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OTT 너머로 저무는 극장가, 사라질까?
  • 이민경 기자
  • 승인 2021.03.1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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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서세요! 영화시장 교통정리

예술. 이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보통 돈을 밝히기는커녕 붓을 들고 피폐하게 작품에 몰두하고 있는 가난한 예술가의 이미지가 떠오르기 십상인데요. 하지만 예술만큼 아카데미즘에 맞닿아있으면서 자본과 직결되는 분야가 또 없습니다. 따라서 예술이 속한 시장의 힘을 무시할 수가 없죠. 이번 문화부에서는 각 예술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기제를 파악하고, 시장 속 각 주체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담아보려고 합니다. 이번주 저희가 알아볼 곳은 영화시장인데요. 과연 영화시장에서는 어떤 일들이 지금 일어나고 있을까요?

일러스트 구순모
일러스트 구순모

OTT, 더 많은 기업 투자와 관객 소비가 이뤄질 것 
영화관, 4D·ScreenX 등으로 차별화에 힘써야 해

집 안에 갇혀 사는 요즘. 방구석에서 즐길 수 있는 여가생활은 생각보다 그리 다채롭지 못하다. 무채색에 가까운 우리의 일상을 달래주는 건 넷플릭스, 왓챠. 바로 OTT 스트리밍 서비스다.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이 서비스가 영화계에서는 뜨거운 감자라고 하는데 왜일까. OTT가 영화계에 어떠한 바람을 일으켰는지 영화계 인사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IGA웍스 모바일 인덱스
출처: 방송통신위원회

  영화계에 떨어진 혜성, OTT 
  OTT란 ‘Over The Top’의 줄임말로 인터넷을 통해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Top’은 TV에 연결된 셋톱박스를 의미하지만 OTT는 셋톱박스에 국한되지 않고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 전반을 제공한다. 이는 시·공간적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다중집합시설 방문을 지양하면서 극장가는 한층 한산해진 대신에 집에서 안전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OTT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실제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국 영화시장 극장 매출액은 전년 대비 73.3% 감소했다. 동시에 전국 극장 수와 스크린 수도 감소했다. 전국 극장 수는 무려 7.6%, 스크린 수는 2.1%, 좌석 수는 2.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2021년 1월 전체 관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89.4% 감소해 총매출액 약 1279억원이 줄었다. 

  반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기존에 예상했던 연평균성장률 13.8%를 훌쩍 넘어 26.4%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OTT 플랫폼 업체인 넷플릭스의 2020년 4분기 누적 가입자 수는 전 세계 기준으로 2억명에 도달했다. 지난해 9월 한국 기준으로 유료 가입자 수가 330만명을 달성하면서 국내에서도 그 입지를 견고하게 다지고 있다. 국내 OTT 플랫폼 업체 티빙의 경우 지난해 5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가 394만명을 돌파했고 왓챠의 경우도 9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국내 OTT 시장이 이토록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현승 교수(영화전공)는 높은 가격경쟁력을 제일 큰 요인으로 지목했다. “OTT는 한 계정으로 최대 5명까지 영화를 함께 볼 수 있는 구조이기에 한 달 이용료를 여러 명이서 부담할 수 있잖아요. 약 2000원이면 한 달 내내 영화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셈이죠. 관객 입장에서는 더 많은 영화를 보다 저렴하게 볼 수 있기에, OTT 이용률 증가 현상은 당연하다고 봐요.” 

  성동규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OTT의 인기 비결은 해당 플랫폼이 지닌 특징 중 하나인 풍부한 콘텐츠에 있다고 언급했다. “OTT는 콘텐츠가 정말 풍부하잖아요. 해외 드라마부터 국내 최신 드라마까지 방송 직후에 올라와요. 그야말로 국내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들은 다 있는 거죠.” 박주연 교수(예술대학원)는 시공간적 제약 없이 개인 일정에 맞춰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극장 상영 기간에 자신의 관람 시간을 맞출 필요가 없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소비자들의 소비행태가 보다 능동적으로 변화했다고도 덧붙였다.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OTT의 얼굴들 
  멀티플렉스 회사 관계자는 작품이 아무리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제작사에 대한 적절한 인센티브가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영화사가 OTT의 하청업자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요. 극장을 통해 영화가 개봉할 경우에는 예상 관객 수 이상으로 관객이 몰리면 그에 따른 추가 수당을 받아요. 하지만 OTT의 경우 제작사를 고용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이어 그는 대형 OTT 회사가 국내 배급사 측의 좋은 해외영화를 선점할 기회를 막는 경향이 있다고도 말했다. “괜찮은 영화는 국내 영화사들이 제작사에 컨택하기도 전에 이미 넷플릭스와 같은 대형 OTT 플랫폼이 미국, 유럽 등 현지에서 다 사가요. 국내 작은 배급사들은 팔리고 남은 영화들을 상영할 수밖에 없어 불리한 상황입니다.” 

  반면 영화 제작 현장은 OTT 활성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김지용 영화감독은 OTT를 통해 영화 연출 기회가 많아졌다고 답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개봉하지 못 한 영화들이 많잖아요. 기획 완료된 프로젝트도 중단하는 경우가 많았고요. 그런데 OTT가 활성화되면서 기획할 작품이 많이 생겼어요.” 그는 OTT가 수입 측면에서도 도움된다고 덧붙였다. “OTT로 작품이 넘어가면 배급투자사에 넘어갈 때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받아요. 제작사에 수익이 남아야 다시 영화 제작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연출 기회가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현장직에게도 중요한 이슈라고 봐요.” 

  전문가는 OTT 활성화에 대한 상반된 각 주체 간 입장을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한 과도기 때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OTT 플랫폼 검색기업 ‘키노라이츠’ 양준영 대표는 어느 한 쪽의 잘못이라고 단정 지으며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고 답했다. “양측 모두 자신이 속한 집단이 처한 입장 내에서 근거 있는 주장을 한다고 생각해요. OTT라는 새로운 시장의 등장으로 당연히 발생하는 입장차가 아닐까 싶어요.” 

  같은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 
  전문가들은 OTT의 향후 전망에 대해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지용 감독은 플랫폼 사업 자체가 지닌 미래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산업이 디지털화되면서 상품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은 이제 모든 산업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도 쿠팡 같은 연결 플랫폼이 있어야 가능하니까요.” 양준영 대표는 OTT가 거대한 콘텐츠 대여점을 저렴한 비용으로 소유하는 기분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고 말했다. “구독 서비스가 소비자들 생활 전반에 정착했어요.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죠. 또 기존 콘텐츠 저작권을 소유한 기업들이 OTT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기에 더 많은 양질의 콘텐츠가 제공될 거라 생각해요.” 

  OTT의 급부상으로 인해 극장이 사라지진 않을까 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멀티플렉스 회사 관계자는 극장 자체는 살아남겠지만 현재 3대 대표 영화관으로 꼽히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지금처럼 건실히 유지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답했다. “대형 극장들이 당장 내일 부도가 나거나 매각된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에요. 하지만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브랜드가 있을 거예요. 구조조정은 있겠지만 극장 자체는 반드시 살아남을 겁니다.” 

  박주연 교수도 관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극장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극장은 이제 단순히 영화만을 상영하는 곳이 아닌 경험을 제공하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4D, ScreenX 등 다양한 기술을 통해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된 관람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극장만의 차별화에 대해 고민한다면 전망은 충분히 밝다고 생각해요.” 

  최근 넷플릭스는 올 한 해에만 약 5500억원을 한국 콘텐츠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KBS의 연간 수신료와 맞먹는 큰 금액이다. 거액을 투자하는 만큼 OTT 시장은 성장하는 반면 영화수입배급사협회는 그 흐름에 반해 최근 국내 OTT에 영화 공급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좋은 영화를 관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걸맞은 수준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 양측 스스로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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