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비평 물길 따라서 평등의 바다로!
  • 이민경 기자
  • 승인 2021.03.2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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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비평 초급수영반

예술작품을 볼 때마다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막막하신가요? 난해하게 본 작품이 대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거나 재밌게 본 작품이 저평가받는 황당한 경우를 한번쯤은 경험했을 텐데요. 예술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시야가 흐릿해지는 분들을 위해 문화부가 작품을 보다 멀리 내다볼 수 있도록 맞춤 안경을 만들어드립니다. 이번주는 안경의 도수를 여성학으로 맞춰 봤습니다. 함께 안경을 쓰고 작품을 보러 가봅시다!

페미니즘 운동은 19세기에 접어들어 영국·미국 중심으로 여성 차별에 대항하고 여성의 기본권을 요구하며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됐다.
페미니즘 운동은 19세기에 접어들어 영국·미국 중심으로 여성 차별에 대항하고 여성의 기본권을 요구하며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됐다. 사진출처  Legends of America

성 고정관념 탈피해야 해 
여성에서 사회로 개념 확대돼

가장 중요한 건 작가의 의도 
현대윤리에 걸맞은지 파악해야

인류 역사 이래로 당연하게 여겨온 사고방식에 의문을 던진 자들이 있다. 바로 페미니즘 예술비평가다. 이들은 문학, 미술, 영화 등의 예술작품을 페미니즘 관점에서 해석해 작품 속 성차별 문제를 지적하고 대중에게 양성평등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 작업을 처음 시작하려는 학생 입장에서는 글을 어떻게 써 내려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들을 위해 기자가 직접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봤다. 

  ‘누구’ 아닌 ‘모두’를 위해 
  여성학은 여성의 입장에서 정치·사회·문화 등을 연구하고 성별의 사회적 구성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흔히 페미니즘과 여성학을 동일시하지만, 각 용어가 포괄하는 범위에 차이가 있다. 페미니즘은 여성학의 상위개념으로 성별의 탐구에서 더 나아가 이와 관련된 이론 및 사회 운동까지 총칭한다. 여성학과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방향은 유사하다. 성차별주의에 근거한 억압을 철폐하고 인종, 나이, 장애 등에 있어 존재하는 젠더 불평등 완화를 목적으로 한다. 

  전문가는 페미니즘과 예술비평은 떼놓을 수 없는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페미니즘은 최근 젠더 문제를 넘어 보다 보편적인 인간 문제까지 영역을 넓히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발맞춰 비평도 특정 예술 분야에서 문화 비평으로 그 대상을 확장해나가는 추세다. 또한 페미니즘 예술비평은 단순 페미니즘 이론보다 친숙하게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어 페미니즘 대중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페미니즘 예술비평은 미술, 문학, 영화 분야 관계없이 비평을 통한 평등한 사회형성을 목적으로 한다. 이재걸 강사(일반대학원 예술학과)에 따르면 페미니즘 미술비평은 페미니즘 담론이 작품 본래의 예술적 가치와 어떻게 결합하고 있는지 연결고리를 발견해내는 과정이다. 그는 페미니즘과 현대미술이 목표하는 바가 같다고 말했다. 두 분야 모두 인간의 보편적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 운동이나 이론이 여성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남성을 배제한 채 여성의 권익만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결국 인간 전체를 위해 존재하는 셈이죠.” 

  박주영 교수(순천향대 영미학과)는 페미니즘 문학비평은 평등과 성적 해방을 추구하는 시선으로 문학을 비평하는 행위라 전했다. “60년대 후반 페미니즘 문학비평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여성이 약한 존재로 텍스트에서 묘사된 사실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했어요. 90년대에 들어서는 페미니즘 개념 자체가 계급, 인종 등의 사회문제로 점차 확대됐죠. 따라서 문학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지적하다 보면 개인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 정치, 역사 관련 문제까지 함께 다룰 수밖에 없어요.” 

  손희정 교수(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는 페미니즘 영화비평을 통해 여성 행동반경을 보다 넓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여성은 누군가의 누이, 어머니, 딸 혹은 성적 대상으로 늘 그려져 왔죠. 그런 묘사가 담긴 영화로 인해 여성 스스로 주체성을 제한한다고 봐요. 페미니즘 영화비평을 통해 영상 속 여성을 향한 성차별적 표현의 문제를 지적함으로써 여성의 주체성을 고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과의 숨바꼭질 
  예술비평을 시작하려면 우선 작품을 선정해야 한다. 페미니즘 예술비평은 어떤 작품을 대상으로 해야 할까. 이재걸 강사는 작품이 지닌 사회적·심미적 가치 모두 고려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작가 의도가 아무리 현 시대적 윤리에 부합한다 해도 예술적 가치가 떨어지면 비평 대상으로 다루지 않아요. 보편적이면서 동시에 개인적 여성 담론이 깃든 작품 위주로 선정하죠.” 

  반면 손희정 교수는 본인에게 의미 있는 작품이라면 전부 비평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평에서의 ‘의미’는 단지 ‘어떤 인상을 줬다’에 그치는 게 아니에요. 특정 대상을 제대로 비평하기 위해선 비판해야 할 지점을 찾아내야 합니다. 또한, 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자 다양한 비평 작업을 거친 후 그 작업을 다층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죠.” 

  작품 선정 후 예술비평문을 작성하는 과정은 전문가마다 상이했다. 이재걸 강사는 우선적으로 작가의 동기와 목적을 살핀다고 전했다. “왜 그렸으며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해당 작품의 특성, 표현양식 등을 고찰해요. 다음으로는 작품 속 담긴 동시대적 가치와 작가의 의도를 글로 씁니다. 이때 동시대적 가치란 작품이 현대의 지적 수준과 윤리에 걸맞은지, 미래지향적인지 파악한다는 의미죠.” 

  박주영 교수는 억압된 욕망을 찾으며 비평문을 작성한다고 밝혔다. 작품을 꼼꼼히 읽으면서 여성에게 특히 금기시되는 표현을 작가가 왜 선택했을까 분석함으로써 말이다. 해당 비평에 적절한 예로 ‘샤론 올즈’라는 20세기 미국 여성 시인을 들 수 있다. 그녀는 비속어와 노골적인 성적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여기서 당시 노골적 표현을 하면 안 된다는 편견을 깨고자 하는 욕망을 엿볼 수 있다. 한편, 손희정 교수의 경우 서사 흐름을 먼저 본다고 말했다. “작품 속 서사에 새로운 여성상이 등장하는지, 남성 중심적인 시각으로 여성을 배제하는지를 살펴봐요. 그 이후에 미장센, 사운드와 같은 영화 언어를 분석하죠. 그러면서 내가 던지고 싶은 메시지와 비평하는 영화의 주제가 어느 부분에서 일치하고 다른지 생각을 정리한 후에 글을 씁니다.” 

  최근 우리나라 속 사회 이슈들은 문제를 남과 여, 이분법적으로 나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 성별 문제에서 한층 더 나아가 인류애적 차원에서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대중적인 페미니즘 예술비평을 통해 그 목소리를 함께 키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자는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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