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백(Aside)은 연극 용어로 ‘인물이 관객에게 하는 말’을 의미합니다. 인물의 곁에서는 듣지 못하기 때문에 오직 관객에게만 들리는 말이죠. 사회를 하나의 무대로 본다면 어떨까요. 이번 학기 중대신문 사회면은 우리 사회라는 무대 위, 누구도 들어주지 않아 방백을 할 수밖에 없던 인물들을 조명하려 합니다.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이 극의 관객이 되어주시겠습니까? 응하셨다면 이번 주는 “북한이탈주민 남한 출생 자녀의 방백”으로 열어보려 합니다. 끝까지 꼭 자리를 지켜주세요. 이제 시작합니다.
 

남한과 북한 사이 혼재된 입지와
그 가운데 비껴간 권리 
허점 메꿀 협력 필요해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총 3만3658명이다. 이들은 대한민국에 정착하고 새로운 가정을 형성함으로써 ‘북한이탈주민의 남한 출생 자녀(남한 출생 자녀)’라는 새로운 사회 구성원을 만들었다. 남한 출생 자녀의 수가 지속해서 증가하면서 이들 지원에 허점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남한 출생 자녀가 겪는 어려움에는 무엇이 있는지 이들이 마주한 현실을 알아보자.

  법 적용을 가로막는 출생지
  현재 북한이탈주민 자녀 지원정책은 출생지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북한이탈주민 자녀의 출생지는 ▲북한 ▲제3국 ▲남한으로 분류된다. 이 중 남한 출생 자녀는 대한민국 국적을 갖기에 북한이탈주민의 범주에서 벗어난다. 김유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프로젝트 연구원은 「북한이탈주민법」 지원범위의 한계를 설명했다. “초기의 「북한이탈주민법」은 북한이탈주민 위주로 제정됐어요. 해당 법률의 적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남한 출생 자녀는 아직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답니다.”

  윤상석 비영리 교육단체 공존플랜 소장은 가족이 아닌 개인 단위 지원의 공백을 언급했다. “분단 초기에는 개인 단위로 탈북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러한 역사에 따라 「북한이탈주민법」은 가족 단위가 아닌 북한이탈주민 개인을 지원하죠. 2000년대부터 가족 단위의 탈북이 늘기 시작했지만 개인별로 지원되는 법률 특성상 북한이탈주민의 남한 출생 자녀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요.”

  나와 우리에 대한 물음표
  남한 출생 자녀는 본인과 달리 가족 일부가 북한 출생이다. 그렇기에 본인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가족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도 한다. 윤환철 미래나눔재단 사무총장은 위 상황에서 남한 출생 자녀가 겪는 문제를 설명했다. “부모나 손위 형제는 탈북민이고 본인은 탈북민이 아닌 점에서 가족 정체성 혼란을 겪을 수 있어요.”

  윤상석 소장도 남한 출생 자녀가 속한 가정환경의 특성이 자아정체성의 혼돈으로 연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한 출생 자녀는 분명히 남한에서 태어났고 남한에서 쭉 성장했기에 북한을 몰라요. 다만 부모 중에 누군가 북한이탈주민일 뿐인 거죠. ‘나는 북한을 고향으로 둔 사람인 걸까 아니면 반은 북한 사람이고 반은 남한 사람인 걸까’ 이러한 생각으로 혼란을 겪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자신이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자녀에게 숨기는 부모도 있어요.”

  미흡한 부모교육의 나비효과
  북한이탈주민은 대한민국에 정착한 이후 북한 사회와 사뭇 다른 대한민국의 문화를 접하게 된다. 이때 북한이탈주민은 개인별로 다른 사회 적응력을 보인다. 윤상석 소장은 부모의 사회 적응도가 자녀의 양육방식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언급했다. “부모가 아직 대한민국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경우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요. 자녀의 보호자가 현재 어떤 상태이냐에 따라서 자녀가 느끼는 힘듦이 달라지죠.”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현재의 대한민국 교육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북한이탈주민 부모의 경우에는 자녀교육에 참여하는 데 미흡할 수 있다. 윤환철 사무총장은 북한이탈주민 부모의 경제적 어려움이 자녀교육에 대한 참여도를 낮추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탈주민은 빈곤의 현실을 많이 마주하기도 해요. 금전적 어려움을 겪는 북한이탈주민은 일반적인 부모보다 더욱 자녀 교육에 신경 쓰기 힘들죠.” 

  보호자의 상황에 따라 남한 출생 자녀가 마주한 현실이 다르기에 부모로서 필수 역할에 대한 부모교육과 사례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그렇지만 북한이탈주민 중 남한 출생 자녀를 두고 있는 보호자에게 별도의 부모교육은 제공되지 않는다. 개별 학교 차원에서 북한출생 부모 교육은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해당교육은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북한이탈주민이 많다.

  부처 간 혼선을 막으려면
  남한 출생 자녀는 사회적 자본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 따른 지원은 가족지원정책으로 해결돼야 한다. 가족 단위의 도움이 이뤄져야 북한이탈주민으로서 보호받지 못하는 남한 출생 자녀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 단위로 지원하는 경우 정부 부처 간 개입 시기와 역할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윤상석 소장은 부처 간 협력 체계가 부재한 현실을 이야기했다. “남한 출생 자녀 지원 문제를 하나의 부처에서 모두 해결하기는 어려워요. 부처마다 관련 법률이나 정책이 달라서 통일된 법률 적용이 힘들죠. 부처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한이탈주민 가족 지원과 관련해 통일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 각 정부 부처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 부처 간 협력이 선행돼야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실질적 지원도 가능하다. 윤상석 소장은 각 지역 지방자치단체와의 연결성을 강조했다. “부처끼리 협의해야 현행 지원제도나 시스템에서의 역할 담당 기관이 정해져요. 이후 지자체에서도 어떻게 적용될 지 얼마만큼의 예산을 편성할지가 결정된답니다. 지역 기관에서도 이에 걸맞은 역할을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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