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림(Do Dream)은 ‘꿈꾸고(Dream) 도전하라(Do)’, ‘꿈꾸고(Dream) 두(Do)드려라’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 여론부는 다양한 도전과 경험 끝에 지금 강단에 선 이들을 만납니다. 중앙대의 문을 두드리기까지 그들의 여정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번 주는 프랑스에서 텍스트 언어학과 기호학을 전공하고 다문화콘텐츠, 4차 산업혁명 등 다채로운 관심사를 가진 김휘택 교수(프랑스어문학전공)를 만나봤습니다.

프랑스어 앙가주망(engagement)은 작가나 문학 등의 사회 참여를 의미한다. 앙가주망으로 이룬 프랑스 지식인의 사회성은 프랑스 사회를 역동적으로 만들어온 원동력이다. 지금 인류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생존의,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에 지배당할 수도 있다는 정체성의 위기를 맞았다. 김휘택 교수(프랑스어문학전공)는 이러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열쇠로 앙가주망, 연대의 힘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프로이트가 인간의 무의식 세계를 발견하고 마르크스가 사회주의경제의 큰 흐름을 열 때, 20세기 초 프랑스 언어학자 소쉬르는 언어학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소쉬르의 『일반언어학 강의』를 읽고 언어학과 사랑에 빠진 김휘택 교수는 ‘프랑스어로 언어학을 배워보겠노라’며 유학길에 올랐다. 막연하게 프랑스로 향하는 배낭을 멘 그가 파란만장한 유학 생활을 거쳐 중앙대 강단에 서기까지의 여정을 함께 되짚어봤다.

  -중앙대 불어불문과 출신인데, 프랑스에 관심이 많았는지. 
  “아니요. 이청준, 이문열 작가의 소설이 좋아서 문학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프랑스에는 관심이 없었죠. 재수할 때 우연히 『인간 조건』(앙드레 말로 씀)을 읽었어요. 이를 계기로 프랑스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프랑스 소설이 되게 괜찮다’ 고 느꼈죠. 그래서 불어불문과에 지원했답니다. 합격했을 땐 좋았지만 프랑스어를 못해서 입학하고 조금 고생을 했죠.(웃음)” 

  -프랑스어로 힘들어했는데 언어학을 사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교 2학년 때였어요. 지금은 도서관 대출 기록이 전부 컴퓨터에 남는데 그때는 독서 카드에 이름을 기록했죠. 그걸로 동기랑 약간 시합이 붙었어요.(웃음) 동기가 책을 너무 많이 읽으니까 저도 열심히 읽었죠. 그러다 소쉬르의 『일반언어학 강의』를 읽게 됐어요. 보통은 어떤 대상을 보면 그것에 이름을 붙이는 방식으로 언어를 정의하는데, 소쉬르는 그렇지 않았답니다. 머릿속에 체계를 가지고 현실을 해석하는 방법으로 정의했죠. 내용 이해는 어려웠지만 뭔가 마음에 들고 좋았어요. 『일반언어학 강의』를 읽고 언어학을 사랑하게 됐답니다.” 

  -프랑스 유학을 결심한 계기가 있나. 
  “아까 말한 소쉬르의 책을 읽고 나서 ‘내가 불어불문과니까 이 책을 프랑스어로 공부하면 너무 멋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중앙대 불어불문과는 박사과정이 없어서 막연히 유학을 꿈꿨죠. 프랑스에 가서 생-미셸(Saint-Michel) 가에 있는 소르본 광장과 PUF 서점도 가보고 싶었답니다.”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텍스트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으로 텍스트 언어학을 선택한 이유는. 
  “학사는 불어불문학, 석사로 불어학을 전공하며 프랑스 언어학의 많은 이론을 접했어요. 미시적인 언어학보다는 텍스트 언어학과 같은 큰 단위의 학문을 배우고 싶었죠. 텍스트 언어학에서는 책, 영화, 문자 등 우리가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모든 걸 텍스트라고 정의해요. 굉장히 폭넓은 과목이죠. 그 텍스트를 정의하는 데 많은 이론이 얽혀 있고 과정도 복잡했지만,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유학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유학 때 제일 좋았던 건 읽었던 책의 저자를 만날 수 있는 점이었어요. 제가 공부한 파리 10대학이 언어학·기호학으로는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대학이에요. 책에서 봤던 움베르토 에코 같은 분들이 와서 세미나를 해주셨죠.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학생들의 질문도 받아주니 배우는 즐거움이 컸답니다.” 

  -언어학이나 문학을 공부하는 데 프랑스 환경이 미친 영향이 궁금하다.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언어학 서적을 프랑스에서는 언제든 구할 수 있었어요. 동료들끼리의 토론도 자유롭고 책을 읽을 시간도 나름 주어지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죠.” 

  -프랑스에서 언어학, 문학 관련 공부 이외에 다른 일을 한 경험이 있는지. 
  “학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해서 안 해본 일이 없어요. 베이비시터도 해 보고 여행 가이드도 해 봤죠. 여행가이드는 3일 정도 했는데 질 좋은 식사와 공연을 제공받으면서 돈까지 많이 주니 집에 와서 가슴이 두근거리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공부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유혹에 빠지면 큰일 나겠다 싶어서 그만뒀답니다.(웃음)”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 
  “무조건 한국에 다시 돌아오고 싶었어요. 유학 생활 4년 차쯤 체류증을 갱신하러 갔을 때였죠. 창구에 계신 아주머니가 나이를 보시더니 화들짝 놀라면서 “아직 학생이야?” 하고 물으셨어요. 당시 프랑스에서는 유학생이 오래 체류하면 일자리를 뺏는다고 생각해서 학생에게도 약간씩 압박을 했거든요. 차별까지는 아니었는데 심적으로는 너무 힘들었죠. 공부를 하는 와중에 집안이 많이 어려워지기도 했고요. 한국이 많이 그리웠답니다.” 

  -유학 생활을 마치고 어떤 일을 했나. 
  “중앙대 강단과 인연이 닿아 바로 강의를 했어요. 다행히 은사님이 많은 배려를 해주셔서 큰 문제 없이 강의를 할 수 있었답니다.” 

  -원래 꿈이 교수였는지. 
  “사실 프랑스에 가서 박사학위를 받는 게 꿈이었어요. 어린 마음에 박사학위는 50살쯤에나 받을 줄 알았죠.(웃음) 35살에 학위를 받고 나서 꿈이 없어졌어요. 한국에 돌아오고 강단에 서니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네요.(웃음)” 

  -언어학 전공임에도 『세상의 모든 차별』(엠마 스트라크 씀)을 번역하고 『한국사회의 소수자들: 결혼 이민자』 저술하는 활동 등을 했다. 다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문화콘텐츠기술연구원 다문화콘텐츠 연구사업단에 있을 때 한 일이에요. 자연스럽게 다문화를 공부하게 됐죠.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은 각국의 특색이 담긴 다문화 정책이 있어요.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정책이 없어서 한국의 특성을 가진 다문화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답니다. 한국에서 다문화라고 하면 <미녀들의 수다>나 <비정상회담>을 상상하고, 실제 다문화가정의 생계와 관련된 문제에서는 소극적이죠. 한국도 한국에 맞는 다문화정책이 있으면 하는 게 희망 사항이네요.” 

김휘택 교수가 번역한 『세상의 모든 차별』(엠마 스트라크 씀)
김휘택 교수가 번역한 『세상의 모든 차별』(엠마 스트라크 씀)

  -중앙대 강단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일은. 
  “처음 전임교수로 부임한 곳이 창의ICT공대 융합교양학부였어요. 전임교수 자리가 났는데 MACH 교양 중 인문학을 가르친다고 해서 지원했죠. 덕분에 학생들과 많이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한창 4차 산업혁명에 관한 담론이 성행할 때라, 나름대로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답니다. 몇 년간 관련한 논문을 썼는데 잘 정리해서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에요.” 

  -교양 인문학을 가르치는데 논문까지 쓸 정도로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이 많다. 
  “이때까지 인문학은 인간의 삶을 설명하는 메타언어로 사용됐어요.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인문학이 수행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인공지능의 발달로 당장 미래에 없어질 직업이 있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건 인간의 직업 수행이 문제지 인공지능 발달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오히려 인공지능이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는 담론이,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으로 기울지만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학생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하고자 하는지. 
  “제가 어떤 가치를 전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학생들 자신이 가진 가치를 소중하게 여겼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많이 공부해야겠죠. 지금은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자리에 가기까지 준비하는 과정이에요. 여러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잘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하다. 
  “개인적인 목표도 있지만, 지금은 학생들과 함께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던 연구를 잘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콘텐츠를 더 보강할 예정이에요. 요즘은 온라인으로 모든 일을 수행하니 온라인 플랫폼에 맞춰 지식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겠죠.” 

  -마지막으로 중앙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즘 ‘같이’라는 말이 소중해요. 전염병 시대를 이기는 것은 누구를 폄하하거나 누구의 잘못을 지적한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죠. 불어불문과를 다니고 프랑스를 알게 되면서 앙가주망, ‘연대’라는 말을 배운 적이 있어요. 코로나19 시기에 학생과 교수가 함께 연대해서 최선을 다했으면 해요. 그렇다면 이 시기가 지나고 훨씬 앞서가는 의식을 가지리라 생각해요. 서로 조금씩 이해하고 소통하면서 같이 이겨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 조심하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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