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이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보통 돈을 밝히기는커녕 붓을 들고 피폐하게 작품에 몰두하고 있는 가난한 예술가의 이미지가 떠오르기 십상인데요. 하지만 예술만큼 아카데미즘에 맞닿아있으면서 자본과 직결되는 분야가 또 없습니다. 따라서 예술이 속한 시장의 힘을 무시할 수가 없죠. 이번 문화부에서는 각 예술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기제를 파악하고, 시장 속 각 주체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담아보려고 합니다. 이번주 저희가 알아볼 곳은 음원 시장인데요. 과연 음원 시장에서는 어떤 일들이 지금 일어나고 있을까요? 김유진 기자 kyj8976@cauon.net

저작권자, “현 분배비율 불합리해” 
유통사, “음원 제작비용 고려해야” 

이용자 중심 배분체계의 등장 
저작권료, 제주인 찾기 어려워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전 세계를 휩쓰는 가수 뒤편에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히트곡이 있다. 히트 친 노래를 발매한 작곡가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음악 장비도 서슴없이 살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진다. 음악인 다수가 밝은 미래를 꿈꾸며 음원 시장에 뛰어들지만 현실은 월세 작업실에 아르바이트로 바쁘다. 과연 저작권자에게 음원 수익이 투명하게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걸까? 

음원 스트리밍 수익 배분 구조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음원 스트리밍 수익 배분 구조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내가 만든 곡, 내겐 10%뿐 
  멜론, 지니뮤직 등의 음원사이트를 통해 소비자가 노래를 들으면 한 곡당 평균 7원의 음원 수익이 발생한다. 이때 생기는 전체 수익 중 음원사이트는 35%, 저작권·저작인접권자는 65%를 각각 차지한다. 저작권·저작인접권자 배정 비율 65% 안에서도 음원 제작자는 48.25%, 저작권자는 10.5%, 실연자는 6.25%씩 나눠 갖는다. 또한 저작권자와 실연자는 배분받은 수익에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에 약10%, ‘한국음악실연자연협회’에 20%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즉 실질적으로 스트리밍 1번에 저작권자에게 할당되는 금액은 약 1.15원뿐인 셈이다. 이마저도 작사, 작곡, 편곡자별로 배분해 금액은 더욱 줄어든다. 

  저작권자보다 음원사이트 및 음반 제작자에게 많은 수익 배분이 이뤄지는 현 구조가 타당하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유통 및 제작비용을 전액 부담하기 때문이다. 음원사이트에 음원을 중개하는 유통사 ‘미러볼뮤직’ 이창희 대표는 저작권자에 대한 수익 배분 비율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점과 곡 의뢰비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 비율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제작자가 곡 의뢰비를 지출하고 녹음비, 마스터링비, 뮤직비디오비 등 제작비까지 투자하잖아요. 투자한 만큼 제작자가 가져가는 거죠.” 

  반면 작곡가 A씨와 B씨는 현 수익 분배 구조에 불만을 토로했다. 저작권자의 배분 비율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가수 C씨는 이제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중에게 음악을 들려줄 방법도 음악인끼리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봐요. 대중은 편리함을 좇잖아요. 우리가 얼마나 곡을 힘들게 만들었는지 고려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죠. 결국 대중이 우리 음악을 소비하는 주체니까 음악하는 사람이 먼저 고민해야죠.” 

음원 스트리밍 수익 정산 방식 출처 : 네이버 바이브
음원 스트리밍 수익 정산 방식 출처: 네이버 바이브

  팬은 그대로인데 수익은 줄어든다고? 
  현재 우리나라 음원 시장 대부분이 ‘비례배분제’를 채택해 수익을 정산하고 있다. 비례배분제는 소비자가 정액제로 결제한 금액을 전체 이용자 총 재생수로 나눈 후 1곡당 단가를 산정해 권리자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때 권리자란 저작권·저작인접권자와 음원사이트사 모두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월정액 1000원을 내고 철수는 노래 1을 20회, 영희는 노래 2를 80회 들었다고 가정해보자. 비례배분제를 따르면 전체 금액 2000원을 노래 1과 노래 2의 재생 횟수 비율을 2:8로 정산해 권리자에게 각각 400원과 1600원의 이익을 배분한다. 

  한편 네이버에서 출시한 음원 플랫폼 바이브는 지난해 ‘이용자 중심 배분 방식’을 채택해 화제였다. 위에서 언급한 철수와 영희의 예시에서 이용자 중심 배분 방식을 따르면 노래1이 20회, 노래2가 80회 재생됐지만 재생 횟수와 상관없이 철수와 영희가 지불한 1000원의 요금이 곧장 권리자에게 개별 정산된다. 즉 철수와 영희는 본인이 들었던 노래 1, 노래 2 각각에만 스트리밍 요금을 온전히 지불한다는 의미다. 이는 비례배분제에서 철수와 영희가 각각 노래 2와 노래 1을 1번도 듣지 않았음에도 노래 1에 200원, 노래 2에 800원의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과 대비된다. 

  임성준 교수(경영학부)는 비례배분제로 저작권자에게 음원 소비량에 걸맞은 수익이 돌아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시간 차트 순위는 팬덤, 자본력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아요. 이로 인해 큰 자본이 투입되는 소위 주류 음악이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게 되죠. 비례배분제에서는 특정 음원에 대한 극단적 소비 쏠림 현상 발생 시 다른 저작권자의 음원 소비가 줄지 않아도 그들의 수입이 감소합니다. 이는 시장 속 승자독식 현상 심화로 이어져요. 음원 간의 경쟁이 아니라 수익 배분 구조 자체에서 파생된 현상이기에 더욱 문제죠.” 

  성동규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에 따르면 이용자 중심 배분 방식은 현재 비례배분제보다 공정한 시스템으로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어 그는 수익 정산 방식의 변경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기에 단기적으로는 어렵지만 향후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라고 평가했다. 임성준 교수도 이를 통해 저작권자에게 보다 공정하게 수익이 돌아가고 나아가 차트 조작이나 음원 사재기와 같은 부적절한 현상도 방지 
가능할 거라고 전했다. 

  돈은 있는데 주인이 없다 
  저작권자에게 분배되지 못한 미지급 저작권료에 대한 문제 제기도 꾸준히 이뤄져 왔다.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2020년 8월 기준 총 저작권료 징수액 2608억원 가운데 약 32.2%인 841억원이 미지급됐다. 일각에서는 미지급 저작권료 사용처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지급 저작권료는 왜 생기는 걸까. 이는 방송 매체에서 주로 발생한다. 방송은 큐시트를 기반으로 수익 분배가 이뤄지는데 방송국과 협약을 맺은 음저협의 음원을 사용해야 저작권료 분배가 원활하다. 하지만 큐시트에 기재돼 있더라도 해당 음원이 음저협의 관리 대상이 아닌 경우가 있다. 만약 음저협에 등록되지 
않은 음원을 커버하는 경우 그로부터 발생한 수익은 음저협에 정산되지만 저작권자는 이를 받지 못하게 된다. 

  음저협에 등록된 음원의 사용에도 미지급 저작권료 문제는 존재했다. 음저협 관계자에 의하면 방송국에서 음원 사용 내역에 원작자와 곡명 대신 곡이 삽입되는 상황을 기재하는 등 부실한 정보를 음저협에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해 저작권자에게 수익을 적절히 배분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음악저작물 사용료 분배규정」에 따르면 징수된 사용료에 대한 분배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거나 미흡한 경우, 다른 매체의 배분 비율을 참고하거나 과거 분배 비율을 적용해 사용료를 정산하도록 명시돼있다. 이에 음저협 관계자는 미지급 저작권료를 어떤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하기보다 최대한 저작권자에게 정산하고자 노력을 기울인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음저협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여전히 나오고 있다. 성동규 교수에 의하면 음저협이 방송사와 유일하게 협약을 맺었기에 음원을 협회에 등록하지 않으면 해당 저작권자의 음악은 방송에 송출될 수 없다. 따라서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와 신탁 관리에 있어 경쟁 구도에 놓여있음에도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위치라고 볼 수 있다. 이어 그는 음저협이 저작권료 분배 관련 자료 검증 과정이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저작권자에 대한 공정한 수익 배분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19년 음저협 회원이 허위 자료를 작성해 부당이득을 취한 사건이 있었어요. 약 1억원에 해당하는 사용 횟수를 부풀려 20억원 이상의 저작권료를 챙겼죠. 연간 수수료 명목으로 음저협이 170억원 수준의 금액을 거두는데 예산이나 인력 편성의 어려움으로 이와 같은 문제가 일어났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네요.” 

  음악 활동이 생계유지와 직결되는 음악인에게 불공정한 음원 수익 체계는 창작 의욕 저하의 원인이 된다. 주류 음악의 실시간 차트 점령은 이들을 나날이 지치게 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두 귀엔 획일화된 단조로운 음악만이 들려오게 되진 않을까. 즐거운 두 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저작권자가 마땅히 받아야 할 돈이 온전히 그들의 지갑에 담기는 그날까지 음원 수익 분배에 관련한 논의가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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