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 듯 말 듯 가물거리는/안개 속에 싸인 길/잡힐 듯 말 듯 멀어져가는/무지개와 같은 길.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 가사 중 일부입니다. 잡힐 듯하지만 잡을 수 없고, 보일 듯하지만 보이지 않는 ‘길’. 결국 ‘길’은 찾을 수 없는 이상향일까요?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사태에 중앙대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비대면 수업, 절대평가 시행, 특별장학금 지급 등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수많은 변화를 경험했죠. 졸업식과 축제도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학교에 방문조차 하지 못한 신입생들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중앙대는 변화 속에서 ‘길’을 찾아 방황하는 한 해를 보냈습니다.

  구성원들 간 갈등도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당장 2020학년도 2학기 등록금 환불 규모와 형식을 두고 지난주까지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죠. 재정 상황이 어렵다는 대학본부와 교육의 질과 대학시설 사용을 보장받지 못한 학생에게 정당한 수준의 반환이 필요하다는 학생사회의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결국 특별장학금 지급이 결정됐지만 비율을 두고 학생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죠.

  비대면 상황에서는 구성원 간 소통도 쉽지 않았습니다. 교수와 학생, 대학본부와 학생사회는 노트북 화면을 사이에 두고 1년 동안 대화를 이어갔죠. 서울캠 전학대회는 확운위로 대체돼 전공단위 학년대표자들은 의견을 전달할 수 없었습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처럼 비대면 소통은 서로에게 닿지 않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중앙대는 학생사회, 교수, 직원, 동문 등 수많은 구성원이 함께 이끌어가는 공동체입니다. 모두가 각자의 사정과 원하는 방향을 가지고 있죠. 그렇기에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길’은 손에 닿을 수 없는 이상향이 아닙니다. 안개가 걷히고 조금만 더 손을 뻗는다면 잡을 수 있는 위치에 있죠.

  안개를 헤쳐나가기 위해서 기자가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구성원들이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현재 상황에서 기자는 현장에 들어가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습니다. 학내 의제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파악하는 감시자 역할도 수행해야 하죠. 그러면서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치 않은 사실만을 전달해야 합니다. 소외되는 구성원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죠. 진실을 감추는 어둠도 걷어내야 합니다. 이렇게 한발씩 나아가다 보면 결국 구성원들이 중앙대가 나아갈 ‘길’ 을 손에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다시 <가리워진 길>의 가사로 다짐을 전하고자 합니다.

그대여 힘이 되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 을 수 있도록. 안개를 잠시 몰아내고 길을 걸어도 언제 다시 안개가 길을 뒤덮을지 모릅니다. 언제나 ‘그대’들에게 힘을 주며 앞장서는 중대신문이 되겠습니다. 가리워진 길을 열어가며 길 끝까지 여러분들과 걸어가겠습니다.
 

김성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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