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연극은 예술과 삶이 만나는 장소다. 무대는 모든 예술이 만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예술이 삶으로 다시 돌아가는 곳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시대의 거울’인 연극은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고, 동시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극에 담았다. 요즘 SNS와 기사 등에서 용기를 가져가서 음식을 받아오는 ‘용기내 챌린지’,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고고 챌린지’ 후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제 내가 무심코 먹고 쓰고 행동하는 것이 지구의 온도를 올린다는 불편한 사실을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서 연극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연극은 기후변화와 환경이 계속 심화될 때의 위험성을 간접 경험하게 하고 상상하게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담론 형성 및 문제의식을 고취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연극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고통과 상실의 크기를 기억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예를 들어 폭염, 가뭄, 홍수, 산불 등으로 가족과 자산을 잃어버린 고통, 사과가 제대로 열리지 못해 피해 본 농부의 고통 등을 극에 담는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인간 중심적인 서사에서 벗어나 생존이 위험해진 동물, 곤충들의 고통을 조명할 수도 있다. 이러한 기후 변화의 서사는 기후변화의 상징이 된 ‘북극곰’보다 더 가깝게 우리의 위기로 받아들이게 할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의미에서 공연 생산 과정도 들여다보길 제안하고 싶다. 한편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많은 시간, 사람, 장비, 재료 등을 필요로 한다. 거기서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와 쓰레기 생산을 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만약 대체재가 있다면 바꾸고 탄소 발생량을 적게 배출할 방법이 있는지 궁리해보자. 현장에서도 공연 쓰레기를 재활용 할 수 있게 ‘공쓰재’라는 플랫폼을 운영하거나 홍보물의 온라인화, 리유저블 티켓의 사용, 다회용기나 식기류를 대여하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다. 그 외 무대·의상·소품의 재활용, 이면지 사용, LED 조명기 사용, 분리수거 시행, 일회용품 사용 자제 및 개인 컵 사용, 불필요한 무대장치 최소화 및 냉난방 줄이기, 사용하지 않을 때 연습실 및 극장 조명 끄기 등을 시도해볼 수 있다. 

  정해진 제작 시스템 안에서 학생 예술가가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은 한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쓰레기를 줄여나가는 것이 기후변화를 극복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반문할 수도 있다. 예술의 결과물과 환경적 가치가 부딪히는 경우에는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을지도 깊이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이제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담론을 형성하고,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직접적으로 기후위기와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덕션 과정 안에서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환기하려고 하는 자세가 바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첫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곽다원 연극전공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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