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은 경복궁 내 왕의 집무실에 부지런할 근(勤)자를 새겼다. 근정(勤政)이 적힌 현판은 당시 정치 주체였던 대신들과 국왕을 다그치고, 한편 격려했을 것이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정치는 아집에 빠지므로 조선의 ‘높으신’ 정치 주체들에겐 들어야 할 것을 듣고 보아야 할 것을 볼 것이 요구되었다. 그로부터 600년이 넘게 흘렀다. 정치는 모든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가 되었고 우리는 대표자 선출 기간을 거리낌 없이 ‘축제’라 부른다. 오늘날 근정(勤政)은 높으신 분들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의 마음에 새겨야 할 두 글자가 되었다.

  제1981호 중대신문에는 학생 대표자 선거의 결과와 당선인들의 사진, 그들의 당선 소감이 나란히 실렸다. 우선 지난한 선거운동을 거쳐 당선된 분들께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고심해서 지었을 저마다의 선본명처럼 여러분이 동행하고 함께 걷고 연결하고 소통하는, 대표자가 되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모쪼록 부지런하시기를 바란다. 들어야 할 말과 보아야 할 사안에 충실함은 당연하거니와 무엇보다 대표자들에게 요구되는 부지런함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수자를 배척하려는 통탄할 안일함을 떨쳐내는 일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당선인들의 사진과 함께 ‘부총 성희롱 사건 2차 가해, 1명만 징계?’라는 기사 표제가 나란히 걸려있는 지난 호 1면은 뼈아프다.

  선거 기간만이 ‘축제’인 학생 자치는 게으른 것이다. 시민이자 학교 구성원으로서, 우리도 언제나 부지런할 근을 마음에 새기고 정치에 임해야 한다. 소통(inter-act)은 쌍방향적이다. 구성원도 대표자의 무책임함과 안일함에 즉각 반응하여 대표자가 접하지 못했던, 혹은 접하지 않으려 했던 실체를 밝혀 그들의 품에 떠안겨야 한다. 축제라는 특별한 수식이 필요없는 부지런한 학생 자치를 꿈꿔본다.

장준영 동문
국어국문학과 14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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