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눈을 2번 깜빡인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19 확진자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함에 따라 우리의 일상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이에 곳곳에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누구나 흔히 우울한 감정은 느낄 수 있지만 정신의학에서 논하는 우울증은 일시적으로 기분이 저하된 상태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이는 생각의 내용, 동기, 사고 과정, 관심, 의욕, 행동, 수면, 신체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코로나19로 시퍼렇게 멍든 마음을 안은 채 살아가야 하는 걸까? 

  코로나19, 무엇이 다르냐고 묻는다면 
  과거 한국 사회에서 사회경제적 박탈감을 유발한 여러 사건과 아울러 생각해봤을 때 코로나19는 개인의 정신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김문두 대한우울조울병학회 이사장은 1997년 IMF 외환위기와 코로나19의 다른 점을 논했다. “IMF 외환위기는 그 영향이 주로 경제적인 부분에만 치우쳐 있었지만, 코로나19는 경제뿐만 아니라 각 개인과 사회, 국가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끼쳐요. 국가 전체의 스트레스가 개인의 스트레스로 전환된다는 특징도 있고요.” 

  그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신종인플루엔자A(신종플루) 등 감염병 유행은 코로나19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메르스나 신종플루는 3~6개월 정도의 일과성으로 지나가는 질병으로, 이번 감염병과는 전혀 달라요. 코로나19는 백신 외에는 대안이 없고 백신 또한 효과를 100% 장담할 수 없죠. 항체가 생겨도 얼마나 유지될지 알 수 없고 백신을 어느 정도의 주기로 계속 맞아야 하는지도 모르죠.” 인간이 모르는 대상을 향해 큰 공포감을 느끼듯 코로나19도 무지함에서 기인하는 공포가 크다고 덧붙였다. 

  서정석 중앙대의료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1997년 IMF 외환위기와 코로나19 간의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 차이를 지적했다. “IMF 외환위기 때는 사람들에게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있었어요. 전국 금 모으기 운동, 제2의 국채보상운동 등으로 연결되면서 전반적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반전했었죠. 그때는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하는 분위기였던 반면, 현 코로나19 상황은 사뭇 달라요. 보건적인 접근보다 정치적 또는 집단 이기적인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서로 불신하고 질타하는 모습을 흔히들 봤을 거예요.” 그는 사회적, 국가적으로 분위기 반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의학적 재난이 경제적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수미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학회장은 코로나19 극복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극복이라는 점에서 타 사안들과 다르다고 언급했다. “국가적인 재난 사건 때마다 강조한 가치나 극복방안은 함께 뭉쳐 공동체 협력을 발휘해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었으나, 코로나19는 아니에요. 그렇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물리적 거리두기가 심리적 거리두기로 연결돼서는 안 되죠. 재난 극복을 위해서는 연대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에요.” 

  우울, 그 심각성을 조명하며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의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전체 국민 중 불안 위험군의 비율은 2020년 5월 약 15%에서 9월 약 18.9%로, 같은 기간 우울 위험군 비율은 약 18.6%에서 약 22.1%로 각각 올랐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됨에 따라 국민의 우울·분노·무기력과 같은 감정이 증가한 것이다. 

  장수미 학회장은 감염에 대한 두려움 외에도 경제적 문제, 돌봄 문제 등으로 사람들의 우울감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일자리 불안정과 소득 저하 같은 경제적 문제가 나타났어요. 또 감염병 대응책으로 사회복지시설이 폐쇄되거나 복지 서비스가 제한돼 지역사회의 노인, 장애인, 빈곤층, 1인 가구 등 취약계층의 정신적 어려움이 더욱 심각해졌죠.” 코로나19로 인한 정신건강 피해 정도가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따라 심화해 나타난다는 것이다. 

  서정석 교수 역시 경제적인 문제와 고령층의 고립감이 걱정이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소도시의 경우 경제난으로 인해 소상공인이 겪는 불안감이 문제예요. 노년층에서는 물리적 거리두기로 인한 우울감 호소가 늘었어요. 다니던 노인회관이나 문화 센터, 심지어는 친구 집도 못 가게 되면서 고립감을 호소하곤 하죠.” 

  김문두 이사장 역시 코로나19만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인관계 부족, 자유롭지 않은 일상생활, 스트레스 해소 등의 문제가 있겠죠.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 간의 소통이 줄어들고 스스로를 소외시켜 우울의 가장 흔한 원인인 외로움을 증가시킨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예요.”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사전에 예방해야 하는 이유는 자살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수미 학회장은 우울과 자살 간의 인과관계를 제시했다.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해지면 개인과 가족에 대한 부정적 영향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이 필연적으로 증가해요. 자살률이 전쟁과 같은 위기상황보다는 전쟁 후 증가하는 것처럼,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면 자살률이 증가할 것이라 전망하죠.” 

  마음의 방역을 향해 내딛는 
  코로나19가 우울을 불러온다고 해서 결코 그 감정에 점철돼서는 안 된다. 현명히 사고하고 움직여서 극복하는 등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문두 이사장은 개인이 코로나19 이전의 일상과 같은 리듬을 유지할 것을 제안했다. “가급적 이전의 일상과 비슷한 패턴으로 생활해야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힘이 생겨요. 긍정적인 사고로 지내도록 노력하고 음주, 흡연을 삼가야 해요. 우울감이 심해지면 전문가와 반드시 상담을 받아야 하고요.” 또한 그는 정신건강센터가 국가적 차원에서 코로나19에 초점을 맞추고 전 국민 대상의 정신건강 사업을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수미 학회장은 사회적 차원에서의 해결방안을 얘기했다. “신체질환에 걸리면 병원에 가듯이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을 때는 전문기관에 찾아가 도움을 받아야 해요.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전문가를 찾아가는 비율이 낮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죠.” 

  서정석 교수는 ‘회복 탄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복 탄력성은 역경을 이겨낼 잠재적인 힘을 뜻해요. 이를 지니기 위해 개인은 많이 웃고 열심히 운동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잘 활용하는 등, 긍정적 뇌를 만들기 위한 긍정적인 사고를 계속해야 하죠. 더불어 코로나19와 관련된 가짜 뉴스 혹은 왜곡된 정보를 판별해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공정한 정보를 공유해야 해요.” 

  눈앞에 닥친 상황, 그 우울의 감정에 익숙해지고 침체하기보다는 유연하게 받아들이되 극복하는 마음의 힘을 길러야 한다. 원래 마음의 방역은 어렵지만 그만큼 더욱 의미 있는 법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