다’며 눈초리를 보내는 것만 같아 시선을 피하고자 다시 이불을 뒤집어씁니다.

  벌써몇주째할일을미룬거지나중에힘들거알면서미리좀하지저번에도오늘처럼후회했잖아모르겠다짜증나다하기싫고잠만자고싶어다시눈을떴을땐해가져있었으면좋겠어

  여러분도 잠들지 못하는 밤과 눈 뜨기 힘든 아침의 반복 속에서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스스로가 미워진 적이 있나요? 계속되는 경쟁과 어렵기만 한 인간관계 그리고 코로나19로 확 달라진 일상은 사람의 마음을 쉽게 병들게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건강 상태를 한 번 더 살펴봐야겠습니다.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닌 뇌가 보내는 정신건강의 적신호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뇌는 당신이 왜 우울한지 알고 있다』(야오나이린 씀)의 저자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도파민 보상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 설명합니다.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으면 의욕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 위해 시동을 거는 데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되죠. 우울증이 있는 환자들이 무기력하고 게으르다는 오해를 받는 이유기도 합니다.

  저자는 개인마다 우울증 증상이 다르고 잘맞는 치료법도 다르기에 본인에게 맞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전문가들은 우울증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 운동이나 햇볕 쬐기, 취미 갖기 등을 권하는데요. 일상의 작은 것부터 내 힘으로 해내며 삶의 주 권을 찾아야 우울감이 물러난다는 것이죠.

  기자는 꾸준히 자신에게 말 걸어보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에 빠졌다면 스스로에게 그만하라고,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고 자신을 변호해보는 겁니다. 마음에 위로를 건네는 소설이나 시도 도움이 됩니다. 번번이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며 다시 무기력한 상태로 돌아갈 때도 있는데, 그래도 괜찮습니다. 우울은 완치가 없는 장기전이기에 적과의 공생 과정에서 간간이 지는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죠. 포기 않는 스쿼트 30개가 노후를 책임지는 코어근육이 되는 것처럼 꾸준히 키운 회복 탄력성으로 승률은 점점 올라갈 겁니다.

  여러분도 요즘 들어 무기력한 나에게 안부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도움이 될까 해 기자가 인상 깊게 읽었던 시를 남겨봅니다. 그래도 오늘은, 아니면 내일이라도 깊고 조용한 잠을 잘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굴절>_이승은

물에 잠기는 순간

발목이 꺾입니다

 

보기에 그럴 뿐이지

다친 곳은 없다는데

 

근황이 어떻습니까?

아직 물속입니까?

김예령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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