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에서 심리테스트 열풍이 일었다. ‘MBTI 테스트’를 시작으로 ‘나만의 꽃 심기’라는 심리테스트도 이틀만에 800만명이 참여하는 등 심리테스트 관련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자신과 같은 성격 유형 결과가 나온 사람들끼리 공감 댓글을 주고받으며, 유형별 커뮤니티도 생겨났다. 소속감을 고취하는 이러한 문화는 사실 우리에게 꽤 오래됐다. 탕수육 소스 부먹·찍먹부터 시작해 민초·반민초파, 파인애플 피자 호불호 등 취향을 나누고 이에 속하는 문화에 우리는 매우 익숙하다. 

  소속감을 바탕으로 자신을 쉽게 정의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때로는 삶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하지만 소속 문화가 정말 우리의 삶을 채워주고 있을까?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트렌드 코리아 2021』은 심리테스트 열풍이 현대인이 갖는 실존적 불안과 연관 있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접촉이 현격히 줄어들면서 자기 정체성의 불확실함은 배로 증가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신을 특정 유형으로 딱지 붙인 뒤 해당 유형이 갖는 라이프스타일을 동조·추종함으로써 자기 정체성을 정의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노력이 마치 게임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레이블링 게임’이라고 해당 현상을 일컫기도 한다. 즉 각종 심리테스트 등의 레이블링 게임을 활용해 자신이 누구인지 “딱 정해달라”고 호소하는 행위가 만연하는 셈이다. 

  근대에 들어 인간은 신분 질서 등과 같은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를 쟁취해냈다. 모순적이게도 자유로운 환경에서 인간은 자아에 대한 무기력과 불안에 쉽게 휩싸인다. 이를 극복하고자 자신을 다시 강하게 구속해줄 새로운 존재를 찾고 이에 복종하고자 하는 심리가 싹튼다. 자유 속에서 자아를 상실한 사람은 점점 자유를 부담스러워해 자유로부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피한다. 이는 저명한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의 서적 『자유로부터의 도피』 속 내용이다. 

  기자는 최근 심리테스트 열풍을 비롯한 오랜 시간 자리 잡아 온 소속 문화가 ‘자유로부터의 도피’라고 바라봤다.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탐구하고 싶은 욕망이 오히려 특정 유형에 나 자신을 맞춰 억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누군가가 던지는 메시지에서 벗어나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진지한 고찰을 해야 할 때다. 자유 속에서 도망치지 않고 가끔은 휴대폰 속 단어들에서 나를 찾기보다 실존하는 피부, 호흡, 손, 발 그리고 그들로 인한 행위들에서 나를 한 번 찾아볼 필요가 있다. 

  선거철을 맞아 악취나는 사건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시점과 코로나19가 맞물려 개개인을 더욱 무기력하고 불안케 한다. 사회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하되 무력해지진 말자.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우선 내 음식 취향, 성격을 특정 소속에 가두지 않고 사소하지만 진정한 자유를 내게 선사하는 것부터 해보자. 당신이 벗어 던져야 하는 타이틀은 몇 개인가. 

김유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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