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부드럽지만 끝은 단단하리
  • 김서경 기자
  • 승인 2021.03.22 0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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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땅에서 중심을 잡다 
사발 위 동백꽃이 피다

성큼 다가온 봄이 곳곳에 숨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캠퍼스 근처에 개나리와 벚꽃도 하나둘 피어나네요. 이처럼 무언가 새롭게 생기는 것은 매우 설레는 일입니다.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도 이와 비슷한데요. 단순한 덩어리였던 흙에 숨을 불어 넣어 무궁무진한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은 참으로 두근거리죠. 이번 체험에선 물레와 손을 이용해 도자기를 만나고 왔습니다. 

  물레와 손을 맞추다 
  물레체험에서 만든 기물은 달항아리를 만들 때 사용되는 ‘사발’입니다. 사발은 옴폭하게 생긴 그릇을 의미하는데요. 같은 크기로 사발 2개를 만들고 하나를 뒤집어서 이어 붙여주면, 보름달을 닮은 달항아리를 만들 수 있죠. 

  기자는 요즘 많이 이용되는 전기 물레를 사용했습니다. 전기 물레는 발판으로 돌아가는 속도를 조절합니다. 발판을 세게 밟으면 물레가 빨리 회전하고 약하게 밟으면 천천히 돌아가죠. 물레 작업에서는 중심을 잡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작업을 시작하면 흙을 물레 가운데에 붙인 후 손에 물을 묻히는데요. 그다음 물레를 돌리면서 흙을 부드럽게 위아래로 올리고 내려 중심을 잡아주죠. 물레는 원심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중심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으면 물레가 돌 때 흙이 흐트러집니다. 따라서 중심 잡기는 물레 작업의 기본 과정이죠. 중심 잡기를 끝내자 처음엔 딱딱해 보이던 점토가 물이 묻어 반짝반짝 윤기가 흐르고 물레를 따라 빠르게 돌아가는데요. 마치 흙에 생명을 불어넣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모양을 내볼까요. 우선 양손으로 흙을 감싸고 오른손 엄지로 구멍을 낸 후 천천히 올라오면서 손가락을 뺍니다. 다음으로 검지, 중지, 약지 손가락 3개를 넣어 구멍을 더 깊게 파고 손을 구부리면서 위로 올라옵니다. 그리고 다시 손가락을 넣고 손을 몸쪽으로 당겨 바닥을 만들어줍니다. 이제 어느 정도 옴폭한 그릇 모양이 갖춰졌는데요. 그릇의 바깥쪽에 엄지를 걸고 안쪽에는 남은 손가락 4개를 넣어 꼬집듯이 잡고 손을 올리면서 사발의 두께와 높이를 조절해 줍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 작업을 하면서 손을 이동할 때는 천천히 숫자를 셌습니다. 물레가 돌아가는 속도에 맞춰 손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인데요. 김성아 SA세라믹공방 대표는 작품을 성공적으로 완성하기 위해 적절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물레가 빠르게 돌면 손도 빨리 올라오고 천천히 돌면 손도 서서히 올라와야 해요. 둘의 속도가 어긋나면 작품이 틀어지죠.” 물레 위 흙은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했기 때문에 손끝엔 긴장이 담겼습니다. 긴장이 가득한 공방 속 물레가 도는 소리는, 들어본 적은 없지만 지구가 공전하는 소리처럼 느껴졌답니다. 공방이란 우주에서 물레라는 지구 위에 생각을 빚어낸 것이죠. 마무리 과정을 거치고 물레 작업을 마쳤습니다. 

사진 서민희 기자                                          

  한 층씩 포개어 얹다
  
다음에는 손으로 도자기를 빚었습니다. 모양은 물레로 만든 도자기와 유사한 사발 형태를 제작했는데요. 물레를 통해 매끈하게 만든 기물과 달리 손으로 누른 손자국을 내면서 같은 사발이지만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손으로 빚는 작업은 먼저 흙을 일정한 두께로 펴주면서 시작합니다. 동그란 사발 모양을 만들기 위해 그릇 형태의 석고판을 이용하는데요. 석고판 위에 방금 밀어준 흙을 올려놓고 눌러서 본을 떠줍니다. 이렇게 사발 바닥의 볼록한 형태를 빚을 수 있죠. 손을 이용한 체험에선 흙가래를 이용한 기법을 활용했습니다. 흙가래는 점토를 가래떡처럼 길고 동그랗게 굴린 덩어리인데요. 흙가래를 아까 만든 사발 형태 위에 하나씩 쌓아줍니다. 이 과정을 반복해서 사발의 크기를 키우고 모양을 잡아주죠. 원하는 모양을 생각하며 한 줄씩 생각을 포갰습니다. 이때 흙가래를 붙이는 부분을 꼼꼼하게 꾹꾹 눌러 작업해야 하는데요. 김성아 대표는 접합부가 들뜨지 않게 신경 써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접합부가 확실하게 안 붙으면 흙이 마르면서 계속 타고 갈라져요. 빈 곳이 생기지 않게 작업해야 하는 이유죠.” 구상한 형태와 크기로 빚은 다음 도자기전용 물감으로 그릇 안에 그림을 그려줬는데요. 빨간 동백꽃을 사발 안에 띠를 두르듯 표현해 완성했습니다. 

  작업이 끝난 기물은 건조 과정을 거친 후 가마에 들어가 850도에서 8시간 정도 구워집니다. 이렇게 초벌이 이뤄진 기물은 분홍색을 띠게 되죠. 이 상태에서 유약을 바르고 다시 가마에 들어가는데요. 재벌 과정은 1,250도에서 12시간 정도 열을 가해 완성됩니다. 이렇게 두 번의 소성을 거쳐 도자기를 완성할 수 있죠. 

  오랜 시간 뜨거운 열기를 견디고 온 도자기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데요. 기대한 대로 잘 나오길 바라지만 생각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만드는 과정이 의미 있기 때문인데요. 처음엔 아무 모양이 없던 흙을 기자의 생각과 바람으로 빚었습니다. 그리고 진심의 가마에서 도자기를 기다리는 설렘으로 구웠죠. 이미 기자의 마음속 도자기는 완성됐습니다.

사진 서민희 기자
사진 서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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