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겨울에도 변치 않는 푸르름으로
  • 장준환 기자
  • 승인 2020.10.1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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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의 마지막 소설 『상록수』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인 ‘박동혁’과 ‘채영신’의 동상의 뒤로 심훈이 『상록수』를 집필한 필경사가 보인다.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인 ‘박동혁’과 ‘채영신’의 동상의 뒤로 심훈이 『상록수』를 집필한 필경사가 보인다.

동혁이가 동리 어귀로 들어서자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불그스름하게 물든 저녁하늘을 배경삼고 언덕 위에 우뚝 우뚝 서 있는 전나무와 소나무와 향나무들이었다...(중략) "오오, 너이들은 기나긴 겨울에 그 눈바람을 맞구두 싱싱허구나! 저렇게 시푸르구나!"

-『상록수』 中-

동아일보사에서 주최한 ‘창간 15주년 기념 문예헌상’에 당선됐던 소설 『상록수』는 심훈의 대표작이다. 일제강점기의 청년지식인인 주인공 ‘박동혁’과 ‘채영신’이 농민을 발견하고 민족을 발견하면서 농촌 계몽을 꿈꾸는 여정을 담고 있다. 단순히 교훈적 내용에 그치지 않고 주인공의 찬란하고 애절한 우정과 사랑도 보여준다. 심훈은 『상록수』 발표 이듬해 주인공 영신처럼 병으로 생을 마감한다.

  당진에 머물며 『상록수』를 집필한 심훈은 자신이 바라 본 농촌 현실을 작품에 녹여냈다. 오창은 교수(다빈치교양대학)는 심훈의 문제의식을 소설 속 농민의 관점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인공인 박동혁, 채영신과 대비되는 ‘백현경’과 ‘강기만’이란 인물을 제시해 농민의 입장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볼 수 있죠.”

  1930년대 농촌은 식민지배 아래 무분별한 토지 몰수 와 대지주들의 수탈로 고난의 공간이었다. 이는 동혁의 대사로 묘사됐다. “내가 농촌의 태생이면서두 여러 해 나와 있다가 직접 농촌 속으루 들어가 보니까, 참말 그네들의 사는 형편이 말씀이 아니에요. 신문이나 잡지에서 떠 드는 것버덤 몇 곱절 비참하거든요.” 하지만 그들은 고난과 슬픔에 절망하기보단 목숨 바쳐 계몽을 이끈다.

  『상록수』는 실존 인물을 참고한 주인공과 생생한 농촌 현실 묘사로 사상에 경도된 당시 농민소설과 차별성을 드러냈다. 박정희 문학평론가는 “이념을 넘어 농촌의 자치적 연대와 그 가능성에 대한 모색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는 소설 속 ‘문명퇴치 운동’과 ‘브나로드 운동’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라며 『상록수』의 의의 를 설명했다. 이처럼 계몽운동자의 끊임없는 저항 의식 을 보여준 『상록수』는 어두운 새벽을 보내고 있는 우리 민족에게 위로와 격려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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