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위한 공간은 어디에 있나요?
  • 서민희 기자
  • 승인 2020.12.09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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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게 버거운 어른의 시각

방백(Aside)은 연극 용어로 ‘인물이 관객에게 하는 말’을 의미합니다. 인물의 곁에서는 듣지 못하기 때문에 오직 관객에게만 들리는 말이죠. 사회를 하나의 무대로 본다면 어떨까요. 이번 학기 중대신문 사회면은 우리 사회라는 무대 위, 누구도 들어주지 않아 방백을 할 수밖에 없던 인물들을 조명하려 합니다.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이 극의 관객이 되어주시겠습니까? 응하셨다면 이번 주는 “어린이 차별적 공간에 대한 방백”으로 열어보려 합니다. 끝까지 꼭 자리를 지켜주세요. 이제 시작합니다.

고민주 기자 minjoo@cauon.net

닿지않는 어른의 시선에
자라나는 어린이의 불편

한 어린이가 승강기에서 손소독제를 사용하고자 손을 뻗었다. 곧이어 아이는 통증을 호소하며 자신의 눈을 부여잡았다. 어린이의 키보다 높이있던 손소독제가 눈으로 튀었기 때문이다. 이 같이 어른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공간이 어린이에게는 불편하고 위험한 곳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어린이가 까치발을 들며 사회에 속하고자 노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차별적 시선의 나비효과
  어린이 친화적 공간은 어린이의 독립적인 삶의 형태를 존중하고 이를 위한 사회 공동의 책임을 이행하는 제반 공간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간은 모든 어린이의 인권을 존중·보호·실현하며 어린이의 안전하고 긍정적인 발달과정을 지원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어린이 친화적 공간이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다. 

  「별의 별 차별이야기」(초록우산 어린이재단, 2019)에서는 2019년 9월부터 10월까지 약 두 달간 165곳의 사회 제반 시설에 어린이 차별적 요소가 존재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공중화장실, 대중교통, 교육기관 등에서 위의 요소를 발견했다. 또한 차별적 요소가 존재하는 공간이 어린이의 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다고도 밝혔다.

  채희옥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옹호사업팀 과장은 어린이를 주체적인 존재로 바라보지 않는 사회적 인식이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높은 곳에 위치한 긴급전화와 대피도처럼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어린이가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존재해요. 이는 어린이를 ‘스스로 할 수 있는 존재’로 인지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죠.” 문서와 같은 정보 제공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안내 책자는 어른이 주로 알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어린이가 이해하기 힘들다.

  장민정 국제아동인권센터 연구원은 어린이의 입장을 헤아리지 않는 어른의 시각이 어린이 차별적 공간을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의사결정권자인 어른의 관점이 우선되기 때문에 어린이 친화적 공간조성이 버거운 현실이에요. 이로 인해 어린이의 의견을 간과하거나 어린이에 대한 고려가 후순위로 밀려나는 일이 쉽게 발생하죠.”

  파편화된 조례로 상처받는 어린이
  어린이 친화적 공간이 조성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한다거나 법률을 제정하는 등 정부의 노력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는 독립적으로 어린이 친화적 공간에 대한 조례를 제정했다. 지자체별로 어린이에 관한 관심과 예산은 상이하기에 어린이 친화적 공간은 지역에 따라 큰 편차가 발생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에서도 정부의 통일된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연령·문화적 배경·장애의 유무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말한다. 현재 유니버설 디자인은 각 특별시·광역시·도 및 시·군별로 독자적인 조례를 제정·발표하는 수준이다. 정부 차원의 상위 법령이 없기 때문에 지자체별로 각기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

  이채명 안양시의회 의원은 유니버설 디자인이 다양한 유형으로 존재해 혼란을 야기한다고 설명했다. “공공디자인 조례의 경우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만들어졌어요. 하지만 유니버설 디자인 조례는 정부 차원의 상위법령이 존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정됐죠. 유니버설 디자인 법령 제정이 시급한 상황이랍니다.”

  사회의 배제가 약자를 만들다
  
유니버설 디자인 관련 법률에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장애인복지법」 등이 있다. 이는 장애인과 노인 등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어린이 관련 유니버설 디자인 조례는 대부분 장애 어린이 또는 이들의 보호자나 후견인을 대상으로 한다. 시·군별 유니버설 디자인 관련 조례나 디자인 가이드라인의 적용 범위도 제한적이기에 모든 아동을 포괄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채희옥 과장은 어린이를 고려하지 않은 유니버설 디자인 관련 조례가 어린이를 사회 공간에서 배제한다고 언급했다. “어린이도 사회의 일원이기에 어린이를 고려해 여러 장소나 시설을 만드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에요. 공간을 설계하고 디자인할 때 어린이의 이용을 제외한다면, 어린이는 해당 공간에 있는 한 약자가 될 수밖에 없죠. 이는 사회가 어린이를 약자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어요.”

  수박 겉핥기식 정보제공
  어린이 친화적 공간을 제대로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린이와 관련된 공간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관된 자료수집 체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린이 차별적 공간에 대한 공적 데이터가 부재하다. 또한 어린이 관련 시설의 여부와 개수는 지자체 홈페이지에 게시하지만, 어린이 발달 정도와 특성에 맞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은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어린이가 자신에게 잘 맞는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김영주 교수(실내환경디자인전공)는 어린이 친화적 공간에 관한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린이가 주 사용자인 공간에 관한 정보가 유니버설 디자인 가이드라인에 세부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경우가 존재해요. 이는 사회적·정책적·실무적 차원에서 어린이 친화적 공간 조성의 필요성이나 중요도에 대한 인식 및 관심을 저하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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