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존재로서의 존중 
특성 맞춘 교육으로 
함께 쓰는 성(性)장 스토리


보건복지부 등록장애인현황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은 2019년 기준 24만1614명으로, 전체 장애인 중 약 9.2%의 비율을 차지하며 꾸준한 증가추세에 있다. 또한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2019년에 발생한 장애인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중 78.3%가 발달장애인이었다. 이들의 성적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발달장애인 성교육 확대가 시급하다. 발달장애인의 성적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양지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성교육이 필요할까. 

  특성 맞춤 청사진을 그리다 
  발달장애인의 신체적 변화와 성적 욕구는 비장애인과 동일하다. 하지만 또래와의 소통이 제한돼 욕구를 해소할 자연스러운 방법을 습득하지 못한다. 이수지 라라스쿨 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런 발달장애 특성에 맞춘 성교육을 통해 발달장애인이 능동적으로 성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성적 발달단계에 따른 성교육이 이뤄지면 발달장애인은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을 취사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성 문제 상황에 스스로 대처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죠.” 이어 발달장애 정도에 따라 성교육 방법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발달장애 정도별로 의사소통 수준에 차이가 있어요. 같은 교육 주제더라도 개인별로 다르게 설명할 수 있는 교구, 교안 개발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박대한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 권익옹호팀 대리는 발달장애 특성 및 발달단계에 따른 적절한 성교육 내용과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9월부터 발달장애인의 부모를 대상으로 기초연구를 추진하고 있어요. 해당 연구를 통해 장애 유형 및 정도, 생애주기 등에 따른 다양한 교육 콘텐츠 및 방법론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발달장애인 특성에 맞는 성교육을 위해 발달장애인 성교육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 성교육 전문가를 별도로 특화해 선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안으로서, 기존의 성교육 전문가에게 발달장애인 성교육 내용을 보수교육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정종화 교수(삼육대 사회복지학과)도 보수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장애인부모회,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보수교육이 필요해요. 「발달장애인법」을 개정해서 성교육 전문가에 발달장애인 보수교육을 진행하는 방법도 있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론 수업, 영상 시청 등의 일방향적 성교육보다 체험형 성교육이 발달장애인의 참여를 활발히 끌어낼 수 있다. 이에 구체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여성가족부의 ‘교구를 활용한 장애인 성인권 교육 매뉴얼’에 따르면 발달장애 학생의 성교육에는 인형극, 역할극이 효과적이다. 동작이 많아 집중을 유도하면서, 짧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군 자주스쿨 책임강사는 자체 제작한 교구를 활용해 아이들을 직접 교육에 참여시킨다고 이야기했다. “그림판에 생식기 이름을 직접 아이들에게 붙여보게 해요. 산모 인형을 통해 출산할 때 아기가 어떻게 나오는지 알려주기도 하고, 출산 역할극을 하기도 한답니다. 감각적 경험으로 직접 많은 걸 느끼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해요.”

  울타리를 튼튼하게 
  보건복지부는 ‘부모교육지원사업’을 진행한다. 부모교육지원사업은 영유아기, 성인전환기 등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에 따른 부모교육과, 성인권 부모교육으로 구성돼있다. 박은경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행정사무관은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발달단계에 맞는 상담 등 수행기관별로 다양한 성인권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해외 사례를 참고해 사회적 연계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영국의 부모 파트너십 프로젝트(PPP)는 공공 기관이 발달장애인 보호자들과 연계를 맺고 성교육 정보, 전문가 상담 등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부모, 공무원, 자원봉사자, 전문가가 문제를 함께 헤쳐나간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양육자를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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