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목소리가 같은 크기로 들리길
  • 정유진 기자
  • 승인 2021.03.28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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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찬 한 걸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청춘이라 아름답다고들 한다. 나이가 어리면 정말 무엇이든 꿈꾸고 해낼 수 있을까? 18세 이하 아동· 청소년과 25세 이하 청년은 법에 가로막혀 원하는 만큼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도 투표권을 행사하거나 국회의원 출마 자격 조차 없는 사람들. 어리다는 이유로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현실을 짚어봤다.

  나이라는 족쇄에 묶여
  헌법재판소(헌재)는 선거권·피선거권 연령 제한이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결론지었다. 선거권·피선거권 연령 제한 결정은 입법자의 입법재량에 속하며 입법자가 설정한 나이가 불합리하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이에 이재희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은 헌재가 특정 연령이 적합한지 검토하기 이전에 ‘연령’이 왜 선거권 행사 기준이 될 수 있는지 충분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국가는 오랜 시간 나이를 이유로 청소년 선거권을 허락하지 않았고 지난해에서야 18세 학생들에게 선거권이 인정됐다. 청소년은 정치적 판단능력이 부족하다고 간주했던 사회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4년 헌재 역시 ‘아동·청소년은 보호자에게 물질적·정신적인 면에서 어느 정도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정치적·신체적 자율성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김민결 녹색당 당원은 나이를 기준으로 정치적 판단능력의 유무를 따질 수 없다고 말했다. “아동·청소년의 역량은 개별적인 경험과 환경에 따라 크게 다르잖아요. 선거 연령 제한은 그들이 미성숙하다는 일반화와 차별 어린 시선을 기반으로 한다고 생각해요.”

  헌재는 피선거권 행사의 경우에도 특정한 능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공무를 맡기 위해서는 대의활동능력 및 정치적 인식능력이 필요하고 이는 ‘정규·비정규 교육과정과 경험, 납세, 병역의무의 성실한 이행’이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과정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했을 때, 피선거권 연령 제한을 25세 이상으로 정한 것은 합당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허완중 교수(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는 그의 논문에서 기존 헌재의 설명이 ‘국민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는 능력 외의 전문성을 입법자에게 요구할 수 있을까?’와 같은 의문을 충분히 풀어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헌재는 국회의원에게 요구되는 능력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고 설사 그러한 능력을 확정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이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면 당연히 획득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넣지 못한 표, 닿지 않는 목소리
  선거권 연령 제한이 문제가 있는 이유는 선거권으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권리에서 청소년을 배제하기 때문이다. 김민결 당원은 선거 참여 연령이 하향됐지만, 여전히 아동·청소년은 선거권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선거권이 있는 사람에게만 정당 가입 및 활동, 선거 운동 등 다양한 정치 참여를 허용하기 때문에 아동·청소년은 자연스럽게 정치 참여가 불가해요.”

  아동·청소년의 정치참여 제한은 우리 나라의 교육이념과도 배치된다. 「교육기본법」 제2조는 ‘교육은...중략...민주시민 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김효연 박사는 정작 청소년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적극적인 참여가 제한됐다고 그의 논문에서 지적했다.

  서찬석 교수(사회학과) 역시 학창 시절의 정치 경험이 제도적으로 통제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을 두고, 실제로 투표도 해보는 경험은 훌륭한 시민으로 성장하는데 권장됩니다.”

  피선거권 연령 제한은 시민의 참정권 뿐만 아니라 공무담임권을 침해할 수 있다. 공무담임권은 국민이 국가기관 구성원이 돼 공무를 담당할 수 있는 참정권을 의미한다. 피선거권 연령 제한이 정당하다는 헌재 결정에 참여연대는 ‘여타의 공무담임권과 달리 선출직 공무원에만 연령 제한을 별도로 두는 것이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논평했다. 만약 19세부터 24세의 청년 세대가 선출직 공무원이 되기 위한 역량이 부족하다면 이는 민주적 선거 과정을 통해서 검증되는 것으로 충분할 뿐, 후보에 나설 수 있는 자격까지 제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다른 나라는 지금
  헌재는 다른 국가의 입법사례를 들며 25세로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피선거권 연령 제한을 하향한 나라도 적지 않다. 독일, 스웨덴, 캐나다, 호주 등은 18세부터 의원 출마 자격이 주어지고,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나라들의 30세 미만 청년의원 비율은 10% 이상이다. 핀란드 역대 최연소 총리인 34세 산나 마린은 약 71%의 시민으로부터 긍정적인 평을 받으며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럽 몇몇 국가는 선거권 연령 제한을 16세로 낮추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이미 16세로 선거권 연령 제한을 하향했고, 독일과 영국은 지방선거권 연령 제한을 16세로 낮췄다. 아동·청소년도 동등한 권리를 가진 사회의 구성원인만큼 모두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고자 하는 국가의 노력으로 보인다. 완전한 성숙함이나 미성숙함은 없다. 나이, 능력을 떠나 우리 모두의 목소리는 같은 크기로 들릴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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