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관련 업무를 하며 나의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순간들엔 부끄러울 때가, 때론 어떻게 하면 참여자의 인권 감수성을 일깨울 수 있을까 하는 살짝 깊이 있는 고민을 할 때가 있습니다. 아직 인권은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수용된 가치가 아닌듯합니다. 그래서 더욱 인권 감수성은 우리가 새롭게 배우고 꾸준히 익혀야 하는 사회적 감각일지도 모릅니다. ‘인권은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소중한 것이다.’ 이렇게 이해하면 끝일까요. 인권이 마냥 자유롭고 따뜻하고 훈훈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끝일까요. 이것은 그냥 인권감성, ‘인권갬성’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어떠한 차별도 어떠한 인권침해도 일어날 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막상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본인의 문제와 관련되면, 인권을 잘못 인식한 사람들에게 인권은, 구체적인 법질서가 아닌 그저 추상적인 선언에 불과한 것으로, 또한 ‘내로남불’로 얼버무려집니다.

  인권침해로 접수된 사건의 피신고인의 대부분은 본인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본인의 의사와 주장에만 몰입하고 자신의 지위와 상대방과의 관계, 본인의 언행으로 인해 상대방이 겪게 될 모멸감과 수치심 등은 그들에게 관심도 없죠. 인권침해를 인식하지 못하는 인권감수성 결여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그들은 정말 상대방이 그렇게 느꼈는지 대질신문을 통해서 확인하겠다하고, 상대방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직접 찾아가서 사과하겠다(2차 가해를 서슴지 않네요)고 하는 대범함(?)과 용기(?)로 본인의 진심을 표명하려 합니다.

  인권침해를 하고도 이를 보지 못하는 선량한(?) 인권침해자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각자 ‘나’를 둘러싼 수많은 말들과 행동 등을 하나씩 곱씹어 보고 훑어보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아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생각한대로 행동하기’까지 상당한 간극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죠. 

  인권 감수성을 투박하게 정의해 보면 ‘인권 문제, 또는 그 징후를 감지하고 이에 반응하는 민감성’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권의 언어로 다시 풀어써보면 ‘어떤 사안을 인권과 관련한 문제로 인식하고, 그 사안을 재해석해 다른 상황을 상상하고, 자신과 연결지어 책임을 공유하는 역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사안을 바라볼 때 누군가가 누구에게 한 말과 행동으로 인해 그 누구의 인권이 결여되고 무시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야합니다, 동아리, 학생회, 중앙대구성원, 시민, 국민으로서 나와 무관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그러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모두가 보게 하여 ‘나’ 스스로 관계자임을 받아들이고, 그 사람의 인권을 지지하고 촉진해야 할 개인적·사회적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다시 풀어쓴 인권감수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종일 전문연구원
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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