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입양합니다. 36주 되어있어요’ 어느 날 당근마켓에 올라온 글 하나. 작성자는 경찰 조사에서 갑작스러운 출산으로 인한 두려움과 경제적인 부담으로 해당 글을 올렸다고 진술했다. 그가 아이를 낳기로 한 순간부터 버리기까지, 사회는 무엇을 했을까. 내 아이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응원받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짚어봤다.

  부모이기 위해 부부일 필요는 없다
  김희경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한부모가족을 사회에서 배제하는 바탕에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란 결혼제도 안에서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핵가족을 이상적 가족의 형태로 간주하는 사회 및 문화적 구조와 사고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믿음이 한부모가족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제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김은희 대표는 우리 생활 전반에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부모는 출산이나 낙태, 입양 모든 과정에서 늘 배우자의 존재를 요구받아요. 배우자의 동의가 필수인 경우도 있죠.” 또한 학교에서 정상 가족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는 한부모가족 아이에게 상처로 다가온다고 지적했다. “부모 참관 수업이나 가족 관계도 그리기 숙제처럼 아이의 외적인 부분을 캐묻는 과정에서 아이는 자신의 가족이 정상 범주에서 벗어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요. 이는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고 아이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유발할 수도 있죠.”

  법 밖의 한부모가족
  사람들의 차별 어린 시선으로부터 한부모가족을 보호해줘야 할 법조차도 이들에겐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다. 유미숙 대외협력국장은 한부모 관련 제도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소득이 없는 등의 위기상황에 처한 사람을 신속하게 지원하는 「긴급복지지원법」은 최대 6개월까지의 지원만 보장해주고 있어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어요. 또한 만 30세 이하 임산부는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할 때 부양의무자 제도에 따라 그 부모님의 금전 제공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한부모의 경우 탈 가정 사례가 많은 만큼 신청 자체가 어렵죠.”

  미혼부의 출생신고 문제 또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혼인외 출생자 신고의 경우 모에게 신고 의무가 있다. 이에 따라 미혼부는 모와 연락할 방법이 없으면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 이 문제가 지적되자 2015년 해당 법률에 제57조 2항(일명 사랑이법)이 추가됐다.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상황에 한해 부가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2016년 서울동부지법에선 모의 인적 사항 세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알고 있으면 사랑이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지만, 2019년 대전가정법원에선 일부를 알고 있더라도 모를 특정할 수 없으면 적용 대상이라고 판결하는 등 해석상 문제가 대두됐다. 실제로 사랑이법 시행 이후 약 4년간 미혼부가 신청한 자녀 출생신고 500건 중 단 70건만 승인 될 정도로 많은 미혼부가 신설된 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허점을 보완해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모의 인적사항을 알더라도 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협조하지 않는 등의 경우 부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김지환 대표는 해당 개정안 또한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부분에서 다양한 해석을 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둘이서 굳건히 서 있으려면
  복지망이 한부모가족을 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책은 어떻게 바뀌어 나가야 할까. 김은희 대표는 임신부터 출산, 양육까지 전반적인 과정에 전문기관이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신이나 입양, 양육 에 대해서 충분히 상담할 수 있는 기관이 있어야해요. 부모가 아이를 키우면서 건강과 우울감이 악화하기 전에 살피는 단계가 필요하죠.” 지방 자체단체의 초기 개입이 미혼모가 시설에 고립되거나 수급자로 남는 등의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미숙 대외협력국장은 정부 제도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대신 자립을 지원하는 쪽으로 복지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혼모의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나 낮은 임금 같은 구조적 문제를 고쳐야 해요. 단순히 한부모에게 얼마를 지원하는지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어요.”

  한부모의 자립을 위해서는 정서적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 김지환 대표는 가족 대상 심리 검사를 진행해 구성원 간 심리적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부모가 하는 일을 한부모가 하는 만큼 육체적·심리적으로 더 힘들어요. 그 와중에 홀로 남겨진 아이가 위기 청소년이 되는 예도 있기 때문에 부모와 아이 모두 정서적 지원을 받아야 해요.”

  그는 한부모가족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아동의 이익임을 강조했다. “부모의 여건이 어떻든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한 사회가 바람직해요. 절차를 따지다가 아이들의 기본권과 평등권을 놓치는 불상사가 일어나서는 안 되죠.”

  UN 아동권리협약은 아동 최선의 이익을 기본 원칙으로 정해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을 결정할 때는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한다고 명시한다. 우리나라는 1991년 협약 당사국이 됐다.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이 원칙 앞에 떳떳할 수 있을까.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