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해링의 작품을 단돈 만원에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술품에 소액으로 투자해 공동구매하는 ‘아트테크’면 가능하다. 작품 당 거액이 오가는 기존 경매시장 특성상 일반 대중에게 미술품은 먼 이야기다. 그러나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의 등장으로 점차 미술품 거래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생소한 미술품 투자, 어떤 점에서 다르고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전문가에게 물어봤다.

  미술품 투자의 독특한 매력
  미술품 투자는 일반적인 금융투자와 다르다. 개인적 감상을 넘어 향유할 수 있는 실물자산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김윤섭 아이프(AIF)미술경영연구소 대표는 미술품 투자는 개인의 문화·여가활동과 경제적 수익 창출 모두 가능하다고 말했다. “흔히 문화생활은 그 순간만 충족감이 높고 이후에는 여운이나 감흥이 오래가지 않아요. 하지만 미술품 투자는 감성적 충족감이 더 길고 경제적 수익도 기대할 수 있죠.”

  특히 유명작가의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적 가치가 더해져 가격이 오른다. 김재욱 열매컴퍼니(아트앤가이드) 대표는 미술품은 감가상각이 안 되는 자산이라며 투자 기간을 여유 있게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활발히 거래가 이뤄지거나 향후 주목받을 만한 작가의 작품은 가격이 계속 올라요. 일반적으로 투자 기간은 5~10년으로 하되, 단기 시세차익을 원하면 1~2년으로 정하는 게 적당해요.”

  미술품 투자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환금성과 시장 유동성이 낮다. 투자 가치가 낮은 작품은 시장에 되팔기 힘들다는 얘기다. 김윤섭 대표는 작가에 대한 정보습득이 투자 가치가 높은 작품을 고르는 안목을 길러준다고 전했다. “작가의 미술사적 정보뿐 아니라 작품 및 전시 활동, 기대치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해요. 해당 작가의 작품 가치가 적정하게 평가됐는지도 비교해야 하죠.” 김형준 TESSA 대표는 작품 경매 이력을 꼼꼼히 살피라고 조언했다. “1년 단위로 작품 거래가 얼마나 활발히 일어났는지 파악해야 해요. K-Artprice 등 미술품 유통 가격정보 사이트에 들어가 작품의 총거래량과 빈도, 유찰률 등 거래정보를 확인하길 권해요.”

  김재욱 대표는 작품 및 작가를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 소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해요. 학교에서도 배울 수 있는 최소한의 지식 역시 투자의 밑거름이 될 수 있죠.” 무엇보다 투자 전 미술 분야 공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뜻이다.

  투자 문턱 낮추는 공동구매
  안정적인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일명 ‘블루칩’이라고 불리는 유명작가의 작품을 골라야 한다. 하지만 이들 작품은 개인이 사기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격이 높다. 이에 쉽사리 투자하기 어려운 일반 대중에게 미술품 공동구매는 소액으로도 가능해 부담이 덜하다.

  미술품을 공동구매할 경우 세금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41조 제13항에 따르면 6000만원 이상인 미술품을 소장할 시 구매자의 기타소득으로 분리해 양도세가 부과된다. 김형준 대표는 소액으로 분산투자하면 비과세 혜택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한 작품을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유하기 때문에 각 투자자의 지분이 해당 금액을 넘지 않으면 세금을 낼 필요가 없어요. 소액으로 여러 작품에 투자할수록 절세 효과가 커지죠.”

  업계에서는 아트테크가 미술품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전망했다. 김윤섭 대표는 국내 미술품 시장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거라고 내다봤다. “국내 미술품 시장은 경제 규모와 비교했을 때 아직 작은 수준이에요. 앞으로 아트테크 시장의 확대가 미술 산업의 경쟁력을 한껏 끌어올릴 것이라고 생각해요.” 김형준 대표는 아트테크가 국내 미술 저변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일반 대중이 투자에 참여하면서 미술 향유층이 다양해지고 있어요. 미술품 공동구매로 새로운 대체투자상품이 생긴 덕분이죠.”

  하지만 미술품이 새로운 투자대상으로 떠오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소액으로 투자하더라도 아무런 지식과 대안 없이 투자하는 건 금물이다. 투자 전 해당 플랫폼이 합법적으로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있는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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