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길었던 겨울을 보내고 새로이 맞이하는 봄. 봄 내음을 맡으면 새로움, 출발, 희망과 같은 노란빛 단어들이 떠오른다. 매해 돌아오는 봄일지라도, 사람들은 또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머릿속에 한 해를 그려본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코로나19와 공존했던 지난 1년 동안의 시간이 여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다시 돌아온 봄에 우리의 마음은 더욱 무겁기만 하다. 봄의 설렘이 사라진 자리에는 지친 마음과 근심 걱정이 가득하다. 봄을 맞아 활기 넘쳐야 할 학교에는 학생이 없다.

  올해도 교정을 거닐 수 없기 때문일까. 학생들은 그늘진 얼굴로 무기력하게 새 학기를 준비한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이 어두운 이유는 단지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작년 한 해 동안 대학가에서 가장 치열하게 주목받았던 이슈는 대학 등록금 반환 문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대부분의 대학이 비대면 강의를 주로 진행했다. 자연스레 학생들이 대학교의 시설, 실험 및 실습 기자재 등을 이용하는 데에는 많은 제약과 제한이 따랐다.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강의 질과 관련된 여러 불만의 목소리도 존재했다. 기존에 책정된 등록금은 오프라인 수업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강의에 동일한 금액의 등록금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외침 또한 있었다.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여전히 300-400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2021학년도 1학기 역시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대학본부는 2021학년도 1학기 전반기 8주간의 수업을 중앙대 단계별 학사 운영 계획에 따라 2.5단계에 맞춰 운영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2.5단계에는 일부 예외의 경우를 제외하고 학내의 모든 수업을 비대면으로 운영한다.

  명백히 대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의 폭과 깊이가 현저히 줄어든 지금. 그러나 줄어들지 않는 등록금과 비대면 수업으로의 전환이라는 의사만 표명한 채, 이후의 대책은 선뜻 마련하지 않는 무관심한 대학교들의 태도에 학생들은 분노와 무력감을 느낀다.

  많은 이들은 이야기한다. “코로나19 사태는 처음이다.” 그렇다. 모두에게 처음이다. 새로운 상황에 대한 대처가 물론 서투를 수는 있다. 그러나 이제 그로부터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끝날 줄 모르는 바이러스의 창궐 속에서 언제까지나 ‘처음이라 미숙하다’는 식의 변명만 늘어놓을 수는 없다.

  명분상의 회유책은 더 이상 필요 없다. 명확한 대처방안과 학생들을 위한 진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물러날 곳은 없다. 합의점을 모색하기 위해 우리 학생들 역시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올해의 끝에 서서 일 년을 돌아봤을 때, 모두에게 잃어버린 시간이 아닌 의미 있게 곱씹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이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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