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은 오래전에 살았던 동식물의 유해나 활동 흔적 따위가 퇴적물에 매몰된 채 남아 있는 상태를 일컫습니다. 동시에 변화하거나 발전하지 않고 어떤 상태에서 돌처럼 굳은 모습을 비유하기도 합니다. 예술작품에도 화석이 존재하는데요. 화석만큼이나 오래된 고전 작품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현재 우리 일상에 친숙하게 녹아들어 그 모습을 다르게 하고 있죠. 아무리 화석작품이 변모했다고 해도 화석은 화석인데요. 어떻게 변신했는지 경로를 한 번 추적해봅시다!

『셜록 홈스 시리즈』는 1887년 영국에서 처음 발간돼, 20세기 들어서 대중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셜록 홈스 시리즈』는 1887년 영국에서 처음 발간돼, 20세기 들어서 대중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사진출처 네이버

셜록 홈스. 추리소설 하면 이 이름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셜록 홈스 시리즈』(아서 코난 도일 씀)는 추리소설의 시초로 흔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해당 소설이 첫 추리소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어떤 학자는 “셜록 홈스는 추리소설이라기보다 괴기담에 가깝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봤다. 

  『셜록 홈스 시리즈』는 영국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쓴 책으로, 1887년 장편소설 『주홍색 연구』부터 1927년 『셜록 홈스의 사건집』까지의 글들을 통칭한다. 해당 시리즈에는 주인공인 탐정 ‘셜록 홈스’와 그의 조력자 ‘존 왓슨’이 등장한다. 홈스가 의뢰받은 사건 현장 속 범인의 흔적을 두 사람이 함께 조사해 추리하는 내용을 주서사로 하고 있다.  

  『셜록 홈스 시리즈』 속 홈스는 당대 최고의 민간 자문 탐정으로 범죄 관련해 모르는 분야가 없는 인물이다. 백과사전에 흡사한 지식을 지닌 천재적인 인물로 책에서 묘사된다. 그는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현장 속 증거를 면밀히 분석하며 사건 흐름을 파악해 나간다. 왓슨은 홈스의 유일한 친구이자 조력자로 홈스의 활약상을 기록하는 작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홈스의 뛰어난 추리력과 대비되는 엉성한 모습을 보인다.

  백휴 추리소설가는 홈스가 왓슨에게 건넨 대사 “너는 보지만 나는 관찰한다.”로 두 인물 간 차이를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찰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사소한 부분을 꼼꼼히 보는 행위를 일컫는다. 해당 대사에서 왓슨은 ‘보다’라는 서술어에 홈스는 ‘관찰하다’라는 서술어에 해당한다. 즉, 홈스는 왓슨과 달리 현장의 증거들을 보다 면밀히 관찰한다. 이에 백휴 소설가는 상반된 두 캐릭터 배치는 작가가 의도한 설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대상을 바라보더라도 홈스는 왓슨보다 한층 더 깊게 추리할 수 있음을 두 인물의 대비로 보여주고자 한 것 같아요. 왓슨이 잘못된 정보를 주려고 하면 홈스가 정정하는 모습 등을 통해 말이에요.” 

  일각에서는 『셜록 홈스 시리즈』가 현시점에서 봤을 때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을 내리기도 했다. 백휴 소설가는 세계적인 철학가 슬라보예 지젝의 말에 빗대어 이를 설명했다. “슬라보예 지젝은 『셜록 홈스 시리즈』가 추리소설의 본궤도에 이르지 못한 괴기담에 가깝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소설 속 홈스는 상대 신발에 묻은 흙이 어느 지역의 흙인지도 바로 추리해내죠. 하지만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 해도 세상은 계속 바뀌잖아요. 현장의 모든 정보를 어떻게 즉각 다 알 수 있냐는 거예요. 개화된 현 사회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지점들이 있죠.”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셜록 홈스 시리즈』는 추리소설의 시초가 아니다. 『셜록 홈스 시리즈』의 첫 작품인 『주홍색 연구』보다 반세기쯤 먼저 발간된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에드거 앨런 포 씀)이 첫 번째 추리소설이다. 박광규 추리평론가는 『셜록 홈스 시리즈』가 최초는 아니더라도 추리소설 대중화에 있어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19세기 말 처음 소개된 대중 소설이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출간되는 경우는 드물죠. 주인공인 홈스는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명탐정의 대명사로서 자리를 아직도 굳히고 있는 거잖아요. 홈스 시리즈에서 따분하다는 느낌을 받는 독자는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해요. 옛 추억을 찾는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고 오히려 만족시키는 작품인 셈이죠.” 

  『셜록 홈스 시리즈』는 20세기에 접어들며 최고의 흥행을 거뒀다. 해당 시리즈의 첫 발표 직후에는 반응이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본격적인 인기는 첫 단편 『보헤미아의 추문』부터 거뒀다. 마침 영국에 철도가 보급되며 기차 안 승객들의 이동 시간을 달래는 용도로 잡지들이 많이 출간됐다. 그중 잡지 <스트랜드 매거진> 연재가 확정되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스트랜드 매거진> 이외의 잡지에도 여러 단편 추리소설들이 연이어 게재됐다. 그중 명성을 얻은 몇 작품은 훗날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이라는 이름을 후대에 남기기도 했다. 

  이후 추리소설은 1930년대 황금기를 맞이하며 많은 발전을 이뤘다. 그 발전 중에는 사실주의 수법인 ‘하드보일드’의 등장이 있다. 박광규 평론가는 하드보일드 흐름이 나타나며 탐정 캐릭터 특징이 변화했다고 주장했다. “고전 추리소설은 고립된 공간 속에서 주인공 특유의 천재성이 발휘되죠. 하지만 1920년대 후반 무렵, 하드보일드의 등장 이후 탐정은 천재가 아닌 직업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해요. 고립된 공간에서 벗어나 발로 직접 뛰면서 사건을 해결해나가죠.”  

  홈스는 범인이 남긴 사건 흔적을 바탕으로 이어지지 않는 서사의 퍼즐을 맞춰나간다. 그 퍼즐이 마침내 완성됐을 때 드러나는 반전에 독자들은 전율을 느끼고 다시금 이야기에 빠져든다. 처음이 아니어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독자가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 빠져들도록 이끄는 길목이 돼주는 것만으로 홈스는 충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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