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우울, 그 깊숙한 곳에는
  • 정유진 기자
  • 승인 2021.04.0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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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보건의 날'
이미지 김예령 기자

 

달력 곳곳에 적혀있는 기념일들. 그 조그마한 글자가 달력에 남기까지 수많은 역사가 있어왔는데요. 이번학기 사회부에서는 무심히 지나쳤던 기념일을 통해 요즘 사회를 조명해보고자 합니다. 이번주에 살펴볼 기념일은 4월 7일 '보건의 날'입니다. 이날은 국민들의 보건의식을 향상시키고 보건의료 및 복지 분야 종사자를 격려하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인데요. 보건의 날을 맞이해 코로나19 이후 우리들의 정신건강은 안녕한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최근 ‘코로나 블루(우울)’란 말이 생겨날 만큼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적색 불이 켜졌음을 확인할 수 있죠. 코로나19는 왜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걸까요?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 속에서 정신건강을 잘 챙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 같이 달력으로 사회를 넘겨보겠습니다. 김예령 기자 kduaud@cauon.net

코로나에 잠식되는 사회, 일상, 사람

걷잡을 수 없이 증식하는 마음의 곰팡이

코로나19 이후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누군가에겐 가벼운 감기처럼, 누군가에겐 지독한 독감처럼 다가왔을 우울. 지난해 초부터 우리가 앓아야 했던 마음의 병은 어디서부터 온 걸까. 대학생과 유학생 그리고 자영업자를 만나 잠시나마 그들의 마음을, 어쩌면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봤다.

  모두가 외로워하는 이 밤
  코로나19 이후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자 이를 지칭할 새로운 단어들이 만들어졌다. 우울증, 무기력함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 분노를 의미하는 코로나 레드, 암담함과 처참함을 말하는 코로나 블랙까지. 이러한 단어의 출현은 코로나19가 단순한 스트레스를 넘어 많은 사람의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대신문에서는 제1985호에서 실시한 ‘중앙대 학생들의 코로나19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통해 중앙대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확인한 바 있다. ‘코로나 블루를 경험한 적 있는가’에 대해 응답자 104명 중 약 67.3%에 해당하는 70명이 그렇다고 답했으며, ‘코로나 레드와 블랙을 경험 한 적이 있는가’에 대해선 각각 약 26%(27명)와 약 15.4%(16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통계자료에서도 코로나로 인한 우울이 존재함을 살펴볼 수 있다. 통계청이 발행한 ‘2020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외롭다’고 대답한 사람은 약 22.3%에 이르렀고, 이는 전년보다 약 1.8% 증가한 수치다. 실제 우울증 치료를 받은 사람들의 숫자도 늘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우울증 현황자료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우울증 치료를 받은 사람은 59만 5043명에 육박한다. 2019년 한 해 우울증 치료 인원이 79만 8495명인 것과 비교했을 때, 6개월 만에 작년 한 해의 수치를 따라잡은 셈이다.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양한 수치가 보여주듯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심리학회지」에 따르면 대규모 신종전염병 발발 시 개인의 심리경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인은 신종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 두려움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불안, 우울 수준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학생(22)은 마스크를 써도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 다는 두려움에 외출을 최대한 자제했다. “아예 밖에 나가 질 않거나 나가더라도 병적으로 손 씻고 마스크를 챙겼어요. 이젠 그것조차도 너무 지쳐요.” 그는 그렇게 신경 썼음에도 오랜 고민 끝에 만난 친구가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다는 사실을 알고 낙담하기도 했다. “친구가 코로나19 에 걸렸으면 어떡하나 계속 불안했어요. 음성 결과가 나올 때까지 초조한 마음은 계속됐죠.”

  B학생(사과대 3)은 본인이 코로나19에 걸리는 것도 걱정이지만 본인 때문에 주변인이나 가족이 전염될까 염려했다. “저는 젊고 건강한 편이지만, 지병이나 나이가 있으신 제 주변 사람들이 저 때문에 아플까 봐 정말 조심하게 돼요.” B씨처럼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국심리학회지」의 연구에 참여한 600명의 연구대상자 중 96%에 해당하는 576명은 ‘가족에게 코로나를 전염시킬까 봐 두려웠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했다.

  독일에서 유학 온 나나 학생(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은 코로나19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친구 곁에서 자리를 지켰던 기억을 회상했다. “주위에 가족이나 지인 을 잃은 친구들이 몇 명 있었어요. 코로나19로 아버지를 잃은 친구를 보는데 가슴이 미어지더라고요.” 삶과 죽음을 결정짓는 극단적인 불안감은 코로나19 전후로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큰 차이를 만들기도 한다. “예전에는 긍정적이었던 사람들도 이제는 무기력한 것 같아요. 가까운 사람을 잃는다는 건 정말 사람을 우울하게 하죠.”

  텅 빈 통장, 공허한 마음
  코로나19 이후 위축된 경제 역시 사람들의 우울감을 가중했다. 특히 소상공인은 경제적 타격을 크게 받았는데, 매일경제와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진행한 ‘소비패턴 소비행동 변화’에 따르면 응답자 중 약 55%가 코로나19 이후 수입이 줄었다고 답했다.

  관광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C씨(50)의 현재 수입은 코로나19 이전 수입의 3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관광객이 뜸하다 보니 관광객이 주 수입원이었던 저희는 경제적으로 크게 힘들어졌어요. 다른 주민도 똑같아지니 예전과 다르게 저희 카페에도 발걸음이 뜸하더라고요.”

  그의 카페에는 직원이 본인을 포함해 2명밖에 없지만 그마저도 손님이 너무 없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다. “수입이 크게 줄어서 생계가 어렵다 보니 오전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어요.” 그는 경제적인 부분에서 스트레스가 크지만, 모두가 어려운 만큼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 중이다.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대학생들도 아르바이트 자리가 부족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B씨는 코로나19 단계가 격상했을 때 잠시 일자리를 잃기도 했다. “아르바이트하고 있다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셈이잖아요. 사장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너무 갑작스러웠죠.” 그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아르바이트를 구하기가 확실히 힘들어진 것 같다며 경제적인 문제 역시 우울감에 한몫했다고 말했다.

  집순이도 지겨워진 집
  코로나19 이후 제한된 외부 활동은 마음의 병을 심화하기도 한다. 재수 끝에 대학에 입학한 A씨는 2학년이 되었지만 아직 학교에서 수업을 들어보지 못했다. 새내기 생활에 대한 기대로 1년을 견뎌온 그였지만 원망스러운 현실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동기들과 동아리 활동도 운동도 같이 하고 싶었는데, 그 어떤 것도 해보지 못했어요. 친구 한 명 사귀지 못하고 졸업하진 않을까 걱정되고 화도 났죠. 미래가 없다 느끼는 극단적인 순간도 있었어요.”

  평소 친구들과 만나는 데에서 에너지를 얻던 B씨에게도 코로나19 이후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우울감이 들이닥쳤다. 항상 중앙도서관에서 친구들과 공부하던 그는 코로나19가 터진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집 공부에 적응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이후 친구들과 만나지 못하고 집에서 머무르게 되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혼자 있다 보니 계속 우울해졌고, 별일 아닌데도 몇 시간 내내 울기도 했죠.”

  제한적으로 바깥 활동이 가능한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몇몇 국가는 ‘락다운’이 내려지기도 했다. 락다운은 ‘여행과 사회적 상호작용, 공공장소 접근권 등과 관련한 엄격한 제한 조치의 시행’을 의미한다. 작년 10월 초에 독일로 유학을 갔던 김동언 학생(경영학부 4)은 락다운 당시 대부분 시간을 방에서 보냈다. “식당, 카페는 무조건 테이크 아웃만 가능했고, 생필품을 파는 가게를 제외한 상점은 모두 문을 닫았어요. 나가서 할 수 있는 게 없어 기숙사에서만 지내다 보니 우울함의 최고점을 찍었어요.”

  마스크를 쓴지 1년이 훌쩍 넘었다. 마스크가 비말을 차단하듯 부정적인 감정도 막아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1년 동안 우리 마음에 은근히 스며들던 외로움이 번져 우울함과 분노가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패닉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마음에도 방역이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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