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하다’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익숙하지 않아 어색하다’는 의미인데요. 여러분의 생활 속 경제는 어떤가요. 낯설게 느껴지나요? 누군가에게 막연함 혹은 어려움으로 채워져 있을 생활 속 경제 현상, 경제부가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가 생생한 경제 체험기를 대신 전해드립니다. 혹시 ‘아트테크’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아트와 재테크를 합친 말로 미술품 투자를 의미하는데요. 높아 보였던 미술품 시장 문턱을 넘어 어떤 투자가 이뤄지는지 살펴봤습니다. 그 생생한 체험기 지금부터 들려드릴게요!

 

레오나르도 다빈치, 빈센트 반 고흐. 두 화가의 차이점으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당시 잘 나가는 화가였지만 빈센트 반 고흐는 생전에 단 한 작품밖에 팔지 못했다. 이 차이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작품에 값이 매겨지는 과정을 알아보고자 기자가 직접 미술 시장에 뛰어들었다.

경매는 수석 경매사의 진행 아래 이뤄진다. (사진출처: K옥션)
경매는 수석 경매사의 진행 아래 이뤄진다. (사진출처: K옥션)
The Arrival of Spring in Worldgate, East Yorkshire in 2011-24 April, 데이비드 호크니 作 iPad drawing printed on paper, Edition of 25; 낙찰가 8500만원

The Arrival of Spring in Worldgate, East Yorkshire in 2011-24 April,
데이비드 호크니 作 iPad drawing printed on paper, Edition of 25,낙찰가 8500만원

  허물어진 미술시장의 벽들 
  최근 미술품을 매입해 투자하는 방법이 다양해져 ‘아트테크’란 말이 떠오르고 있다. 아트테크는 아트와 재테크의 합성어로, 미술품 투자를 일컫는다. 그렇다면 미술품은 어디서 거래될까? 미술품 시장은 크게 화랑, 아트페어, 경매, 분할 투자 플랫폼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화랑은 작가의 작업실에서 나온 작품이 수집가 손으로 들어갈 때 직접 거치는 시장이다. 미술품에 대한 조예가 깊은 사람에게 주로 작품을 살 기회가 주어진다. 아트페어는 화랑 작품들이 일시적으로 한 장소에 모여 판매되는 시장이다. 우수한 작품이 화랑에서 먼저 판매되기에 출품작의 질이 비교적 떨어진다. 경매는 경매회사를 통해 작품을 매입 및 매각할 수 있는 시장이다. 공개적으로 거래가 이뤄져 화랑보다는 진입장벽이 낮고, 가치가 높은 작품이 재판매된다는 점에서 높은 투자 가치의 작품을 찾을 수 있다.

  앞선 방법들은 한 개인이 작품 하나의 가격을 온전히 부담해야 하고, 작품을 되팔 수 있는 기한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소액·분할 투자 플랫폼은 이를 보완한다. 작품 자체가 아닌 작품의 소유권을 나눠가지는 구조여서 분할 투자가 1000원부터도 가능하다. 장기투자성이 강한 상품치곤 투자 기간을 1~2년으로 짧게 설정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탕탕탕!’ 치기까지는 1분, 결정은 몇백 분
  기자는 평소 취미 삼아 미술 전시회에 몇 차례 가본 게 전부다. 하지만 미술품 관람에 그치지 않고 이를 소유하는 구체적 경로가 궁금해져 미술품 투자 중 하나인 경매에 직접 참여해보기로 했다. 미술품 경매는 크게 출품작 사전 조사, 프리뷰, 경매 참여 3단계로 나뉜다. 출품작은 서양화, 동양화, 고미술, 조각 등으로 다양하다. 낙찰가도 천차만별이다. 적게는 몇십만원부터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한다.

  우선 경매회사를 알아봤다. 작품낙찰총액이 제일 높은 두 경매 회사 K옥션과 서울 옥션이 보였다. 이 중 25일 온·오프라인으로 열리는 K옥션 경매에 참여해보기로 했다. 경매 참여 전, 매입할 작품 선정하기 위해 미술품 투자 관련 서적을 찾아봤다. 『나는 샤넬백 대신 그림을 산다』(윤보형 씀)에서는 작가를 기준으로 미술품을 구매하라고 조언한다. ‘작품을 보면 그 작가가 보인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작가의 시간과 노력, 가치관이 작품에 반영돼 가치가 매겨지기 때문이다.

  K옥션 경매 미술품 중 검증된 작가가 누구인지 찾아 나섰다. 우선 지난 경매에서 어떤 작가의 작품이 높은 가격을 받았는지 모색했다. 그리고 자주 언급되는 작가가 누구인지 경매회사에서 제공하는 자료와 미술 시장 관련 기사를 통해 알아봤다. 쿠사마 야요이, 박수근, 데이비드 호크니 작가를 꼽을 수 있었다. 세 작가의 작품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국내경매시장 분석 사이트 ‘K-ART MARKET’을 찾았다. 해당 사이트 내 ‘2020 상반기 미술시장 리포트 PART 2’를 보고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 낙찰가 기준 2위로 제일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올해 9월 자 ‘해외 경매시장의 한국 여성 작가’ 보고서를 통해 지난 10년 동안 거래된 여성 작가의 작품 수가 2%만 증가해 남성 작가 작품에 비해 희소함을 알 수 있었다. 여성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향상하면서 세계적으로 여성 작가 작품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는 경향도 기사로 접했다. 이러한 흐름에 비춰봤을 때 여성 작가인 쿠사마 야요이 작품에 투자하는게 가치 있어 보였다.

  전 조사 단계를 마쳤으니, 프리뷰에 참여할 차례다. 모든 응찰은 작품의 실물 확인을 전제로 하기에 프리뷰를 가길 권한다. 이에 K옥션 경매 프리뷰에 갔으나, 아쉽게도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A Pumpkin>을 볼 수 없었다. 프리뷰에 간 날이 경매 당일이라 현장 경매 장소 마련을 위해 일부 작품이 다른 곳에 배치됐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차선으로 고려했던 박수근의 작품 <모란>과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The Arrival of Spring in Worldgate, East Yorkshire in 2011-24 April>은 직접 눈으로 상태를 볼 수 있었다. 특히 <모란>은 온라인 사진과 채도나 질감 느낌이 살짝 달랐다. 현장에서 본 붓의 거친 질감은 투자 매력을 더했다. 프리뷰의 중요성을 몸소 느꼈다. 

  안타깝게도 살펴본 미술품 가격이 수천만원에 달해 응찰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신 온라인으로 경매를 관람하기로 했다. 응찰 방법에는 현장에서 패들을 드는 대면 응찰도 있지만, 전화나 서면, 온라인 응찰도 있다. 경매사가 작품 번호, 작가 이름, 작품명을 차례로 소개하며 경매는 진행된다. “온라인 400만원, 420, 네 다음 440만원, 더 없으십니까?” 경매사는 하한 추정가부터 가격을 빠르게 올린다. 더 높은 가격이 호명되지 않으면 경매봉을 두드리며 낙찰을 선언한다. 속도감 있는 경매사의 진행과 1초 단위로 작품 소유자가 바뀌는 현장 분위기는 상당히 급박하다. 실제 추정가가 3000만원에서 5000만 원 사이였던 훌리오 라라즈의 작품 <The tides of March>이 상한가를 넘어선 60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작품 Pumpkin, <br>쿠사마 야요이 作 1988 screenprint,<br>​​​​​​​ E.A(aside from the edition of 50), <br>모집금액 1억3386만원
작품 Pumpkin, 쿠사마 야요이 作 1988 screenprint,
E.A(aside from the edition of 50), 모집금액 1억3386만원

  더 이상 그림의 떡이 아니다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직접 투자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그래서 분할 투자 시장으로 경로를 틀었다. 플랫폼을 먼저 정하기보다는 작가를 정한 뒤 해당작가의 작품이 있는 플랫폼을 찾았다. 분할 투자 플랫폼은 작품의 수가 화랑과 경매보다 훨씬 적어 원하는 작가의 작품을 찾기가 상대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TESSA 플랫폼 속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과 아트투게더 플랫폼 속 쿠사마 야요이 작품 중 어디에 투자할지 고민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Focus Moving>과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Pumpkin>을 놓고 작품만의 경제적 가치를 먼저 따졌다. <Focus Moving>에는 데이비드 호크니가 대표작에 표현하는 기법이 적용되지 않았고, 대표작에 늘 등장하는 소재인 ‘물’이 없어 선택을 보류했다. 반면 <Pumpkin>의 경우 지난달 최고 낙찰가를 달렸던 작품과 소재와 기법이 매우 유사했다. 작가의 주소재인 호박이 작품에서 확연히 드러나 값어치가 훗날 크게 상승할 것으로 판단했다. 게다가 해당 작가 작품의 가격이 최근 10년간 1500% 증가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해당 작품을 믿어보기로 했다. 1만원으로 <Pumpkin> 소유권 1조각을 사서 공동구매에 참여했다. 

  미술품에 투자하는 길이 이전보다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지만 그 길 위로 넘어야 할 장애물이 아직 존재한다. 취미생활과 투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미술품 투자, 눈여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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