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동 까치산공원’ 33년이 지나도 변한 건 없었다
  • 오유진 기자
  • 승인 2020.10.12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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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묶여버린 그들의 재산권

지난해 11월, 동작구청에서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자기 땅을 돌려달라는 까치산공원 토지주들의 울부짖음이었다. 4, 50명이 꽹과리를 치며 시위를 벌였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문승원 사당동까치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은 걸어 잠근 문을 열어보려 안간힘을 쓰다 손에 시퍼런 멍까지 들었다. 굳게 닫힌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모든 게 사기였나
  1987년 서울시에는 직장 내 주택조합을 결성해 땅을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상당한 금액을 대출한 사람들도 있었다. 토지주들이 땅을 산 사연도 이와 얽혀있다.
토지주 A씨(70)는 직장에서 결성된 주택조합에 사기를 당했다. 공원을 조성하고 난 나머지 땅에 아파트를 짓는다는 조합장의 말을 듣고 10년간 벌었던 돈 2260만원을 모두 쏟아부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5세로 집 걱정을 덜었다는 생각에 앞날을 기다렸지만 33년이 지난 지금도 토지에 손을 못 대고 있다. “땅을 사면 공원 조성에 어느 정도 기부채납을 하는 대신 도로 인접한 곳에다 아파트를 짓는다고 해서 샀어요. 순진하게 속은 거죠.”

  한국석유공사에 다녔던 B씨(65) 역시 직장 내 주택조합에서 땅을 샀다. 그를 포함한 조합원들 모두 1000만원씩 땅값을 치렀지만 확인해보니 위조된 문서에 사기를 당한 것이었다. 해당 문서에는 정부에서 공원 용지를 풀어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쓰여 있었지만 거짓이었다. “문서만 보고 조합을 결성해 땅을 샀죠. 땅을 팔았던 사람은 이후 형사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까치산공원에 무슨 일이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까치산공원은 1971년 근린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약 50년 동안 도시계획시설로 묶여 있었다. 그동안 토지주들은 사용료 한 푼 받지 못하고 재산 피해를 봤다.
1999년 헌법재판소(헌재)는 도시공원같은 도시계획시설을 장기 미집행 시설로 분류하고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했다는 이유였다. 토지주들은 토지 금액을 보상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차 있었다. 윤영주 사당동까치산 비대위원장은 판결에 대한 토지주들의 당시 반응을 전했다. “환호성을 질렀어요. 오랫동안 재산권 행사도 제대로 못 했는데 이제라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죠.”

  기쁨도 잠시였다. 도시공원 실효제가 시행되기 직전 서울시는 도시자연공원을 비오톱 1등급으로 지정해 ‘도시자연공원구역’이라는 새로운 명칭을 붙였다. 비오톱 1등급 토지는 동식물 생존 환경 중 최고등급으로, 해당 토지에서는 개발 행위를 금지한다. 이에 까치산공원은 도시자연공원일 때보다 더 강도 높은 규제를 받게 됐다.

  윤영주 비대위원장은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묶이면 매매를 할 수 없어 땅값이 떨어질 거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푼이라도 더 보상받기 위해 소송을 준비 중이에요. 서울시는 인근 주민들의 반대와 환경 보전을 이유로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하고 있죠.” 더해 이전에는 재산세 50%를 감면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 원칙적으로는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지자체의 달콤한 거짓말
  서울시는 까치산에 인근 주민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사용할 수 있는 운동기구와 산책로 등을 조성해 공원을 만들었다. 엄연히 사유지인데도 토지주들은 보상받기는커녕 사용료도 받지 못했다. 이에 부당함을 느낀 사당동까치산 비대위원들은 산책로에 철제 펜스를 설치해 사람들이 못 다니게 막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주민들의 따가운 눈총과 외면뿐이었다. 문승원 씨는 이날 자신에게 쌀쌀맞게 대했던 인근 지역주민들을 떠올렸다. “펜스를 설치하고 돌아가는 길에 불길한 느낌이 들어 다시 돌아가니 이미 주민들이 펜스를 모두 해체해 놓았더라고요. 이들을 고발하려 했지만 이미 돌아간 뒤였죠.”

  서울시는 토지주들에게 해당 구역의 약 35%는 개발을 허용하겠다며 부분적인 보상을 내걸었지만 달콤한 거짓말에 지나지 않았다.서울시가 까치산공원을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묶어버리는 바람에 토지주들의 바람이 헛된 꿈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B씨는 최근 서울시의 조치에 강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도시공원 일몰제 얘기를 듣고 처음엔 기대가 컸어요. 하지만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됐을 때는 크게 분노했죠.”

  이후 사당동까치산 비대위원들은 30번이 넘게 집단 민원을 신청해 목소리를 냈다. 각종 집회를 여는 건 물론이고 2020년 2월부터 4월까지 서울시 의회에 개별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성우지주개발조합추진위원회 역시 동작구청에서 대안을 찾아보겠다고 해 기다렸지만 헛수고였다. 각종 시위에 참여했던 정양규(76) 씨는 같은 말을 반복하는 지자체 대응에 실망했다. “법적으로 어떤 개발도 불가능하다는 답변이었어요.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죠.”

  토지주들은 도시공원 실효제가 시행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토지 금액을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 정양규씨는 최근 서울시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말했다. 보상금액이 적을뿐더러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묶는 바람에 재산권 행사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도로와 산림이 훼손된 곳만 보상하고 나머지 땅은 다시 묶었어요. 토지주로서는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처사죠.”

  B씨는 헌재 판결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보상대책 마련에 마냥 손 놓고 있었던 서울시 태도를 지적했다. “재산권 행사를 못 하게 한 것에 대해 하루빨리 보상해줘야 마땅하잖아요. 예산을 투입해 제대로 보상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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