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백(Aside)은 연극 용어로 ‘인물이 관객에게 하는 말’을 의미합니다. 인물의 곁에서는 듣지 못하기 때문에 오직 관객에게만 들리는 말이죠. 사회를 하나의 무대로 본다면 어떨까요. 이번 학기 중대신문 사회면은 우리 사회라는 무대 위, 누구도 들어주지 않아 방백을 할 수밖에 없던 인물들을 조명하려 합니다.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이 극의 관객이 되어주시겠습니까? 응하셨다면 이번 주는 “발달장애인 성교육에 관한 방백”으로 열어보려 합니다. 끝까지 꼭 자리를 지켜주세요. 이제 시작합니다.

고민주 기자 minjoo@cauon.net

편견으로 세워진 성벽 때문에
빛이 가로막힌 발달장애인의 성
터부시라는 어둠에 가려지다

‘장애와 관련한 어떤 문제든 논의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하지만 성에 관한 문제는 마지막 금기로 남아 있다’ 해당 문장은 『시선의 폭력』(시몬느 소스 씀)의 일부로, 발달장애인의 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비장애인과 동등하지 않음을 꼬집는다. 발달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성과 사랑을 원한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성교육은 비장애인보다 부족한 현실이다. 발달장애인의 성을 둘러싼 벽을 확인해보자.

  性 안에서 주체적이려면
  청소년기의 신체적·심리적 성적 발달은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대부분 청소년이 겪는다. 이러한 발달 정도는 생활연령에 따르기 때문이다. 다만 발달장애인이 가진 장애라는 특징은 경험과 학습을 통한 성 지식·태도 습득에 어려움을 수반한다. 그렇기에 성적으로 피해를 보거나 가해를 할 위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들은 또래보다 많은 시간과 다양한 방법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수지 라라스쿨 협동조합 이사장은 성교육이 발달장애인의 사회적 관계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발달장애인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해요. 그러려면 자신의 성적 권리에 대한 교육,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교육, 성적 충동 조절과 표현에 대한 교육 등이 필요하답니다.”

  발달장애인이 독립적으로 자기 결정을 하기 위해서도 성교육은 필요하다. 이에 이수지 이사장은 성교육이 발달장애인의 성장 발판으로 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이 스스로 성적 행위를 선택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회 규범과 충돌하지 않아야 해요. 이러한 측면에서 발달장애인의 성교육은 필수적이죠.”

  특수성 외면한 획일적 교육
  성교육은 내용상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방법으로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특히 장애로 인해 또래보다 경험이 부족한 학생에게는 이론 교육만으로 학습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성교육은 영상 시청과 같은 단순 강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수지 이사장은 강사들의 일방적인 가르침으로 이뤄지는 성교육의 한계점을 말했다. “인지 수준이 낮고 추상적 사고가 어려운 경우에는 설명 중심의 수업이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어요. 시청각 자료도 범죄 상황별 대처 능력을 향상하기엔 무리가 있죠.”

  현재 발달장애인 성교육은 장애 정도·유형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진행한다. 김대군 자주스쿨 책임강사는 통일된 성교육은 발달장애인이 효율적으로 교육 내용을 습득할 수 없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효과적인 발달장애인 성교육을 위해선 장애 유형별로 분류된 성교육을 실시해야 해요. 하지만 현실은 획일적으로 교육을 진행하죠. 이러한 성교육은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어요.”

  필요한 자리, 부족한 자격
  특수학교에서의 성교육은 주로 양호교사나 담임교사가 진행한다. 교사의 성 지식 부족은 교육 효과 미비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2018년 보건복지부는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통해 기존 성교육 전문가에게 보수교육을 함으로써 발달장애인 성교육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다음해에는 발달장애인 성교육 전문가를 별도로 특화해 선발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박은경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행정사무관은 이러한 결정이 발달장애인 전문가 양성의 실질적 한계 때문이라고 말했다. “충분한 성교육 경험과 발달장애에 대한 높은 이해, 임상 상담 경험까지 갖춘 강사를 전국단위로 모집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어요. 워크숍 단위로 운영하는 교육으로 성 인권 전문가 자격을 부여하기엔 교육 일정 및 매뉴얼이 부족하다는 논의 결과가 나왔죠. 따라서 강사 양성 과정을 삭제했어요.”

  현재 발달장애인 성교육은 선택적으로 시행된다. 이에 정종화 교수(삼육대 사회복지학과)는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은 수요가 적기 때문에 전문 강사 양성 과정이 존재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성교육은 필수 교육으로서 의무적으로 모든 국민이 들어야 해요. 하지만 발달장애인 성교육은 의무 교육에 포함되지 않기에 별도의 교육 과정을 만들기 어렵죠.”

  선입견을 깨야 가화만사‘性’
  발달장애인의 부모 중 일부는 자녀와 성과 관련된 대화를 어떻게 나눠야 할지 난감을 표한다. 특히 부모를 포함한 가족 구성원은 발달장애인과의 성에 대한 소통이 오히려 자극을 줘 성에 관한 실험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따라서 성과 관련한 상호작용을 자제하는 경우가 있다.

  이수지 이사장은 부모가 성에 관한 소통을 통제할수록 발달장애인의 성적 호기심이 잘못된 방향으로 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모가 성과 관련한 대화를 막으면, 자녀는 성적발달에 따른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게 돼요. 이로 인해 사회 규칙에 어긋난 성적 행동을 하거나 지나친 음란 행위 등을 할 수도 있답니다. 또한 성교육을 받을 때 자신의 몸을 심각하게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해요.”

  김대군 강사는 부모와 발달장애인 간의 성과 관련된 의사소통이 줄어들 때 생기는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발달장애인은 부모가 소통에 소극적일 경우, 본인에 대한 부모의 관심과 애정이 부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